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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연상시키는 청년기본법, ‘제2의 류호정’ 쏟아져 나오나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5일부터 시행되는 ‘청년기본법’의 탄생설화는 ‘어린이 날’과 유사하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미래의 기둥이면서 무시당하는 조선의 어린이를 독립적 인격체로 대우하자는 취지로 1923년 어린이날을 제정한 것처럼, 청년층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씁쓸하지만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모름지기 ‘기본법’이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입법에 붙이는 작명법(作名法)이다. ‘여성기본법’이나 ‘어린이기본법’이라는 명칭은 성립되지만 ‘재벌기본법’은 성립되기 어려운 조어가 된다.
청년기본법의 맥락도 그렇다. 청년이 사회적 약자라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고 권익을 신장하기 위해 기본법까지 제정하게 된 것이다. 'N포세대'로 불리우는 한국청년은 이제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사회적 약자’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5일 SNS를 통해서 “시대에 따라 청년들의 어깨에 지워진 짐도 달라져 왔다”면서 현재의 청년이 과거의 청년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어르신들이 청년이었을 때 식민지와 전쟁, 가난의 짐을 떠맡아야 했고,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에 청춘을 바친 세대도 있다”면서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일자리, 주거, 소통, 참여, 복지, 삶의 질 문제를 비롯해 예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정부는 청년들이 겪는 주거, 금융, 일자리, 복지, 교육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무엇보다 자유롭게 삶의 경로를 선택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기본법이 시행돼도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 원칙과 선언적 의미를 담은 법률이기 때문이다. 즉 ‘청년 헌법’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예컨대 청년의 범주를 ‘만 19~34세’로 정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조례를 통해 저마다 다른 청년 연령 기준을 정해 놓은데 따른 혼란을 해결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는 ‘만 18~34세’를, 인천시·대구시·광주시는 ‘만 19~39세’를, 대전시는 ‘만 18~39세’를, 경기도와 울산시는 ‘만 15~29세’를 각각 청년으로 구정하고 있다. 부산시를 제외한 지자체들은 관련 조례를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법의 제정 목적은 청년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동법 3조에 의하면 청년의 발전이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의 청년이 처한 실존적 조건은 ‘낮은 삶의 질’임을 사실상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한국청년의 현실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청년기본법이 위력적 결과를 초래할지는 향후 운용과정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기본법 8조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5년마다 청년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했다.
13조에 따르면 국무총리 산하에 위원 40명으로 구성되는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청년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활동을 하게 된다.
이와 관련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달 28일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파격적일 만큼 관례에서 과감히 벗어나 청년층을 대변하는 젊은 위원들을 모셔 청년의 어려움을 생생히 듣고 함께 해결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19~34세의 청년층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년층의 경제사회적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위원회를 통해서 신진기예들이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은 정의당 소속 류호정(27)씨이다. 청년정책조정위가 제 역할을 한다면 '제 2의 류호정'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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