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6월 연체율 낮은데도 ‘코로나 방파제’ 쌓는 이유는?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시중은행의 6월 연체율이 한 달 사이 다소 낮아졌지만 건전성 위험에 대한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연체율이 표면적으로 감소한 이유를 가계·기업 대출 등 연체 대출 금액이 연체율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 등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 확대를 장려했던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역시 대출 한도를 낮추고 고위험 업종·차주 관리와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에 나설 전망이다.
■ 6월말, 5대 시중은행 연체율 잠정치 0.21∼0.33%…전월대비 0.04~0.07%p↓ / 연체율 타격, 시간차 두고 하반기에 가시화될 전망
14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6월 말 대출 연체율 잠정치는 0.21∼0.33%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0.25∼0.40%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최저값과 최고값이 각각 0.04%포인트(p), 0.07%p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2월(0.27∼0.36%)보다도 최저값이 0.06%p, 최고값이 0.03%p 낮은 수준이다. 3월 연체율은 0.15~0.29%, 4월은 0.16~0.32%였다.
가계·기업 대출 연체율 모두 5월에 비해 떨어졌으며, 가계대출 연체율이 기업대출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 대출의 경우 연체율은 한 달 사이 0.18∼0.33%에서 0.13∼0.29%로 0.05%p 하락했다. 기업 대출 연체율도 최저값과 최고값이 5월(0.24∼0.39%)보다 각각 0.06%p, 0.01%p 떨어진 0.18∼0.38%를 기록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본격적인 연체율 타격이 하반기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연체액이 연체율 산정에 반영되기 까지 시간차가 있기 때문이다. 연체율은 연체액을 총대출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연체액이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며, “분모에 해당하는 가계·기업 대출액 등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아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의 경제적 타격이 장기화됨에 따라 오는 3·4분기 시간차를 두고 발생할 연체율 증가 등 건전성 관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 개인·개인사업자신용대출 지난해 말 대비 6.1%↑7.1%↑…주담대는 증가세 둔화 / 금융당국, “시중은행,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주문
은행권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신규대출 확대 및 금리감면, 대출금 만기연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중소·중견기업 및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을 해왔다.
이에 더해 신용대출 수요 역시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주택담보대출이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는 추세”라며,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신용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6개월 만에 6.1%(7조4000억원) 증가한 117조5232억원을 기록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54조3885억원으로 7.1%(16조9000억원) 늘어났다.
특히 지난 2개월 간 주택담보대출액 증가율은 떨어진 반면, 개인 신용대출액 증가율은 꾸준히 올랐다. 4월 448조7894억원을 기록한 주택담보대출액은 5월 450조6097억원(0.41%·1조8203억원), 6월엔 451조4558억원(0.19%·8461억원)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개인신용대출액은 4월 113조6169억원을 기록했고 5월 114조6858억원(0.94%·4975억원), 6월 117조5232억원(2.47%·2조837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개인사업자대출액은 4월 247조7768억원, 5월 251조4055억원, 6월 254조3885억원으로 증가율이 소폭 감소했으나 총 대출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은행권의 6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946조7000억원)도 5월 말보다 0.16%(1조5000억원) 늘어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에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회사가 대출 등 고객에게 빌려준 돈 중에서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채권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계정을 뜻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코로나 금융지원의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는 금융상품의 ‘손상’으로 인식할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즉 정책상 지원되는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회사 등의 대출채권 상환 유예는 금융회사 대출채권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바로 증가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발 가계·기업 대출이 폭증하자 금융당국 역시 은행권에 대비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의 회계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리라는 입장을 전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30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들이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시중은행 건전성 관리 본격화…신용대출 한도 하향조정↓, 고위험 업종·차주 등 관리, 대손충당금 적립↑
일부 은행에서는 개인사업자 및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 리스크심의위원회에서 비대면 신용대출인 ‘우리WON하는 직장인대출’의 대출한도 산정 방식을 변경했다. 해당 상품의 최대 대출한도는 2억원으로 유지하는 대신, 이달 1일부터 대출한도 산정 시 연소득으로 인정되는 비율을 하향 조정했다.
이에 더해 요식업종 대출을 앞으로 건당 1억원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코로나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요식업체들의 대출이 급증한 탓이다.
신한은행도 지난 4월부터 ‘쏠편한 직장인대출S’ 등 신용대출 일부 상품의 소득 대비 한도 비율을 낮췄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연봉만큼 신용대출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연봉의 최대 90%만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4월부터 신용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며, “전체 신용대출의 한도를 줄인다기보다, 소폭 조정을 통해 외형대출의 증가속도를 조절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시중은행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받은 업종이나 대출상환 여력이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고위험 개인 차주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고위험 업종 관리는 개별 기업 고유의 신용위험을 평가하는 산업등급평가(IR·Industry Rating) 등을 통해 이뤄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연초 1회 이뤄지는 평가를 통해 중점관리 업종으로 코로나 타격을 받은 숙박업, 요식업 등이 이미 포함돼있다”며, “7월 중으로 리뷰를 통해 필요하다면 등급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역시 지난 8일부터 정기 IR을 시작했다. 하나은행도 고위험 차주와 위험업종을 일부 선정·관리하고 있다.
은행권은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도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권의 지난 1분기 원화대출채권 규모는 1762조원으로 이 중 대손충당금은 1%에도 못 미치는 14조원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오는 2분기에 대손충당금을 확대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