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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 ‘구조적 실패’ 딛고 일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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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8.24 16:45 ㅣ 수정 : 2020.08.24 16:51

금융당국·판매사의 잘잘못 가리기보다 중요한 건 사모펀드 체계 정립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지난해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에 이어 최근에는 젠투펀드까지 사모펀드 사태가 줄줄이 터지면서 책임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특히 부실펀드를 판매한 ‘판매사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과연 작금의 사태가 금융회사만의 책임일까.

■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사모펀드 판매한 금융회사 잘못” vs 금융회사, “부실펀드 숨긴 운용사 잘못”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원금 전액 배상 결정을 내렸다. 이에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달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방식의 펀드 판매로 NH농협은행에 대한 제재안(과징금 20억원)을 확정했다. 펀드 판매사인 은행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다른 은행들 역시 펀드 판매에 있어서 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게 됐다.

 

판매사의 책임을 묻는 금융당국의 논리는 간단하다. 은행 등이 투자자에게 직접 권유해 판매한 펀드가 부실상품 판매나 불완전 판매로 피해가 발생했으니 판매사가 고객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품을 기획하고 투자금을 굴린 운용사가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투자위험 등의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했고, 판매사는 기재된 내용 고객에게 고지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판매사가 운용사의 투자제안서를 검증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도의적 책임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를 명시하는 어떠한 의무나 권한도 없는 상황이다.

■ 사모펀드 공급 조절 실패한 ‘금융위’, 부실펀드 감독 못한 ‘금감원’, 실적 올리기에만 몰두한 ‘금융회사’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는 누구 하나의 책임이라기보다, 금융당국과 판매·운용사 모두의 책임, 즉 ‘구조적 실패’로 말미암은 결과다.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한 경향이 있다. 사모펀드 적격투자자 요건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조정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펀드 사전 심사제를 사후 등록제로 변경한 것이 이런 부실펀드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모펀드만을 운영하고자 하는 업체는 집합투자업 인가 없이도 금융위에 사모집합투자업 ‘등록’만으로 영업이 가능해짐으로써 사모펀드의 ‘공급 조절’에 실패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무수히 쏟아지는 펀드를 일일이 감시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약한 틈’을 악용하는 운용사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 했다. 실제로 옵티머스자산운용사는 투자처까지 허위로 기재했다. 투자제안서에는 한국도로공사 등 안정적인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홍보했지만 펀드 편입자산의 대부분을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 등에 투자했다.

 

판매사도 마찬가지다. 은행원들이 판매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실적 위주의 성과지표 때문에,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없이 불완전판매를 부추긴 결과를 낳았다. 실적 경쟁으로 인해 사실상 동일한 펀드를 여러 개로 쪼개 판매하는 ‘펀드 돌려막기’ 행태도 비일비재했다.

■ 사모펀드 순기능은 살리면서 ‘구조적 개선’ 해나가야

누가 결정적인 잘못을 했는지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공동의 실패를 딛고 앞으로 어떻게 사모펀드 체계를 정립할지가 관건이다. 지나친 규제를 도입한다면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사장될 수 있다. 법제처에서는 벌써 일반 사모펀드 투자 최소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다시 높이는 개정안을 심사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사모펀드는 잘만 활용하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성장 기업이나 중견기업에 투자할 때 충분한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적정 가치를 메길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모험자본격의 자금 조달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결국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최대한 살리면서 ‘구조적 개선’을 해나가는 것이 주요 과제다.

 

금융위원회는 적정 수준의 규제를 통해 부실 사모펀드가 시장에 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펀드를 공급하는 운용사를 체계적으로 감독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판매단계로 내려갔을 때 대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금융회사 역시 금융투자상품 판매와 관련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 개편에 나섰다. 실적 위주 지표에서 고객 사후관리 평가 배점을 확대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있다. 여기에 판매상품 자체에 대한 이해가 동반된다면 불완전판매 사태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모펀드 시장의 주력 플레이어들이 펀드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한다면 이번 사태는 펀드 생태계가 한층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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