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왕년에 잘 나가던 고배당주, 허당으로 전락한 이유는?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7.17 05:59 ㅣ 수정 : 2020.07.17 06:04

하반기 실적 부진 예상에 금융주마저 고배당 유지 어려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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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저금리 시대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지던 고배당주가 맥을 못 추면서 그 원인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배당주는 상장주식 중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이 기대되는 주식이지만, 올해 증시 반등 과정에서도 크게 상승치 못 했다.

 

금융업계는 이에 대해 코로나 여파가 실적 타격으로 이어지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업이 배당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시중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성장주에 쏠리며 고배당주가 외면을 받은 영향도 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기업 실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당금 규모나 수익률 역시 추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시대의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졌던 고배당주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2분기 중간배당, 4년만에 ↓…3월 이후 반등장에서도 코스피보다 주가 상승률 낮아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코스피·코스닥 상장회사 중 2분기 중간배당을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하거나, 중간 배당 계획을 밝힌 회사는 16일 기준으로 47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2개사가 감소한 것이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간배당금 규모와 참여 기업 수는 지난 2016년 47개 기업에 9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7년에는 53개 기업이 2조3000억원을, 2018년에는 53개 기업이 3조7000억원을, 2019년에는 57개 기업이 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2014년 도입된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효과 덕분이다. 고배당주식의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인하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분리 과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주식시장에서 부진한 배당을 늘려 가계소득과 기업의 수익성을 제고하고자 도입됐다.

 

기업들은 배당을 연말에 한 번에 하기보다 분기 별로 혹은, 1년에 한 번(중간배당) 나눠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 A씨는 “중간 배당은 사실상 기업실적의 중간점검 성격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이를 실시하는 기업은 하반기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배당 공시는 기업의 주가 상승을 암시하는 지표로 종종 활용돼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전반적으로 기업의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4년 만에 처음으로 2분기 중간배당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년간 꾸준히 배당을 지급해왔던 현대차·에스오일(S-Oil)·현대모비스·SK이노베이션 등 4개사는 2분기 배당 지급을 포기했다.

 

이처럼 배당을 결정하는 기업이 줄어들면서 은행·증권·정유·화학주 등, 전통적으로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을 담는 배당주펀드의 설정액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앞서 코로나 타격이 심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배당주펀드의 매력이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다.

 

A씨는 “기준금리가 0.5%의 초저금리 환경에서 배당주·배당주펀드 등은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으리란 시장 기대감이 꽤 있었다”며, “특히 2분기 중간배당 관련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대안으로 꼽히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이후 증시가 반등하는 과정에서 배당주는 크게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배당주펀드들이 주로 담는 삼성전자, 포스코,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올 3월 최저점을 찍고 지난달 30일까지 각각 24.2%, 26.09%, 33.2%(단순 평균)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의 상승율(33.2%)보다 낮다.

 

따라서 배당주펀드의 성과 역시 지지부진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270개 배당주펀드 설정액은 약 1조4억원이 감소했다. 테마형펀드 중 가장 많은 자금이 유출됐으며, 수익률도 연초 이후 -8%대를 기록했다.

 

■ 기업, 코로나발 실적 타격으로 배당삭감 / 유동성→성장주 강세장에 배당주 외면

배당주 매력이 떨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로 인해 기업 실적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넘기기 위해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졌으며 배당규모를 이전처럼 유지할 여력도 없어졌다.

 

이에 대해 B씨는 “기업이 현금성 자산 등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중간배당을 포기하거나 배당을 삭감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중간배당을 포기한 현대차·에쓰오일(S-Oil)·현대모비스·SK이노베이션 등 자동차·정유업체는 코로나 여파를 직격으로 받은 업종이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는 해외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출 실적이 급감했고, 정유업체는 국제 유가 하락과 더불어 석유제품 소비 감소 등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에쓰오일은 지난 1분기 창립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원대의 적자를 냈다. SK이노베이션도 2조원에 육박한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업계는 배당주가 외면을 받게 된 간접적인 원인으로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주, 바이오주 등의 성장주 강세를 꼽았다.

 

A씨는 “각종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성장주로 쏠렸다”며, “4차산업혁명펀드나 IT펀드 등이 성과가 좋았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유동성 장세의 경우, 낙폭이 크거나 경기에 민감한 종목보다 성장주가 수혜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고배당주의 투자 매력은 그리 높지 않을 전망이다.

 

B씨는 “보통 상장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를 뛰어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배당금 규모가 축소되고 수익률 역시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씨 역시 “유동성 증가율이 감소한다면 배당주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으나, 올 한해 시장의 유동성이 클 것으로 보기 때문에 배당주는 크게 주목받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당주 중에서 타 업종 대비 높은 배당수익률을 자랑하는 금융주 역시 하반기 배당삭감 부담이 있는 상황이다.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2019년 회계연도 현금배당액은 총 2조8671억원으로 2018년 대비 13.7%(3464억원)가 늘었다.

 

더욱이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의 고배당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자산 건전성이 우려되자,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와 함께 배당성향을 낮추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금융당국의 제재 아닌 제재가 배당수익률 감소로 바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오는 하반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주 역시 고배당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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