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퇴직연금 고객 유치전(戰) 3가지 키워드는?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1분기 하락했던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이 2분기에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시중은행이 퇴직연금 고객 유치를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증시 회복 등으로 퇴직연금에 편입된 투자자산 수익률이 나아지면서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도 회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계열사 협업을 통해 고객풀(pool)을 확대하고, 수익률 관리·방어를 강화, 수수료 인하로 고객부담을 줄이는 등 퇴직연금 고객 확보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상품 유형으로는 개인형 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상품을 집중 확대하고, 코로나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을 신규 출시할 방침이다.
■ 5대 시중은행, 2분기 퇴직연금 수익률↑ / DB형 1.50~179%, DC형 1.61~1.91%, 개인형 IRP 1.01~1.33%
25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NH농협·하나·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2분기 퇴직연금 수익률은 지난 1분기 대비 모두 상승했다.
앞서 이들 은행의 1분기 퇴직연금 수익률은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전부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퇴직연금에 편입된 투자자산이 손실을 입은 탓이다.
유형별로 보면 확정급여(DB·Defined Benefits)형 수익률이 가장 적게 떨어졌다. 모두 1%중반대를 기록하면서 작년 말 대비 소폭 하락했다. DB형은 근로자가 소속돼 있는 회사에서 외부 금융회사에 위탁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운용을 한다. 원리금 보장 편중도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DB형 1분기 수익률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1.55%, 1.50%로, 0.15%포인트(p) 씩 떨어졌다. 이어 하나은행(1.71%)이 0.08%p, 신한은행(1.66%) 0.05%p, NH농협은행(1.47%) 0.04%p 하락했다.
근로자가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확정기여(DC·Defined Contribution)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은 손실폭이 컸다.
DC형 수익률은 2%대에서 0%대로 주저앉았다. 1분기 KB국민은행이 0.63%, 신한은행이 0.87%의 수익률로 1.75%p씩 하락하면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뒤이어 하나은행이 0.90%, 우리은행이 0.85%로, 각각 -1.49%p, -1.44%p 떨어졌다. NH농협은행은 0.98%p 떨어진 1.09%를 기록했다.
3%대 수익률을 기록했던 IRP의 경우 4개 은행 상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말 대비 3.86%p 떨어진 -0.84%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0.57%)이 3.63%p, KB국민은행(-0.80%) 3.35%p, 우리은행(-0.26%) 2.66%p, NH농협은행(0.12%)이 1.91%p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 A씨는 “코로나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률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개인이 상품 구성을 하는 DC형·IRP의 경우 고수익·고위험 상품으로 투자가 집중돼 시장 충격을 더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분기 들어 퇴직연금 수익률이 모두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DB형 수익률의 경우 신한은행이 0.13%p 오른 1.79%로 가장 많이 회복했다. 이어 KB국민은행(1.64%)이 0.09%p, 우리은행(1.58%) 0.08%p, 하나은행(1.71%) 0.06%p, NH농협은행(1.50%)이 0.03%p 올랐다.
대부분 0%대 수익률을 기록했던 DC형 역시 모두 1%대를 회복했다. 역시 신한은행이 1.91%로 1.04%p 오르면서 가장 큰 폭으로 회복했다. 뒤를 이어 KB국민은행(1.69%)이 0.89%p, 하나은행(1.71%) 0.81%p, 우리은행(1.61%) 0.76%, NH농협은행(1.69%)이 0.60%p 수익률이 올랐다.
마이너스 수익률이 가장 많았던 IRP도 모두 플러스로 전환됐다. 하나은행이 2.14%p 오른 1.30%로 가장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어 1.90%p 오른 신한은행이 1.33%로 제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1.75%p 오른 0.95%로 수익률이 0%대 후반에 머물렀다. 우리은행(1.05%)과 NH농협은행(1.21%)은 각각 1.31%p, 1.09%p 상승했다.
