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의 패러다임 전환(1)] '아직 배고픈' 셀트리온의 성장을 이끌어갈 6가지 '미래가치'

강소슬 기자 입력 : 2020.09.09 07:14 ㅣ 수정 : 2020.09.09 07:14

업계 1,2위에 나란히 오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전통적 제약기업의 주도권, 바이오기업에게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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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설립된 지 20년도 되지 않은 셀트리온이 올 상반기에 매출액 8016억원을 기록, 제약·바이오업계 1위를 차지한 것은 제약업계를 지배해온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를 상징하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산업화 초기를 이끌었던 '전통적 제약사'들이 유지해온 제약산업의 주도권이, 훨씬 짧은 연륜의 바이오의약품 기업에게 넘어가고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창업자인 서정진(63) 회장은 자신의 성공을 과대평가하는 시선을 원치 않는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성장은 이제부터 더욱 빠른 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셀트리온이 구축하고 있는 6가지 미래가치가 향후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연합뉴스 / 그래픽=뉴스투데이]
 

■ 100년 전통의 최강자 유한양행 밀어내 / 셀트리온의 1,2위 독점 체제는 '강력한 시너지' 될 듯

 

지난해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매출 순위는 큰 안정적이었다. 최강자 유한양행은 부동의 1위였다. 셀트리온은 8위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 상반기에 셀트리온이 단박에 1위로 부상하면서 유한양행을 3위로 밀어냈다.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75.5% 오른 매출액 8016억원,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은 55.0% 오른 3020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를 전 세계에 유통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매출액 7771억원, 영업이익 1426억원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업계 1,2위를 독점하는 체제가 지속될 경우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뒤를 전통적인 제약기업들이 잇고 있다. 3위인 유한양행(매출액 7288억원, 영업이익 367억원), 4위 GC녹십자(매출액 7778억원, 영업이익 217억원), 5위 광동제약(매출액 6233억원, 영업이익 246억원), 6위 종근당(매출액 6074억원, 영업이익 622억원) 등 이다. 매출액보다 영업이익 격차가 훨씬 크다.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은 전통적 제약기업의 10배 안팎에 달한다. 

 

따라서 유한양행이 전년대비 매출액 3.5%, 영업이익은 무려 5349%나 올렸지만, 셀트리온에 비하면 영업이익이 약소한 수준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60년대, 70년대에는 TV 광고는 대부분 제약과 식품이었을 만큼 한국의 산업화 초기를 제약과 식품산업이 이끌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유한양행과 종근당 같은 역사가 깊은 제약·바이오업계들이 국내 제약산업의 리더였는데, 20년도 안 된 셀트리온이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격변이다”라고 말했다.

 

1936년 설립된 유한양행은 국내의 대표적 제약기업이다. GC녹십자는 1950년, 광동제약 1963년, 종근당 1941년에 각각 설립됐다. 이에 비해 셀트리온은 2002년에 설립된 신생 제약·바이오기업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매출 1조 클럽’의 가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곳은 셀트리온, 유한양행,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총 7사였다. 셀트리온의 현재 기세라면 올해 매출 2조원을 넘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셀트리온의 미래가치 6가지 [표=뉴스투데이]
 

■ 판매단가 높은 ‘바이오의약품’, 셀트리온의 매출액 90% 넘어 / 의약품 산업 변화는 셀트리온에게 유리한 물결

 

셀트리온이 지난달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셀트리온 매출액의 90.53%는 바이오의약품에서 나왔으며, 케미컬의약품 등은 8.23%에 그쳤다.

 

생체 의약품이라고도 불리는 ‘바이오의약품’은 DNA 기술을 응용해 미생물세포, 배양조직세포에서 대량으로 순수하게 생산시킨 펩티드호르몬, 백신 등의 의약품을 말한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체로 단가가 비싸고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구조가 단순하고 분자량이 적은 ‘케미컬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

 

셀트리온이 합성의약품인 케미컬의약품보다 고부가가치 영역이자 판매단가가 높은 바이오의약품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비중이 커질수록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의약품 산업이 겪고 있는 변화의 물결은 셀트리온에게 유리한 물결인 것이다.

