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증권사들, CP 발행 늘리는 까닭은?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8.13 06:03 ㅣ 수정 : 2020.08.13 07:55

자금 확보와 유동성부채 분산·조정 위해 선제적 대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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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증권사들이 기업어음(CP·Corporate Paper) 발행을 늘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CP는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주로 1년 미만 만기로 발행하는 단기채권을 말한다.

금융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CP 발행을 확대하는 이유를 CP금리가 안정적인 시기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CP만기 다변화를 통해 유동성부채를 미리 분산·조정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에서 증권사의 유동성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한 만큼, 당분간 증권사들은 장·단기 CP 발행을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증권사들이 기업어음(CP·Corporate Paper) 발행을 늘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사진=뉴스투데이]
  

■ 7월 증권사 CP 발행 규모 1조8140억원…전월 대비 23.5%↑ / 8월 11일 기준 NH투자·신한금투·메리츠증권 등 총 9350억원 발행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증권사가 발행한 CP 규모는 1조81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에 비해 23.5%(3450억원)가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CP 발행 규모가 가장 컸던 증권사는 총 5200억원 어치를 발행한 신한금융투자였다. 뒤 이어 삼성증권이 2900억원, 메리츠증권이 1700억원, DB금융투자가 1400억원, 유진투자증권이 13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8월 들어서도 증권사의 CP 발행은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증권사가 발행한 CP는 총 9350억원에 달한다. 아직 8월 중순이 지나지 않은 것을 감안했을 때, 8월의 발행 규모는 지난달과 비슷하거나 웃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들어서는 NH투자증권의 CP 발행 규모가 가장 컸다. 11일을 기준으로 총 49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신한금융투자가 3050억원, 메리츠증권이 1000억원, 유진투자증권이 400억원, 현대차증권이 300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과 부국증권이 각각 200억원, 케이프투자증권이 5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모두 만기가 3월에서 1년 미만이라는 특징이 있다.

 

앞서 증권사들은 3월 CP를 대거 발행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으로 해외 주가연계증권(ELS·Equity Linked Securities)의 기초지수가 폭락했고, 이로 인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이에 증거금 마련을 위해 CP 발행 등으로 단기자금 조달을 크게 늘린 것이다.

 

실제로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조 단위 CP 발행 행렬을 이어갔다. 3월 16일~20일에는 1조510억원, 3월 23일~27일 사이엔 2조19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표=뉴스투데이 /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 조달금리 낮을 때 미리 자금 확보 / 3·6·12개월 등 CP 만기 다변화→유동성리스크 방지

5월과 6월엔 증권사 CP 발행 총액이 2조9290억원과 1조4690억원으로 각각 증가·감소했으며, 7월 들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선제적인 자금 확보와 유동성부채를 분산·조정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CP금리가 안정을 찾으면서 저비용으로 자금조달을 미리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여력이 회복됐지만 코로나 여파가 이어질 하반기를 대비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3월 CP 3개월물 금리는 5년만에 2%를 넘으면서 급등했으나, 현재 1.4%대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최근 증권사들이 CP 발행을 늘리는 것은 조정유동성비율을 조정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고 설명했다.

 

조정유동성비율은 기존 유동성자산을 유동성부채와 우발채무(채무보증)을 합산한 금액으로 나눈 것이다. 유동성부채는 잔존만기 3개월 이하의 부채를 뜻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한국투자증권(96.97%), 교보증권(96.56%), 신한금융투자(94.15%), 하나금융투자(92.75%), 메리츠증권(85.42%) 등의 조정유동성비율이 100%를 밑돌고 있다.

 

조정유동성비율이 중요한 이유는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유동성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조정유동성비율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조정유동성비율이 100% 미만으로 하락한 시점부터 6개월 내에 100% 이상으로 상향조정되지 않을 경우, 증권사에 대해 자체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유동성 관리방안을 당국에 즉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올해 2분기까지 금융투자업 시행세칙을 개정하기로 예정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미리 CP 만기를 다변화하는 등, 유동성부채를 분산함으로써 조정유동성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B씨는 “CP 만기를 3개월 이상, 6개월 이상, 1년 미만 등으로 다변화 시키면서 상환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그동안 증권사들이 단기사채·CP 등 단기자금조달에 주로 의존해왔다”며,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 발생 시 단기금융시장 경색이 증권사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업계에서는 3월 만큼 단기금융시장에 큰 타격이 올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당분간 증권사들이 CP 발행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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