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주식 부호 ‘4위’ 오른 셀트리온 서정진의 5가지 성공전략

한유진 기자 입력 : 2020.08.20 07:36 ㅣ 수정 : 2020.08.20 09:02

코로나19는 표면적 변수, 심층적 이유는 따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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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한유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재계판도가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가운데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국내 주식부호 4위에 올랐다. 지난 17일 금융정보서비스 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2조7611억원 이었던 주식 가치는 지난 14일 5조6194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보유주식 가치가 8위에서 4위로 뛰어 올랐다.

 

그러나 서 회장의 약진을 코로나 혜택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단견에 불과하다. 셀트리온 창업과 성공의 역사를 분석해보면 5가지 성공전략이 두드러진다.

 
17일 금융정보서비스 인포맥스에 따르면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주식 가치는 현재 5조6194억원으로 주식 부호 순위 4위에 올랐다. [그래픽=한유진 기자]

■ 첫째 ▶ 높은 역경지수가 오히려 성공의 동력으로 작용

서정진 회장은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와 건국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삼성전기’와 ‘한국생산성본부’에서 근무하였다. 1992년에는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에게 스카웃되어 ‘대우그룹’으로 이직해 대우자동차 경영혁신팀을 책임지는 임원 자리를 맡게 된다. 당시 34세로 최연소 임원이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그였지만 IMF 외환위기때 실직을 경험했다. 구조조정에 의해 하루 아침에 백수 신세가 된 것이다. 성공 가도를 달렸기 때문에 좌절의 깊이는 더 깊었다.

 

하지만 2000년 밑바닥에서부터 창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더 높은 비상을 꿈꾼 것이다. 시련이 쉴새없이 엄습했지만, 높은 역경지수가 그 시련을 돌파하는 힘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창업 초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산업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 부족했다. 투자받기가 어려웠던 서 회장은 초기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사채 시장을 전전하기도 했다. 그는 한 강연에서 “스스로 대단한 능력을 갖췄다고 자부했지만 생각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 둘째 ▶ 과감한 도전을 즐긴 기업가 정신

서 회장이 전혀 새로운 분야인 바이오시밀러 영역에 뛰어들었던 것도 주목된다. 큰 성공은 과감한 도전의 산물이기 마련이다. 때문에 도전정신은 기업가 정신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서 회장은 2000년에 함께 실직한 동료 10명을 모아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을 창업하기로 하고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그러나 생명공학 분야가 유망하다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구체화하기 어려웠다. 그는 “전 세계 바이오 강국에 직접 가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 오겠다”며 홀로 해외로 떠났다. 이는 외로운 선택이었고, 그만큼 치열한 도전정신이 담겨 있었다.

 

훗날 서 회장은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미국, 서유럽, 일본, 중국 등 40개국을 돌아다니며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지만 한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동료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섣불리 돌아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당시 창업은 직업을 갖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절박했기 때문에 기회가 나타날 때까지 직접 찾아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도전은 절박함의 산물인 것이다.

 

■ 셋째 ▶ 직접 발로 뛰는 철저한 ‘현장 경영’

  

"논문에 답이 없으면 현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서정진 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실제로 서 회장은 해외 각국을 직접 발로 뛰며 철저한 ‘현장 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8년 서 회장은 일본 시장 확대를 위해 일본 위암학회와 소화기학회, 류마티스학회 등 일본 주요 의료관계자들을 만나 셀트리온의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 마케팅 활동을 직접 지휘한 바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MHLW) 임직원 대상 강연 등에서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소개하고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현장 경영을 몸소 실천했다.

2000년 넥솔 창업 직후 사업 아이디어를 얻고자 1년 동안 40개국을 돌아다닌 경험부터 이어져온 서 회장의 현장 경영은 셀트리온의 눈부신 성장을 이룬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 넷째 ▶ 명실상부 CMO 퍼스트무버

 

제약·바이오에 대한 서정진 회장의 과감한 도전은 ‘맨땅에 헤딩’과 같은 막무가내 투자가 아니었다. 한 사업의 성장 비전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일궈낸 성과였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사업 초창기 시절,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을 시작으로 익힌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세계 최초로 EMA와 FDA에서 승인받은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 상업화에 성공,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서 회장은 사업 아이템을 찾으러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을 때 성공 가능성을 발견했다. 당시 항체 개발 분야에서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던 미국 회사 ‘제넨텍’은 에이즈 백신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에이즈 백신 개발은 후진국에서 주로 소비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분야였다. 

 

서 회장은 제넨텍에 “우리에게 에이즈 백신 기술 이전을 해주면 한국에서 에이즈 백신을 생산해주겠다”고 제의했다. 시장 개척자를 자임한 것이다.

제넨텍은 서 회장의 말에 투자를 결정했다. 그는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와 주변에서 돈을 빌려 공장을 지었다. 즉 셀트리온은 CMO(위탁 생산)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설비 운영 노하우, 품질 관리 기술 등을 축적한 셀트리온은 항체 바이오시밀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이후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까지 미국의 승인을 받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지금의 셀트리온이 있기까지는 서 회장의 선견지명과 우수한 연구개발 역량이 바탕이 됐다"면서 "셀트리온의 현재는 끈기와 노력이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꾸준히 이어져 온 우수한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현재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 의 개발을 비롯한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글로벌 바이오 산업을 이끄는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으로 전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다섯째 ▶ 두터운 인간관계가 만들어 낸 성공이라는 ‘행운'

 

서정진 회장이 대표가 가져야 할 자질로서 ‘인간성’을 매번 강조한다. 서 회장은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친구가 선뜻 15억원을 내준 것,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됐을 때 외국 투자은행으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받는 데에 성공한 것 등의 사례는 모두 그들이 자신을 좋아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서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주변의 도움으로 셀트리온을 창업해 성공이라는 행운을 거머쥔 인물이다. "행운도 인간성이 바탕이 되어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론을 입증한 셈이다.

또한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의 창업 멤버 10명과 15년 넘게 근무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 회장은 “똑똑한 사람은 혼자 시작할 수는 있지만, 마무리는 할 수 없다, 마무리는 주위에 아군을 거느린 사람의 몫이다”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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