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주 광풍에 칼 빼든 금융당국, ‘묻지마 상승’ 잡을 수 있을까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한동안 잠잠하던 우선주 상승률이 최근 다시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이익배당 우선권을 가진 주식을 말한다.
금융업계는 유동성이 증시로 몰리면서 이미 주가가 고점을 찍은 종목 이외의 투자 대안으로 우선주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우선주 과열로 인한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막고자 우선주의 상장·퇴출 기준을 강화하고 상시적 단일가매매를 적용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우선주의 과열이 단기적으로 방지될 수는 있지만 우선주 강세 자체가 꺾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6월 ‘우선주 광풍’…삼성중공업·두산퓨얼셀1·일양약품 등 7종목 주가 폭등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주식시장에 몰아쳤던 우선주 이상급등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삼성중공업과 일양약품의 우선주가 이달 들어 다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우선주는 발행량과 거래량이 매우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통 매수·매도 거래가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즉 가격 변동성이 낮기 때문에 수익·손실 역시 소유권·의결권을 모두 가진 보통주보다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양날의 검이 있다.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적기 때문에 적은 금액으로도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펼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일부 우선주가 기업실적과 관계없이 이상급등현상을 보였다. 6월 1일부터 16일 사이 주가가 폭등한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우선주였다.
특히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이 기간동안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주가가 9.5배 이상 오른 57만3000원을 기록한 것.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 보통주는 16일 6410원으로 마감하면서 29%(1430원) 올랐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삼성중공업의 카타르 국영석유사와 LNG선 수주가 빠르게 진행돼 주가가 반등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로 인해 우선주가 급등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등 조선 3사 중 올해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듀산퓨얼셀1·일양약품·한화·SK증권·SK·한화솔루션 우선주 등도 최소 80%에서 194%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이들의 보통주는 모두 우선주의 상승률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6월 1일부터 17일 사이 보통주가 평균 17% 상승할 동안 우선주는 171%나 상승했다. 이에 따라 보통주와 우선주 간의 주가괴리율 역시 918%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주가급등 우선주에 대해 “상장주식수가 적고 시가총액이 낮은 저유동성종목이 대부분”이라며, 이들 종목을 대상으로 한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 7월, 한국거래소 매매 정지에도…삼성중공업·일양약품 우선주↑
한국거래소는 급등한 우선주 종목을 매매 정지시키기도 했다.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관심을 집중시킨 삼성중공업 우선주의 경우 지난달 9일과 12일, 18일 등 3차례 매매 정지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지난 3일 31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거품이 꺼지는 모습을 보였다.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달 17일에 비해 58.0%(43만500원) 급락했다.
하지만 이후 3거래일 내내 주가가 오르면서 지난 8일 60만원선을 다시 회복했다가 9일 9.7%(6만7000원) 하락했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앞서 삼성중공업 우선주가 떨어지자 투자경고종목으로 재지정하고, 이후 상승과 하락이 이어지자 이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일양약품 우선주 역시 지난 6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재등록됐다. 2거래일 전 7만6000원으로 저점을 찍은 주가가 다시 9만60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발 제약주 상승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우선주의 이상급등 현상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우선주가 과열되는 이유를 유동성 과다로 인한 순환매 장세에서 찾고 있다. 순환매 장세는 급등한 종목, 주로 보통주를 거래해 차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 대상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
업계 관계자 B씨는 “코로나발 국내외 양적완화 정책으로 증시에 유동성이 몰렸다”며, “네이버·카카오 등 급등한 종목이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해 갈 곳 잃은 돈이 우선주로 몰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선주의 경우 보통주에 비해 배당 매력이 높다는 인식도 우선주 급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우선주가 배당 매력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보통주에 비해 배당금도 크게 높지 않다”고 밝혔다.
■ 금융위, 우선주 상장·퇴출 허들 높이고 30분 주기로 단일가 매매 도입 / 업계, “우선주 강세 막을진 속단 일러” vs “우선주 강세 오래 못갈 것”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우선주 관련 투자자보호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우선주 진입요건을 기존 50만 주 이상에서 보통주와 동일한 100만 주 이상으로 높였다. 퇴출 요건 역시 5만 주에서 20만 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시가총액 진입 요건을 20억원에서 50억원 이상으로, 퇴출 요건도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르면 30일 연속 20억원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90일동안 10일 연속으로 혹은 30일간 20억원을 밑돌 경우 상장폐지 된다.
다만 이미 상장된 우선주의 경우 기업들의 자구 노력 시간을 충분히 부여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1년 두기로 했다. 유예기간 후에는 상장주식수 10만 주, 시가총액 10억원으로 완화된 요건 1년을 적용할 방침이다.
B씨는 “우선주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유통주식양을 늘려 가격 변동성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상장주식수가 진입 요건의 50% 수준인 50만 주 미만인 우선주는 30분 주기로 단일가 매매가 이뤄진다. 즉 투자자 주문을 모아 하나의 가격으로 매수·매도 주문을 일시에 체결한다.
단일가매매 대상은 1년 단위로 지정되며, 분기별로 상장주식수 증감정도를 평가한다. 지정일로부터 분기 말까지 상장주식수가 50만 주 이상이 되면 다음 분기 시작거래일에 단일가매매 대상에서 해제한다.
이외에도 단일가매매 종료 시점에서 괴리율이 여전히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 3거래일 단위로 단일가매매를 연장하기로 했다. 괴리율 축소를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단일가매매의 경우 우선주가 단기적으로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선주 강세 자체를 꺾을 수 있을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B씨는 “우선주 강세는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금융위의 대책으로 인해 우선주 과열양상이 어느정도 수그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