 

■ 대부분의 매출 국내보다 수익성 높은 ‘유럽·미국’시장서 나와/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3총사, 유럽시장 강자

 

셀트리온의 '고수익' 사업구조는 해외시장 주력기업이라는 점에 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들은 국내보다 수익성이 높은 유럽,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매출 대다수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나온다.

 

지난 2월 유럽에서 피하주사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며 출하량이 늘었고, 램시마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수요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는 점은 셀트리온의 매출을 견인한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유럽에서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3총사라 불리는 램시마는 60%, 트룩시마는 39%, 허쥬마는 1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램시마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의료정보 제공기관인 심포니에 따르면 램시마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2016년 말 출시된 램시마가 10.1%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램시마는 미국에서 다국적제약·바이오업계 화이자가 ‘인플렉트라’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에 출시한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점과 ‘램시마SC’ 등 고수익 제품의 매출이 확대된 것이 매출 견인차 구실을 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공장 내부 [셀트리온 제공]
 

■ 세계 10위권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보유 / 3공장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뛰어넘는 세계 최대 공장 될 듯 / 서 회장, '한국의 백신 주권' 근거로 해석

 

셀트리온은 의약품 개발 뿐만 아니라 생산도 가능한 종합제약·바이오업체다. 현재 셀트리온은 1공장에서 10만L, 2공장에서 9만L 생산 가능해 총 19만L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 셀트리온의 생산 규모는 전 세계 ‘상위 10위’ 안에 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셀트리온은 기존 공장으로는 바이오의약품 수요 증가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 송도에 20만L 규모의 3공장을 2023년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49만L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세계에서 생산규모가 가장 큰 공장을 가동하는 곳은 36만2000L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이며, 현재 2위는 30만L 규모의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3위는 28만L의 스위스 론자다. 셀트리온이 3공장을 완공하게 되면 생산능력은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세계 1위 규모에 오르게 된다.

 

세계 최대의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순히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만을 하지만, 셀트리온은 의약품 개발까지 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이 같은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이 한국의 코로나19 백신주권을 확보해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서 회장은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최로 열린 글로벌바이오컨퍼런스(GBC)에서 “한국이 전 세계 항체치료제 생산기지의 15%를 보유하고 셀트리온은 그 중 6~7%를 차지한다"면서 “한국은 유전자 재조합 백신 생산 인프라도 가지고 있고 단백질 재조합 백신은 결국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의약품'과, '케미컬의약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 대형 M&A 통해 케미컬의약품 사업도 확대,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셀트리온은 그동안 셀트리온제약을 통해 케미컬의약품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규모는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비해 크지 않았다. 그러나 기류가 전략이 변하고 있다.

 

최근 합성의약품 분야에서 단일 약품으로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복합제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케미컬의약품 사업을 확대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행보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일본 다케다제약이 보유한 18개 케미컬의약품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판권을 3324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계약을 통해 셀트리온은 한국과 태국, 대만, 홍콩,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브랜드 18개 제품의 특허와 상표 그리고 판매에 관한 권리를 확보했다.

 

이로써 셀트리온은 그동안 높은 국내 수요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들의 과점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를 국산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셀트리온이 인수하는 제품군에는 글로벌 개발 신약인 ‘네시나’와 당뇨병 치료제 ‘액토스’, 고혈압 치료제 ‘이달비’ 등 전문의약품과 감기약 ‘화이투벤’, 구내염 치료제인 ‘알보칠’ 등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일반의약품도 포함돼 있다.

 

셀트리온은 기업결합신고 등 각 지역 관계기관의 승인 과정을 거쳐 2020년 4분기 안에 사업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임상 물질 [사진제공=연합뉴스]
 

■ R&D 투자비율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1위 / '매출확대-투자확대' 선순환 구조에 올라타

 

셀트리온은 2019년 연구개발(R&D)에 총 3031억원을 투자해 업계 1위를 기록했다. 1년간 기술개발에 3000억원 넘게 투자한 기업은 셀트리온이 유일하다.

 

전통적 제약·바이오기업 중에서는 기술추출을 진행하고 있는 한미약품만이 2097억원을 기록했고, 녹십자는 1506억원, 대웅제약은 1405억 등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앞으로도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 말했다. 셀트리온이 업계 1위의 매출액을 올린 것은 R&D에 과감하게 투자할 여력을 더 확보했다는 뜻이다. '매출확대-투자확대'라는 선순환 구조에 올라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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