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육군참모총장은 왜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됐을까?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국방부 장관에 육사 41기인 서욱 육군참모총장을 지명했다. 현 정부 들어 최초의 육사 출신 등용인데다, 통상 합참의장을 거치고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문민 정부 출범 이후 역대 국방부 장관 중에서 육군참모총장에서 곧바로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사례는 2006년 김장수 전 장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김대중 정부 당시 김동신 전 장관처럼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한 후 조금 공백기를 가졌다가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사례는 있었다.
■ 연합사와 합참의 작전부서 요직 모두 거친 연합작전 대가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모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직책을 경험했다. 이 자리는 지상구성군 사령관 직책을 겸하고 있어 전시에 한반도 지역 내 모든 육군을 통괄 지휘한다. 매년 실시하는 한미연합 연습 시에도 항상 이 직책에서 임무를 수행해 군령 계선에서는 육군참모총장보다 더 권한이 강하다.
따라서 전시작전권(이하 전작권) 전환을 원만하게 이끌어내려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거치거나 미군 합참의장을 대리하는 한미연합사령관과 수시로 소통해야 하는 합참의장 경험이 상당히 중요하다. 서욱 장관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양개 직위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직책상 경험이 미흡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욱 장관은 한미연합사에서 가장 핵심 직위인 작전처장과 기획참모차장 직책을 수행한데다, 합동참모본부의 작전부장과 작전본부장을 역임했다. 이처럼 연합사와 합참의 작전부서 요직을 모두 거친 장군은 거의 없다. 즉 직책 경험으로는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연합작전의 대가이다.
따라서 청와대는 서욱 육군참모총장의 이런 경력이 그동안 언론에 유력하게 거론되던 이순진, 박한기 전 합참의장과 비교하더라도 전작권 전환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할 차기 장관으로서 손색이 없고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김용우 전 총장 설계한 육군개혁 안정되게 자리 잡도록 내실 치중
차기 장관이 해야 할 또 다른 중요 업무는 국방개혁의 완결이다. 국방개혁은 해·공군의 경우 강화되는 추세여서 별 문제가 없지만 육군은 부대와 병력이 급격히 감축되면서도 전투력은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육군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차기 장관이 전작권 전환에 이어 특히 육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 해군 출신인 송영무 장관에 이어 공군 출신인 정경두 장관이 임명됐기에 순서상으로도 육군이 장관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적임자로 거론된 인물이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이었다. 김 전 총장은 재임 중 드론봇 전투체계, 워리어플랫폼, 아미타이거 4.0 등 과거 어느 총장도 하지 못한 육군의 도약적 변혁을 이끌었다. 하지만 한미연합사 근무 경험이 없어 전작권 전환을 이끌기에는 제한된다는 평이 대두됐다.
반면, 김용우 전 총장의 후임자인 서욱 장관 지명자는 김용우 전 총장이 육군개혁 차원에서 설계한 미래 육군의 모습이 보다 안정되게 자리를 잡도록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해 왔다는 평을 얻고 있다.
■ 서주석 차장과 근무 인연 막역하고 9·19 군사합의에도 관여
차기 장관이 수행할 중요 업무란 관점 이외에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관계도 중요하다. 통상 정권 후반기가 되면 대통령은 내각과 여당보다 ‘순장조’로 불리는 청와대 보좌진을 중심으로 국정을 수행하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상황적 여건은 국가안보실 1차장인 서주석 전 국방부 차관과 협력 관계 형성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청와대는 차기 장관 및 군 수뇌부가 학군 19기인 서주석 차장과 얼마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상대인지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욱 장관은 서주석 차관 시절 합참 작전본부장을 하다가 육군참모총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원인철 합참 차장도 동시에 공군참모총장으로 발탁됐다.
즉 서욱 장관에 이어 합참의장으로 내정된 원인철 공군참모총장도 모두 서주석 차관 시절 합참에서 본부장 및 차장으로 근무한 인연을 갖고 있다. 또 차기 육군참모총장으로 가장 유력한 남영신 지작사령관(학군 23기)은 당시 국군기무사령관에 임명됐고, 기무사 해편 작업을 주도한 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창설해 사령관을 역임하다가 대장으로 진급했다.
이와 같이 신임 장관 및 차기 군 수뇌부로 내정되거나 유력한 인물들이 서주석 차장과 근무 인연이 막역하다. 게다가 서욱 장관은 합참 작전본부장이던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 현 정부의 국방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 원인철 합참의장(공군), 남영신 육군총장(학군) 구도 가능해져
또한 국방부 장관의 지명은 이어질 군 수뇌부 인사와도 연결돼 있다. 즉 누구를 장관으로 임명하느냐에 따라 합참의장과 육군참모총장 등의 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던 이순진 장관설은 육사를 배제한다는 전제하에 3사 출신 장관에 육사 출신인 서욱 합참의장, 학군 출신인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구도였다.
이순진 전 의장은 문 대통령이 전역식에 참석해 축사도 했지만 현 정부에서 임명된 인물이 아니었고 전작권 전환과 국방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만한 역량도 검증되지 않았다. 더구나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결심 공판에 참석하는 등 각별한 관계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선에서 멀어졌다.
이렇게 이순진 장관이 여의치 않자 일부에서 박한기 장관설이 나왔다. 이 경우 학군 출신 장관에 육사 출신인 서욱 합참의장, 학군 출신인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구도로 학군 출신이 겹쳐 모양이 좋지 않다. 게다가 박한기 의장이 에이브람스 한미연합사령관과 소통은 원활했지만 청와대와 소통은 다소 힘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합참 작전본부장 당시 9·19 남북군사합의 과정에서 청와대와 교감이 원만했던 전남 광주 출신의 서욱 장관으로 낙점됐다. 이 경우 그동안 군의 주축 세력인 육사 출신 배제란 원망도 어느 정도 해소하면서 원인철 합참의장,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구도가 가능해져 무난한 인사란 평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거론되던 인물 중 가장 적임자 선택했다는 긍정적 반응 주류
정부의 기대처럼 군 내외적으로는 서욱 장관 지명에 대해 그동안 거론되던 여러 인물들 중 가장 적임자를 선택했다는 긍정적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정부는 금일 서욱 신임 장관의 의견을 들어 원인철 합참의장을 내정했고, 장관 및 의장 청문회를 마치면 곧바로 육군 및 공군참모총장 등 대장급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장관 지명 과정이 어떠했든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책임지게 된 신임 장관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안보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들은 서욱 장관 지명자가 원인철 합참의장 내정자와 함께 무너진 군 기강을 바로 세우고 안보를 튼튼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