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카드 장기대출인 카드론 금리 공시체계가 강화되면서 카드사의 대출 금리 인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카드업계에서는 카드론 금리인하 경쟁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카드론 상품 특성상 고객 이탈이 단기간에 급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새 공시 체계가 도입될 신용대출과 현금서비스 역시 카드사가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금리를 내리긴 어려울 전망이다.
■ 24일 기준, 7개 전업 카드사 장기대출 금리…KB국민카드 13.17%로 가장 낮고, 롯데카드 14.94%로 가장 높아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20일부터 카드사별 카드론 대출 금리 공시를 시작했다. 지난 2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삼성·현대·롯데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장기카드대출 금리는 최소 13.17%에서 최대 14.94%를 기록했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카드대출상품 비교공시제도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카드사 대출 관행 개선방안’의 일환이다. 당초 지난 5월부터 새 공시 체계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시급한 업무가 겹쳐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새 공시 체계는 원활한 대출 금리 비교를 위해 카드사별로 상이한 내부등급체계를 표준화했다. 이전까지 카드사들은 외부 신용평가사(CB·Credit Bureau)의 신용등급 기준에 따라 대출 금리를 공시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실제 신용등급은 외부 CB사 신용등급에 각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매기는 내부 신용평점을 합쳐 결정됐다.
여신금융협회의 공시엔 카드사별로 외부 CB사 신용등급만 나와있다보니, 소비자들이 실제 적용받는 카드론 대출 심사 기준이나 금리가 이와 상이해 혼선이 일어났다.
앞서 금융위 역시 “카드론의 경우 대부분 할인 마케팅으로 취급돼 회원에게 평소 안내되는 (비할인) 금리와 실제 대출금리 간 괴리가 발생한다”며, “카드회원이 평소 안내받는 금리정보로는 합리적인 대출상품 선택이 곤란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는 부도율(PD·Probability of Default)을 기준으로 한 10등급으로 △기준가격(비할인금리) △조정금리(할인금리) △운영금리(최종금리) 공시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CB사 평균 4등급에 해당하는 5~6등급(표준등급 기준) 대출 고객은 17.00% 비할인금리에서 2.00%포인트(p)를 할인받아 최종적으로 15.00% 수수료를 부담하면 된다는 정보를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카드사가 더 많은 금리할인을 제공하는지 쉽게 파악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카드업계 관계자 A씨는 “이번 공시 목적은 금융회사와 고객의 정보 비대칭성을 최소화 하는 데 있다”며, “고객이 대출상품을 상호비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선택권이 넓어지기 때문에 이에 따라 선택받지 못한 금융회사가 생겨나는 등 자연스럽게 시장 움직임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4일 공시된 카드사 별 장기카드대출 평균 금리는 KB국민카드가 13.17%로 가장 낮았고, 하나카드(13.50%), 신한카드(13.89%), 현대카드(14.09%), 삼성카드(14.10%), 우리카드(14.67%), 롯데카드(14.94%)가 뒤를 이었다.
이중 가장 금리 할인을 많이 제공하고 있는 카드사는 삼성카드다. 평균 조정금리가 2.56%를 기록했다. 할인폭이 가장 적은 카드사는 우리카드로 평균 조정금리가 0.06%였다. 이외 KB국민카드(2.04%), 신한카드(1.91%), 현대카드(1.68%), 하나카드(1.64%), 롯데카드(1.08%) 순으로 조정폭이 컸다.
■ 카드업계, “대출 금리 경쟁 제한적일 듯” / 9월 돌아오는 대출 만기&이자상환 유예…연체율↑ 우려
금융당국은 새 공시 체계가 카드사간 건전한 금리경쟁을 유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카드론 상품 자체의 특성과 리스크 관리 등의 이유로 금리경쟁이 격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A씨는 “카드론은 이미 자사 신용카드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 중에서도 대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급격한 고객 이탈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가입하지 않은 카드사에서 대출 금리를 파격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카드론 상품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카드업계 관계자 B씨는 “카드사 간 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마케팅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제활동인구 1인당 평균적으로 소지하고 있는 신용카드 수는 3.9장인 것을 감안했을 때 금리부담이 더 낮은 카드론 상품을 이용하고자 빠져나가는 고객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B씨는 “오는 9월부터 코로나19 피해 고객 등을 위해 시행한 대출 만기연장이 끝나고 이자상환 유예가 돌아온다”면서 “연체율 상승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신규 장기대출 고객을 확보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드론 취급 규모는 이미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7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취급 금액은 총 12조107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1%(1조4957억원) 증가했다. 금리가 10% 중반대로 높아도 코로나19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취약 차주들이 몰린 탓이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카드사의 레버리지 한도 완화 역시 금리 경쟁을 통한 대출 확대로 이어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레버리지 한도를 6배에서 8배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한도가 완화됨에 따라 카드론·현금서비스 공급액 등 전체 자산이 자본의 8배를 넘지 않으면 된다.
A씨는 “레버리지 한도 완화는 신사업하는 데 여력을 주고자 시행되는 것“이라며, “규제가 완화됐다고 해서 대출취급을 늘리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비율이 7배 이상이 될 경우 가계대출에 115% 가중치를 부여하는 규제도 있기 때문에 대출 확대 여력이 현실적으로 많진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KB국민카드는 내달 15일부터 현금서비스(단기 카드대출)에 적용하는 최고금리를 기존 23.6%에서 연 23.9%까지 0.3%p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법정 최고금리인 24%보다 0.1%p 낮은 수준이다. 취약 차주가 늘어나는 등 리스크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카드론을 시작으로 9월에는 신용대출, 11월에는 현금서비스로 새 공시 체계를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들 금리도 인하 경쟁이 심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A씨는 “이미 카드사 금리는 충분히 내려와 있는 상태”라며, “역마진(수신금리와 여신금리 간의 차이)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 인하를 할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