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완제의 시장 엿보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공매도의 악연(惡緣)이 끝나는 시점
조완제
입력 : 2020.09.04 17:46
ㅣ 수정 : 2020.09.04 17:56
[뉴스투데이=조완제 편집국장] 바이오 대장주 셀트리온이나 서정진 회장을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공매도다. 2013년 4월16일 서정진 회장은 공매도 주가조작세력을 언급하면서 울분을 토한 적이 있다. 서 회장은 이날 셀트리온이 지난 2년간 432거래일 중 95%가 넘는 412일 동안 공매도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이를 다시 사들여 돌려주는 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법이다. 서 회장이 공매도를 거론하기 전인 2012년부터 2013년초까지만 하더라도 셀트리온 주가는 3만~4만원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2013년 4월초에 갑자기 2만원 초반까지 급락했고, 그후 서 회장의 발언이 나오게 됐다. 급락 원인은 허위매출, 분식회계 등 루머 때문인데, 사실 증권가는 셀트리온의 수익성이나 사업모델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그러나 서 회장의 강도 높은 문제제기가 있은 뒤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6년에는 8만원대에 진입했고, 자연스럽게 공매도 논란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특히 지난 2017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의 본격 판매 등에 힘입어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2018년 3월 37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셀트리온 주가는 이후 2년여간 지속적으로 하락한 뒤 15만~20만원 박스권에서 횡보하다 공교롭게도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 3월부터 다시 급등했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3월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특히 지난 6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착수 소식에 셀트리온은 20만원에서 30만원대까지 수직 상승했다. 전 고점인 37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주가는 30만원 안팎에서 2달 넘게 박스권에 갇혀있다.
그러자 최근 셀트리온 일부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탓하기 시작했다. 주가가 올라가지 않는 것이 공매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등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는 지난 3월16일부터 공매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다만 금융위는 시장조성자(증권사) 등에게는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외 12개 증권사가 지정돼 있는 시장조성자는 원활한 거래를 위해 매수·매도 호가를 촘촘하게 내 가격 형성을 주도하는 한편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셀트리온도 지난 3월16일부터 시장조성자만이 공매도를 할 수 있게 돼 공매도량이 예전의 10분의 1도 안 되게 줄었다. 매일 수만주에 달하던 공매도 물량이 수천주로 떨어진 것. 특히 지난 6월초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착수 소식이 전해진 뒤 공매도량은 1000주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고작 수백주의 공매도가 셀트리온의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1억원도 안 되는 물량이다. 그런데도 일부 투자자들은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공매도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공매도가 다시 허용된 때부터다. 금융위는 이달 15일까지인 공매도 금지기간을 내년 3월15일까지 6개월 연장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3월 이후 셀트리온의 주가 향방과 공매도세력의 공세수위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매도가 횡행하는 종목이 셀트리온·신라젠·에이치엘비 등 바이오기업임을 들어 공매도가 이들의 주가 거품을 줄이는 순기능을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바이오기업들이 검증되지 않은 수익모델과 성장성으로 기업가치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셀트리온이 공매도공격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정당하게 평가받고 있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시장에 줘야 한다. 내년에 서정진 회장과 공매도의 악연(惡緣)이 어떤 모습으로 표출될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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