[뉴투분석] KB금융, 푸르덴셜 품고 ‘리딩금융’ 날개 다나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9.09 16:58 ㅣ 수정 : 2020.09.09 17:12

생보업계 영향력 강화 & 지주사 실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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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오랜 숙원이었던 비은행 부문 강화의 첫발을 내딛었다. 이 같은 KB금융지주의 행보가 신한금융지주와의 리딩금융 쟁탈전에서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방카슈랑스 규제가 제약 요인으로 남아 있지만 금융업계는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의 편입을 통해 생명보험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실적 증대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을 독립 법인 체로 운영해 각각의 장점을 살리면서 점진적으로 통합할 방침이다. 이에 두 생보사가 KB금융 계열사와 연계해 어떤 통합 자산·라이프 관리 플랫폼을 구축할지 기대된다.

 
1일 서울 역삼동 푸르덴셜타워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자회사 편입 기념 출범식에 참석한 선우석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대표이사 사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이 KB금융그룹의 자회사가 된 푸르덴셜생명의 로고를 공개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KB금융지주]
 

■ 지난달 31일 푸르덴셜생명 100% 자회사 편입…‘리딩금융’의 승부처인 비은행부문 강화 발판 마련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달 31일 푸르덴셜생명 인수대금 약 2조2000억원을 납부하면서 푸르덴셜생명을 13번째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올해 초 주요 경영 원칙으로 내세웠던 비이자이익 중심의 성장에 더 바짝 다가서게 됐다.

그동안 KB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라인업을 확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지난 2014년부터 캐피탈사(구 우리파이낸셜), 손해보험사(구 LIG손해보험), 증권사(구 KB투자증권과 구 현대증권 합병)를 연달아 인수했다. 이를 통해 비은행 비중을 30%까지 올렸다.

그 결과 2017년 신한금융지주와의 경쟁에서 9년 만에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8년 들어 비은행 계열사인 KB증권과 KB손해보험의 부진으로 다시 은행 의존도가 높아졌다. 지배기업지분순이익(연결 기준) 3조3132억원에서 KB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73.6%까지 올라갔다. 다시 말해 비은행 부문의 비중은 20%대로 축소됐다.

결국 KB금융은 2018년 리딩금융 자리를 신한금융에게 다시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2000억원대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비은행 부문에서 신한금융이 2061억원의 격차를 벌렸다.

이는 KB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일부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안 좋아도 여타 계열사들 라인업이 든든하다면 지주사에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 기조 심화 등의 국내 환경은 은행의 이자이익 영업을 어렵게 만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순이자마진(NIM·Net Interest Margin)은 4bp(1bp=0.01%포인트(p)) 하락한 1.67%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1분기 리딩금융 승부가 비은행부문에서 갈렸다. 신한금융은 올해 1월 오렌지라이프의 잔여 지분을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오렌지라이프의 손익이 신한금융 실적에 100% 반영되면서 비은행부문 이익 비중을 34%에서 35%로 확대됐다. 반면 KB금융그룹의 경우 비은행부문 추가 수익이 없었다.

■ 푸르덴셜·KB생명, 생보사 자산순위 10위권으로 껑충 / 생보사 실적 10배 이상 증가 기대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사 자산 순위 빅4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 순으로 이변이 없었다.

하지만 신한금융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오렌지라이프가 예정대로 내년 7월 신한생명과 통합된다면 주요 생보사 순위에 지각변동이 오게 된다. 지난해 기준 신한생명(34조1793억원)과 오렌지라이프(33조8705억원)의 자산 규모의 합은 NH농협생명(64조8154억원)보다 3조원 이상 앞선다.

큰 이변이 없다면 새로이 출범예정인 신한금융의 NewLife가 NH농협생명을 제치고 내년 생보사 빅4에 들 수도 있다.

KB금융 역시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서 생명보험업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사실상 보험사들의 몸집 겨루기나 마찬가지”라면서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편입은 생명보험사 순위 변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생명보험과 푸르덴셜생명이 통합된다면 생보사 자산 순위 10위권 안에 들게 된다. 지난해 기준 KB생명보험(9조8294억원)과 푸르덴셜생명 자산(21조794억원)을 합하면 흥국생명(29조4064억원)을 제치고 9위에 올라선다.

이 같은 외형증대를 바탕으로 한 순이익 개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오렌지라이프 100% 편입 이후 생보사 당기순이익이 2291억원으로 2018년 상반기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KB금융 역시 연간 1000억원대의 순이익을 올리는 푸르덴셜생명을 편입해 하반기 생보사 실적을 100억원대인 지금보다 10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비로소 계열사 손해보험사(KB손해보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KB생명·푸르덴셜 당분간 독립 법인으로 운영 / KB국민은행·카드 등과의 시너지 기대…방카슈랑스 규제는 영업 제한 요인

KB금융은 신한금융이 그랬듯이 사업 안정화를 위해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을 당분간 독립 법인 형태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후 인사 교류 등을 통해 적응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일단 두 계열사 모두 보험 판매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GA채널에 특화돼 있는만큼 안정적인 매출 확보를 기대해볼 수 있다. KB생명보험은 종신보험으로 GA채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푸르덴셜생명은 변액연금 분야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금융 측은 “KB생명은 방카슈랑스와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 채널에 강점이 있는 반면, 푸르덴셜생명은 전속 영업조직인 라이프 플래너(LP·Life Planner)와 GA 중심으로 특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두 생보사는 각자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KB금융 계열사와의 연계 속에서 시너지를 낼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LP가 특화돼 있는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마이데이터 사업 등에 힘입어 KB국민은행이나 KB국민카드 등과 함께 통합 자산·라이프 관리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방카슈랑스 규제는 관련 영업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판매할 수 없게 하는 ‘25%방카룰’을 도입했다.

푸르덴셜생명까지 방카슈랑스를 시행하게 되면 KB국민은행은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 상품을 최대 33%이하로 판매할 수 밖에 없다. 관련 지주회사가 지분 15% 이상을 소유한 보험사의 판매비중은 합산해 33%이하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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