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 이야기 (28)] 방포사 생활② 미군 소관인 워게임 중단 사건을 조사하게 된 '황당한 이유'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7.22 17:24 ㅣ 수정 : 2020.07.22 17:27

단기장교에겐 숙소를 내주지 않은 포대장의 사고방식에 당혹 / 오산기지에선 워게임 시스템도 모르는 참모들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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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팀 스피리트 기동 훈련이 시작된 며칠 후 어느 날, 작전장비 안에서 훈련과정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날 주어진 임무는 무사히 완료되었다. 그리고 잠시 틈이 나서 그 장교와 얘기를 하면서 '야외기동 훈련 기간 중 힘든 것은 없는가', '훈련 중에 숙식은 문제 없느냐'는 등 일반적인 얘기를 하는데, 그 장교의 대답이 필자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작전장교(중위)들은 별도의 숙영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장비에서 먹고 자고, 훈련 상황이 없으면 병사들 천막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는 그런 얘기였다. 이외에도 몇 가지 애로사항을 말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동안 자기들의 그런 애로사항을 얘기할 곳이 없었는데, 필자가 오니 얘기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부사관, 병사들은 숙영 공간(천막)이 있는데, 장교들은 없다니. 그리고 작전장교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니.

 

저녁 식사를 마치고 포대장(당시 포대장은 육군에서 전군한 장교이고, 필자보다 임관이 3~4년 빠른 장교였다)과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포대를 돌아보니 작전장교들 숙소가 없던데 무슨 이유가 있는가?’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혹시 필자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까 해서. 그러자 그 포대장에게서 전혀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들(작전장교)은 단기장교로서 2~3년만 근무하면 전역한다.

 

그러나 부사관들은 장기 자원들이다. 단기자원들에게 별도의 숙소를 마련해 줄 이유도 없고 잘 대해줄 이유도 없다. 단기장교들은 고생해야 한다.” 대략 이런 취지의 대답이었는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이 없었다. 자기 휘하의 장교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사례를 겪으면서 느낀 점은, 육군에서 공군으로 전군한 장교들은 전투의지는 높다고 평가했지만, 일부 영관 장교들은 부대원을 대하는 자세 내지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었다.

 

팀 스피리트 훈련 통제관을 마치고 돌아오자 필자의 차기 보직이 거론되었다. 오산기지의 작전통제부서로 가게 된다는 얘기가 들리기에 필자는 여단 인사참모(소령)에게 현재의 보직 이수기간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보직이수 후에 인사명령을 내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단 인사참모는 육군 인사규정 개념이 이러이러한데 공군규정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보직 이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필자를 설득했다. 결론적으로 그 때문에 필자가 인사상 불이익을 보았다. 물론 후에 다른 보직을 이수하면서 해결이 되었지만, 이런 식으로 필요에 따라서 육군 규정과 공군 규정을 혼용하는 답답한 경우가 꽤 있었고, 이에 따라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그해 봄에 오산기지의 작전통제부서로 전속명령이 나서 오산으로 부임했다. 오산기지는 통신 장교 이후로 몇 년 만에 다시 오게 되었고, 이제는 방공포병 장교로서 부임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분은 그때와 달리 상쾌했다.

 

부임하고 한 달 후에 작전 가능 평가를 통과하고는 바로 임무에 투입되었다. 작전통제부서의 근무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24시간 근무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 인원이 조별 근무를 하게 되는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근무 후 휴식, 다시 근무 후 휴식, 이런 식으로 근무가 계속 이어진다.

 

따라서 심신이 늘 긴장된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고, 체력관리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 단점이 있는 반면에 한번의 근무 주기가 끝나면 이틀 정도의 긴 휴식이 주어진다. 얼핏 보면 신선놀음 하는 것 같지만 한번 경험해 본 사람은 결코 좋아하지 않는 근무 형태다. 특히 심야 근무는 정말 적응하기 어려웠다.

 

한편, 오산기지에서 근무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비행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후배 장교가 오산 기지의 비행클럽에 한국군 장교도 가입이 가능하다고 하며 가입을 권유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비행클럽은 미군 또는 그들 가족의 복지를 위한 미 공군 소속의 비행클럽이었고, 당시에는 한국군 장교도 회원가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9.11 사태 이후에는 미군 이외에는 회원 가입이 안되었다.)

 

중등 비행 훈련 이후 늘 아쉬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비행클럽에 가서 책임자와 면담을 하고는 곧바로 회원으로 가입했다.

 

오랜만에 다시 온 오산기지에서의 생활은 평이했다. 오산기지는 군 생활 중 가장 많이 근무한 곳이다. 소위 때를 제외하고는 전 계급에서 1년 내지는 2년을 근무했던 곳이라 ‘마음의 고향’이라 부를 만한 곳이다. 그만큼 추억도 많고 정이 많이 든 곳이다.

 

그 해에 오산기지 근무는 특별하게 어렵거나 통신장교 때와 같은 ‘독특한’ 상관을 만나지도 않고 그야말로 평이하게 근무했다. 그 당시 작전통제부서 인원 구성은 공군으로 전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서 부서장도 육군에서 전군한 장교(대령)였고, 1개 조 인원의 대다수가 육군에서 전군한 장교들이었다.

 

필자보다 모두 임관이 4~5년이 빠른 장교들이었고, 대부분 중령 진급 시기가 지난 장교들이라 그런지 조용히 근무하면서 필자에게 이런저런 얘기(방포사 업무 흐름이나 유도탄 포대에 관한 얘기 등)를 들려주었다. 당시 그들에게 들은 얘기는 필자에게 방포사 근무에 대한 간접 경험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공군의 업무나 문화에 대해서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 해 여름, ‘을지 연습’이 시작되면서 필자는 war game 요원으로 차출되어서 약 보름간 한미 연합 근무(war game)에 투입이 되었고, 근무 지역이 같은 오산기지 내에 있어서 평소와 다름없이 근무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을지연습이 끝나갈 즈음해서 황당한 일이 생겼다.

 

당시만 해도 War game을 하다 보면 가끔 워게임 컴퓨터 시스템이 정지되어서 워게임 흐름이 끊어지고는 했었다. 그런데 이 워게임 컴퓨터 시스템은 한국군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미군 측에서 운영하는 것이라서 왜 컴퓨터 시스템이 중지되는가는 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미군 측에서 그 원인을 확인하고 처리해야 할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컴퓨터 시스템이 중지 되는가에 대한 원인분석’ 임무가 필자에게 주어졌다. 왜 이런 지시가 하달되었는지, 누구 지시인가 알아봤더니 그날 아침 방포사 상황보고 시간에 사령관이 ‘왜 워게임 컴퓨터 시스템이 자주 중지 되는가’를 질문했고, 아무도 시원하게 대답하는 참모가 없자 작전통제 부서장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필자에게 그 임무가 하달된 것인데, 사령관이 궁금하다고 해서 워게임 컴퓨터 시스템과 전혀 관계가 없는 필자에게 그런 임무가 하달되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갔다.

 

그때 사령부 참모들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공군으로 전군한지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War game 컴퓨터 시스템 개념도 모르는 참모들! 자기들이 모르는 것을 작전통제부서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사람들! 필자 생각에는 사령관이 이런 질문을 했으면 그 대답은 통신(전산) 참모나 작전 참모가 대답을 했어야 했다. (다음에 계속)

 

 

예비역 공군 준장, 순천대학교 초빙교수(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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