2분기 퇴직연금 수익률이 회복한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 B씨는 “아직 코로나 여파가 가셨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증시가 점차 회복하면서 퇴직연금에 편입된 채권 등 투자자산의 수익률도 나아진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C씨 역시 “글로벌 자산시장의 베어 마켓 랠리(약세장)가 진행되면서 수익율 회복이 강하게 이루어졌다”며, “이에 따라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 등이 우수하게 나타나 IRP를 중심으로 수익률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 신한·하나 계열사 협업&수익률 방어, KB국민 수익률 관리 주력, NH농협 수수료율 인하로 고객부담↓
은행권은 같은 금융지주 계열사 간 협업으로 고객풀을 확대하고, 수익률을 관리·방어하는 등의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 그룹 차원에서 도입된 ‘퇴직연금 매트릭스 조직’을 기반으로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과의 협업을 강화시키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 그룹 차원에서 도입된 ‘퇴직연금 매트릭스 조직’을 기반으로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과의 협업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들 계열사는 연금상품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경품행사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그룹 차원의 영업활동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 사업 영역을 유지하면서도 공동의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며, “퇴직연금 상품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협업과 마케팅 협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월 출범한 연금상품 전용 디지털 플랫폼 ‘스마트연금마당’은 업계 최초로 계열사 간 연금상품을 조회·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50대 가입자가 대부분이었던 퇴직연금 고객군을 30~40대로 넓히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하나생명보험과 함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7일 금융권 최초로 출시한 퇴직연금 전용 ‘자유적립식 원리금 보장 상품’은 IRP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사전에 확정된 이율을 보장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7월 기준 판매 예정 이율은 2.20%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존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 상품은 정기예금형이 대부분”이라며, “정기예금 금리가 매월 바뀌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 땐 괜찮지만 지금처럼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가입시점보다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즉 기존 상품은 매월 변동 금리로 운용되기 때문에 2% 수익률을 기대하고 가입해도 금리상황에 따라 1%로 하락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퇴직연금 고객의 금리고민을 덜기 위해 1년동안 금리를 고정하고 예금이 아닌 적금 형태의 상품을 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금리 하락 시기에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보호장치를 강화한 것이다. 퇴직연금은 장기상품이다보니 원리금 보장의 안정성을 어필하는 것이 주효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향후에도 하나생명보험 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와의 협업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고객 확보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사내 조직 개편을 통해 수익률 관리·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전에는 마케팅 조직을 중심으로 영업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률 관리 중심의 조직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익률 개선 애자일(Agile)’ 전담조직을 신설해 수익률 개선을 위한 과제를 발굴하고 정기적인 수익률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올해는 수익률 관리를 더 강화하기 위해 ‘고객 수익률관리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최재영 KB국민은행 연금사업본부장은 “올해는 퇴직연금 고객관리 체계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고객 수익률 향상을 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NH농협은행은 퇴직연금 수수료율을 낮춰 고객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IRP 수수료율을 최대 0.27%에서 최소 0.20%로 낮추고 있다.
기존 IRP 수수료는 퇴직 IRP와 적립 IRP 모두 평가금액이 1억원 미만일 경우 평가금액의 0.37%, 1억원 이상일 때는 0.35%였다. 이를 각각 0.27%와 0.24%로 0.10%, 0.12%씩 낮췄다. 비대면으로 가입하면 수수료가 0.20~0.22%까지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는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를 모두 합친 것”이라며, “업계 최저 수수료율로 고객 확보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 IRP 중심으로 영업 확대 / 코로나19로 어려운 근로자 위한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 신규출시
향후 은행권은 IRP 상품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IRP는 2017년 7월 가입대상이 확대된 이후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C씨는 “IRP의 경우 재직기간 중에는 세액공제 목적을 위해 적립식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며, “퇴직 시에는 IRP로 의무이전 하도록 돼 있어, 퇴직금 수령으로 활용하는 등 평생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은행권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 출시에 나설 방침이다.
앞선 관계자는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퇴직금 관련 담보제공 및 중간정산 사유를 자연재난 및 사회재난으로 확대하는 근퇴법 시행령시행규칙 입법 예고를 진행하고 있다”며, ”은행권에서 이와 관련한 퇴직연금 담보대출 상품 취급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와의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은행권은 매년 다양한 수수료 인하 정책을 도입하면서 비대면 채널 고도화 등으로 퇴직연금 고객관리를 강화해 보다 효율적인 자산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코로나 여파로 자금마련을 위해 고객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하는 비율이 더 늘어나게 될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C씨는 “지난 4월 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근퇴법) 시행령 개정으로 중도인출 요건이 보다 강화됐다”며 중도인출이 급증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