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애경 제치고 화장품업계 3위 등극한 신세계의 필승 전략은
바이레도’, ‘산타 마리아 노벨라’, ‘딥티크 등 ‘럭셔리’ 브랜드로 승부 / 명품 즐기는 MZ세대 소비 트렌드 정확히 간파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뷰티업계에도 큰 위기가 닥쳤음에도 신세계가 업계 3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명품 화장품 브랜드인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하는 등 럭셔리 화장품 라인을 더욱 강화하면서 공격적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최근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의 소비 트렌드를 정확하게 간파하면서 럭셔리 화장품 부문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2012년 화장품사업에 뛰어들어 2019년 애경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 2012년 뒤늦게 뛰어든 화장품 사업 / 2012년 매출액 19억원에서 2019년 3680억원으로 끌어올려
21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화장품 매출액은 3680억원으로 기존에 업계 3위였던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부 매출액 3348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흐름은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917억원을 기록했으며, 애경산업의 화장품 매출액은 632억원에 그쳤다.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2년 19억원에 불과하던 화장품 매출액은 2013년 131억원, 2014년 113억원, 2015년 192억원, 2016년 321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는 매출액이 627억원으로 급상승했으며, 2018년 2219억원, 2019년에는 368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 오로지 한 길 ‘가성비’ 보다 ‘프리미엄’ 전략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업계 3위의 입지를 굳건하게 다진 데에는 ‘럭셔리 화장품’ 전략이 가장 큰 성공 원인으로 꼽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오직 럭셔리 화장품만 고수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독일 화장품 브랜드인 피지오겔의 판권을 확보한 것과 미국 에이본 등 중저가 브랜드를 주로 인수하는 것과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에서 ‘쁘띠 샤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색조 브랜드 ‘비디비치’, 2030을 위한 한방화장품 ‘연작’, 맞춤형 기능성 화장품 ‘오노마’에 스위스퍼펙션까지 럭셔리로 화장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완성해가고 있다.
또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수입 유통 브랜드들을 봐도 알 수 있다. 2014년 수입한 유럽 니치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201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된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 2017년 파리 니치향수 ‘딥티크’를 2018년에는 비건 화장품 ‘아워 글래스’ 그리고 2019년 프랑스 대표적인 약국 화장품 브랜드 ‘가란시아’와 ‘에르메스 뷰티’ 등 모두 고가의 럭셔리 뷰티 브랜드로 짜여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니치 향수 브랜드들인 ‘바이레도’, ‘산타 마리아 노벨라’, ‘딥티크’, 최근 트렌드로 뜨고 있는 비건 화장품을 만날 수 있는 ‘아워 글래스’, 4대째 약사가 집안에서 나온 프랑스 약국 화장품 브랜드 ‘가란시아’, 최근 가장 비싼 립스틱을 선보여 화제가 된 에르메스 뷰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수입 유통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향수, 스킨케어, 색조까지 다양한 라인이지만 모두 같은 군의 제품과 비교했을 때 고가의 ‘스몰 럭셔리’라 불리는 제품군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MZ세대 소비 트렌드 ‘스몰 럭셔리’ 간파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럭셔리’로 방향을 잡아 선보이는 뷰티 브랜드들은 명품을 선호하는 MZ세대 소비 트렌드를 정확하게 간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미엄 라인의 라치향수 등과 명품 브랜드의 립스틱은 실제 MZ세대가 선호하는 ‘스몰 럭셔리’제품이다. SNS에 해시태그로 ‘딥티크’, ‘에르메스 립스틱’을 검색하면 MZ세대가 직접 구매해 자랑하듯 올린 피드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들 MZ세대는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를 즐기며 고가의 명품도 주저 없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대학생 A씨(25)는 “1000만원이 넘는 에르메스 가방은 살 능력은 안 되지만, 가장 비싼 립스틱이라 불리는 8만8000원짜리 에르메스 립스틱은 알바비로 3개나 구입했다”며 “저렴이 립스틱은 1만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지만, 에르메스 립스틱을 선택한 이유는 명품 에르메스를 8만원대에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경우 MZ세대에선 에르메스 립스틱으로 플렉스 했다고 이야기한다. 립스틱의 컬러는 대부분 브랜드가 비슷하지만, MZ세대는 브랜드가 주는 경험을 소비하는 것을 즐긴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었지만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는 개점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유통하는 8만8000원의 초고가 에르메스 립스틱을 구매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매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백화점 개점 후 한 시간도 안돼 70명 이상 방문해 구매했는데, 명품 매장은 한 사람씩 자세히 상담 후 구매하기 때문에 객당 소요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라 론칭 당일 이슈가 될 정도였다”며 “당일 오전 한정판 컬러는 모두 품절됐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럭셔리 화장품 전략을 고수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발표한 스위스퍼펙션의 인수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인수를 통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인지도 제고와 함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이번 인수는 국내 기업이 화장품의 본산으로 불리는 유럽의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인수한 최초의 사례다. 그동안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비용의 문제로 유럽의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인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위스퍼펙션의 경우 세계적인 호텔 체인과 스파, 요트 등에 납품하는 B2B 브랜드이기 때문에, 대규모 자산 등을 함께 인수하지 않을 수 있어 비용의 부담이 비교적 적었다.
스위스퍼펙션은 1998년 론칭한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로 모든 제품은 스위스 전통과 기술력에 기반해 생산하고 있다. 주요 제품인 세럼의 경우 4일에 한 번씩 사용해 총 28일 쓸 수 있는 제품의 가격이 100만원 정도이며, 크림의 가격은 70만원대로 고가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는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스위스퍼펙션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비디비치, 연작, 스위스퍼펙션으로 이어지는 화장품 사업 포트폴리오는 고속 성장하는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 공략에 최적화된 것”이라며 “오직 럭셔리로 일관된 사업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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