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상 진입한 아스트라제네카 ‘독주 열풍’은 오해, 화이자와 칸시노 등도 강력한 ‘다크호스’
■ 치료제보다 개발 까다로운 백신, 현재 상황은? / 임상 돌입한 후보물질만 15개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코로나 백신은 비감염자 즉 정상인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항체를 만드는 역할을 하며, 치료제는 말 그대로 감염자가 바이러스에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백신은 치료제와 달리 건강한 사람에게 투약해야 하므로 개발도 승인도 훨씬 까다롭다. 또한, 백신의 안정성과 효과성을 입증하기까지 고위험군 임상시험 등 남은 과정이 많고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보고된 코로나 백신 후보 물질 200여개 가운데 임상을 시작한 건 15개다. 대부분은 초기 단계인 임상 1상에서 2상에 머무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과 영국, 중국을 대표하는 백신 개발사들인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중국 칸시노가 나란히 긍정적인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백신 후보는 안전성에 대한 새로운 입증 자료도 보고됐고, 임상시험 대상자에게서 면역반응을 생성했다.
■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 2상 임상서 ‘중화항체’ 형성 ‘T세포’ 반응 유도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기업 바이오엔테크는 코로나19 백신의 2상 임상시험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60명의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독일에서 진행한 이번 시험결과 두 차례 백신을 투여한 참가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는 앞서 미국에서 진행한 1상 시험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며, 이번 시험에서는 백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고도의 T세포 반응도 유도했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시험 대상자 중 일부가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 것 외에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전했으며, 이달 말 최대 3만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추가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진과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임상 3상서 1회 백신 투여로 이중 면역반응 확인
영국의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 이중 면역반응을 확인했다. WHO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 3상에 진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의학저널 ‘랜싯’에 게재된 임상시험 결과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은 1077명 참가자 전원에게서 중화항체와 T세포가 형성됐다.
이번 임상에서 T세포 반응은 백신 주입 14일 차에 정점에 올랐고, 2개월간 유지됐다. 중화항체는 백신 주입 한 달 만에 참가자 95%에서 4배가 증가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참가자들이 모두 백신을 1회만 맞았다. 임상시험을 주도한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의 사라 길버트 박사는 몇 주 안에 더 규모를 키워 1인당 백신을 2회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일부 사람은 발열, 피로, 주사 부위의 통증을 경험했지만, 대부분은 가볍거나 보통 수준의 증상이었다. 칸시노 측은 코로나19 백신의 브라질과 러시아 실험을 준비 중이다.
앞서 소개한 미국, 영국, 중국의 백신들은 부작용이 미미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검증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에 돌입하면 결과는 몇 달 후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 모더나 임상 3상 또 연기, WSJ “실제 백신 제조 능력 있는지 의구심 들어”
모더나는 2010년 설립된 미국 신생 제약사로 지난 1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코로나19 백신을 공동연구하겠다 밝히고, 4월에는 미국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이 모더나 백신 개발에 4억3800만달러(약5262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백신 개발로 기대감을 높여오던 모더나는 돌연 27일 예정이던 임상 3상 시험을 연기했다. 7월 초에도 한차례 임상을 연기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더나는 2010년 설립 이후 20여개의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했지만, 이 중 단 하나도 상용화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실제 백신 제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어 왔다고 보도했다. 모더나는 지난 5월 학술지 발표를 통한 외부 전문가 검증을 거치지 않고 중간 임상 결과를 성급하게 공개해 사기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 "코로나 백신 올해 말 사용 가능" VS "대규모 임상 남아 전망 불투명"
업계에서는 시험결과가 긍정적이라면 올해 말 초기 물량의 사용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코로나 백신 임상 3상 시험을 갑자기 연기한 것과 같이 돌발 변수가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라 아직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미국 바이오산업협회에 따르면 신약 임상시험은 최종 상용화까지 평균 9.6%의 성공률을 보인다. 임상시험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의미다. 신약 출시 이후 사후관리에 해당하는 4상 임상시험도 남아있다.
2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아스트라제네카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T세포 반응을 생성하고 중화항체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라 환영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이 이어져야 한다”고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한편, 한국에서는 바이오기업 ‘제넥신’과 미국 제약사 ‘이노비오’가 각각 개발한 후보 물질로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백신 2건, 치료제는 13건 임상시험이 승인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