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은 대박인데…공모 리츠에는 투심 얼어붙은 까닭은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SK바이오팜의 상장 이후 공모주 청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상장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부동산투자신탁)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싸늘하다.
금융업계에서는 공모 리츠에 대한 투자심리(투심)가 얼어붙으면서 시중 유동성이 신산업 테마주 등으로 몰렸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임대수익 등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고위험·고수익을 쫒는 투자자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저평가된 공모 리츠 중에서도 배당 안정성이 높은 종목을 선별 투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시중 유동성 증가율이 낮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인컴형 자산에 대한 관심이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미래에셋맵스제1호리츠, 작년 롯데리츠·NH프라임리츠에 비해 수요예측 최소 50%이상↓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 중인 리츠는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미래에셋맵스제1호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마스턴프리미어제1호리츠, 디엔디플랫폼리츠, 신한서부티엔디리츠, 이에스알켄달스퀘어리츠 등 9곳이다. 공모 규모는 대략 2조3208억원이다. 이는 지난 2001년 리츠가 도입된 이후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앞서 공모 리츠시장은 2018년 정부의 리츠 공모·상장 활성화 방안 등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8년 6월 리테일 기반의 이리츠코크렙 상장을 시작으로 약 1000억원대에서 5000억원대 규모로 5배 성장했다. 이후 오피스형 신한알파리츠의 상장으로 상장 리츠 규모는 8000억원대로 커졌다.
이어 지난해 10월 리테일 기반의 롯데리츠의 상장으로 2조원대 시가총액(시총)을 기록했다. 작년 말에는 오피스형 NH프라임리츠도 상장됐다.
상장리츠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수요예측 역시 경쟁률이 치열했다.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의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율은 각각 358.01대 1, 1711.65대 1을 기록했다. 일반청약은 63.28대 1, 1317.62대 1이었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IPO 수요예측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87.09대 1, 일반청약에서 26.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관 수요는 최소 75.7%에서 최대 94.9% 감소했다. 일반청약 경쟁률 역시 최소 57.5%, 최대 98.0% 떨어졌다.
미래에셋맵스제1호리츠의 경우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이 54대 1, 일반 투자자가 9대 1로 집계됐다.
예를들어 공모 리츠 청약 희망자가 작년 1000명이었다면 올해는 500명 미만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상장 일정을 연기하는 곳도 나왔다. 22~24일 상장예정이었던 마스턴투자운용의 마스턴프리미어1호는 연내 하반기로 일정을 미뤘다.
마스턴운용사 측은 “최근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특정 섹터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면서 일부 리츠 주가들이 내재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와 청약 일정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공모리츠 시장이 외면받으면서 주가도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16일 상장된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의 시초가는 4800원으로 공모가 5000원를 밑돌았으며, 441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1일 종가는 4465원으로 1.2%(55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외 7개 상장 리츠 역시 주가가 급락했던 3월 이후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3월 저점 대비 지난 21일을 기준으로 가장 크게 주가가 오른 에이리츠(6530원)는 20.2%(1100원)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외 케이탑리츠, 모두투어리츠, 이리츠코크렙, 신한알파리츠, 롯데리츠, NH프라임리츠 등 6개 종목은 최소 -7.0%(NH프라임리츠)에서 최대 12.6%(이리츠코크렙) 증감했다.
■ 신산업 테마주 등으로 유동성 몰려, 코로나로 부동산 관련 인컴형 상품 안정성↓ / 배당 안정성 높은 종목 선별투자
업계는 상장 리츠 시장이 부진한 이유로 신산업 테마주 등으로 몰리는 유동성과 공모 리츠에 대한 투심 위축을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하이리턴(high return)을 노리는 투심이 강해지면서 리츠와 같은 인컴형 상품이 상대적으로 외면받은 경향이 있다”며,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SK바이오팜과 같은 바이오주, 2차전지 등과 관련된 신산업 IPO 주식·테마주 등으로 집중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 B씨 역시 “코로나 여파로 임대수익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인컴형 상품의 장점인 안정성이 퇴색된 측면이 있다”며, “공모리츠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상품의 실제 안정성에 비해 기피현상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는 저평가된 종목 중에서 배당 안정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를 고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기초자산이 되는 부동산의 수익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리츠의 투자 구조도 살펴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연기금·운용사 등과 같이 자금조달 측면에 있어서 탄탄한 최대주주(앵커)가 있는 리츠는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 구조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B씨는 “리츠에서 추가로 차입하는 자산의 안정성을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업계는 하반기 공모 리츠 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씨는 “하반기 시중 유동성 증가율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인컴형 자산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을 보장하는 리츠에 대한 관심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씨 역시 “리테일·호텔 등과 같이 코로나 직격탄을 받은 리츠처럼 저평가된 종목은 향후 경기 회복에 따라 반등의 여지가 있다”면서 “저가매수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