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행정소송, 美 FDA 판결이 청신호로 작용할까?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에 대한 행정소송이 본격화됨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보사 임상 3상 재개 허용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일 인보사 제조·판매 품목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 1차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던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오는 8,9월 중에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원고는 코오롱생명과학이며, 피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다.
■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 FDA결정의 긍정적 영향 기대감 숨기지 않아/이웅렬 회장 구속영장도 "범죄 혐의 소명 불충분" 이유로 기각돼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7월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을 때 인보사 주성분 1액은 연골세포, 2액은 세포 조직을 빨리 증식시키는 TGF-β1 유전자를 담은 연골세포로 보고했다. 하지만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 유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신장 세포로 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드러나자, 식약처는 인보사 제조, 판매 중지 명령을 내리고 곧이어 품목허가도 취소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성분이 바뀌긴 했지만,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엔 문제가 없다 항변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미국 FDA는 지난 4월 인보사 임상3상 보류를 해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임상 3상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미FDA가 한국식약처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향후 재판에서 미FDA의 조치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FDA의 임상이 진행된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인정한 부분"이라며 "향후 재판에서도 객관적으로 반응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린 절차에 맞춰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예정이다"고 언급,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정부가 자국민의 안전을 극명하게 해할 수 있는 신약의 임상은 허가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임상3상의 재개는 인보사가 약효가 있고 부작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를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FDA의 결정이 성분변경이라는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사유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만, 이번 임상 재개는 앞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이 만만치 않다.
FDA가 인보사 임상 3상 재개를 허용한 것은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절차이다. 이를 통해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돼 미국에서 시판이 허용될 경우, 인보사에 대해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린 한국식약처의 조치도 재검토될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이와 관련해 인보사 성분을 허위 신고한 의혹 등을 받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1일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되고,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의 보석도 지난 10일 허가됐다.
사실, 식약처의 입장만 반영하면 이웅렬 회장의 범죄 혐의는 충분히 소명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탕에는 식약처와 FDA의 상반된 시각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기소된 피고인들은 모두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됐다. 피고인은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K모 코오롱티슈진 최고재무관리자, Y모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지원본부장 등이다.
■ 세계적인 제약기업들도 실패한 ‘골관절염’ 치료제…세계 최초였던 ‘인보사’의 미래 주목돼
사실 인보사는 의미있는 바이오신약이었다.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골관절염’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제약기업들도 치료제를 내놓지 못했다. 일시적으로 통증 완화 효과 정도만 줄 수 있었기 때문에 골관절염은 낫기를 기대할 수 없는 병이었다.
‘인보사’는 주사 한 번으로 수술 없이 2년 이상의 효과가 지속되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였다. 통증이 멈추고, 더는 병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거나, 진행속도를 현저히 늦춘다면 사실상 근본 치료제로 보는데, 여기에 가장 근접한 신약이 인보사라고 평가를 받아왔다.
인보사는 신약 허가를 받은 뒤 1년여 시판 기간 동안 3700여건의 시술 사례를 축적했고, 미국 FDA 임상3상 허가를 받아 환자의 투약을 앞두고 있었기에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다.
인보사 제조와 판매를 코오롱그룹 소속 바이오 업체인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코오롱생명과학 미국 자회사)이 담당했다.
오는 2022년까지 코오롱생명과학이 계획대로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미국에서 인보사에 대한 허가를 얻고 현지 판매를 하면서 재기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인보사 관련해 11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인보사 사태 정리해보니...
인보사 사태를 시간별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999년 9월 코오롱 생명과학은 인보사 개발을 목적으로 연구 개발기업 ‘티슈진’을 설립했다. 2006년 7월 미국 FDA는 인보사의 임상시험을 승인했고, 같은 해 12월 식약청은 국내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2007년 식약처에서는 인보사의 품목신청 허가를 내렸다.
인보사 사태는 지난해 3월 인보사의 주성분 문제 확인 후 4월 식약처가 인보사의 제조 및 판매 중지를 명령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식약처는 지난해 5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고, 6월 검찰이 코오롱생명과학 등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이웅렬 전 회장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7월 검찰은 코오롱 본사까지 압수수색 했고, 결국 8월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이어 지난해 12월엔 검찰이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2020년 1월 검찰은 다시 이우석 대표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했으며 2월 결국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대표는 구속기소 됐다.
지난 4월 미국 FDA는 인보사 임상3상의 보류를 해제했고, 지난 1일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며, 10일 법원은 이 대표에 대해 보석 청구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보석에 대한 2억원을 내도록 하면서, 보석 허가 조건 5가지 ▲주거지 제한 ▲소환받을 때 정해진 일시·장소에 출석할 것 ▲ 도망 또는 증거인멸 행위를 하지 않을 것 ▲ 출국 시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을 것 ▲ 피고인이나 피고인으로부터 부탁받은 사람이 이 사건에서 증인으로 이미 증언했거나 증인으로 채택됐거나 채택될 수 있는 사람과 직접 또는 전화·메신저·이메일 등을 통해 접촉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동을 하지 않을 것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