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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로 요구불예금은 증가, 갈 곳 잃은 자금에 경제는 ‘돈맥경화’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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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7.06 06:45 ㅣ 수정 : 2020.07.06 06:45

핵심예금 증가→은행 자산건전성에는 도움 / 시중 통화 유통 속도 하락에 투자·소비는 빨간불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기준금리 인하 이후 최근 수신금리가 0%대로 떨어진 가운데 예·적금 잔액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서 대기 중인 돈이 많아지면서 요구불예금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주식을 사기 위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 역시 늘어나 요구불예금으로 잡히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인출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예금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요구불예금이 신용대출 등과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권의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적금 금리의 차이) 방어나 건전성 규제 관리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은행에 돈을 넣어두기만하고 좀처럼 꺼내 쓰지 않아,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신규 투자를 지원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재정·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수신금리가 0%대로 떨어진 가운데 예·적금 잔액이 줄어든 반면 요구불예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5~6월 늘어난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보통예금·당좌예금 등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7조 887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시중 유동성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공급되는 통화량을 시장이 소화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부동자금으로 남겨뒀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향후 부동자금이 증시나 부동산 시장 등으로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표=뉴스투데이 / 자료=각 은행]
 

■ 6월 요구불예금 증가폭 5월대비 8배↑…예·적금 금리↓, 해약 늘어 / SK바이오팜 청약 대기금도 몰린 것도 한몫

지난 6월 신한·KB국민·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4곳의 예·적금 금리가 일제히 내렸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2일 가장 먼저 주력 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 기본금리를 연 0.9%에서 0.6%로 0.3%포인트(p) 내렸다. 기준금리가 연 0.5%로 인하된지 5일 만이다. 다른 수신상품 50여 개의 금리도 점차 낮추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2일 60여 개 정기 예·적금과 수시입출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일제히 최소 0.05%p에서 최대 0.5%p까지 인하했다. ‘신한S드림정기예금’, ‘쏠편한정기예금’ 등 주력 상품들의 기본금리는 연 0.9%에서 0.6%로 떨어졌다.

 

농협은행 역시 같은 날 수신금리를 하향조정했다. 일부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작게는 0.15, 크게는 0.4%p 인하했다. 대표 상품인 ‘큰만족실세예금’은 연 0.45~0.9%에서 0.3~0.7%로 떨어졌다. 개인 정기적금의 기본금리도 0.8~1%에서 0.55~0.85%로 낮아졌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7일부터 50여 개 거치식 예금·적금을, 20일부터는 14개 입출식예금 기본금리를 내렸다. ‘우리 수퍼주거래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본금리가 연 0.7%에서 0.4%로 인하했다. 고금리 상품에 속하는 ‘우리 원(WON) 정기적금’ 역시 기본 금리가 1.9%로 0.1%p 낮아졌다.

 

끝까지 버티던 하나은행도 지난 1일 예·적금 금리를 최대 0.75%p 내리면서 수신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정기예금 금리는 0.05∼0.20%p, 정기적금은 0.20∼0.25%p 낮아졌다. ‘주거래정기예금’은 연 0.75%에서 연 0.65%로, ‘급여하나월복리적금’은 연 1.3%에서 연 1.1%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정기 예·적금잔액 역시 급격히 줄어들었다.

 

6월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의 정기예·적금 잔액은 672조153억원으로 1.5%(10조1690억원) 감소했다. 정기적금의 경우 38조4144억원에서 38조9239억원으로 소폭(1.3%·5095억원) 늘었지만, 정기예금은 643조7699억원에서 633조914억원으로 큰 감소폭(1.7%·10조6785억원)을 보였다.

 

정기 예·적금 잔액은 4월 들어 2조7278억원 줄어든 이후, 5월엔 5조원 이상 줄어들면서 지난달 10조원대를 경신한 것이다. 감소폭이 매달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예·적금 금리 메리트가 없어지면서 해약이 늘어났다”며, “아직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자금이 수시입출식예금 등으로 이동하면서 요구불예금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6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66조316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5%(24조3628억원) 늘어났다. 4월까지만 해도 전월 대비 1조3649억원 감소했지만, 5월부터 2조7259억원 증가해 두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증가폭만 보면 약 8배 늘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주식을 사기 위한 투자자예탁금도 요구불예금으로 잡힌다”며, “최근에는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대기금이 폭증하면서 요구불예금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청약 환불일이었던 지난달 26일 하루만에 4조원 이상 늘었다. 이날 기준 투자자예탁금 잔액은 총 50조원대를 돌파해 연초보다 2배 이상 늘었다.

■ 요구불예금&개인신용대출 동시 증가, 은행 자산건정성 등 단기 방어에 일조

 

요구불예금이 증가한 시기 은행 개인신용대출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자산건전성 등을 단기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 전망이다.

 

6월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17조5232억원으로 전월대비 2.5%(2조8374억원) 늘었다. 지난 3월 전월대비 2조2000억원 늘어났으며 4월 들어서는 5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가 5월 다시 1조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B씨는 “요구불예금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이기 때문에 은행의 자금 운용 측면에서 큰 시그널은 아니지만, 신용대출 등 여신이 함께 증가하면 괜찮은 편이다”고 봤다.

 

금리가 연 0.1% 수준인 요구불예금은 저원가성 예금에 속하며 일명 핵심예금이라 불린다.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 수익 방어나 자산건전성 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A씨는 “핵심예금은 유지하는 것이 더 관건이긴 하지만 정부 규제 완화에 함께 요구불예금 증가로 예대율(대출/예금 비율) 관리에 일부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 투자·소비 등 생산쪽으로 돌지 않아 ‘돈맥경화’ / 전문가, “적극적인 재정·경제정책으로 신규 투자 등 제고해야”

그러나 요구불예금 증가로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경제 전반에 돈맥경화가 오고 있다.

 

이에 대해 B씨는 “돈맥경화는 정부에서 푼 자금이 투자나 소비, 즉 생산적인 쪽으로 가지 않고 잠겨 있는 것”이라며, “증시로 자금이 가고 있긴 하지만 장기투자보다 일시적인 수익확보를 위해 단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유동성이 필요한 기업에도 자금이 돌지 않고 있다.

 

B씨는 “AA등급 회사채나 국채 등과 같은 우량채는 시장 수요가 있는데 A등급은 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이들 기업에 유동성이 수혈돼야 고용·상거래 등이 이뤄지는데 지금은 돈이 정체돼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A-등급까지도 우량하다고 봤으나 코로나 여파로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달 10일 광의통화를 뜻하는 M2가 지난 4월  3018조5550억원으로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특히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이 증가세를 견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과도한 유동성으로 부동자금이 막대하게 있다는 뜻이다.

 

지난 1분기 요구불예금 회전율 역시 사상 최저 수준(17.9회)에 근접한 18.4회를 기록했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요구불예금을 인출해 사용한 횟수가 줄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금융시장에서 통화가 유통되는 속도가 떨어졌다.

 

따라서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통화정책 이외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B씨는 “이미 마련된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의 집행속도를 높인다면 통화 측면은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신규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 과중한 유동성이 생산과 소비 쪽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 진작은 한계가 있고 코로나의 글로벌 확산이나 미·중 갈등 등의 대외여건은 정부가 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향후 부동자금이 증시나 부동산 등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단기에 증가한 시중 유동성이 주로 증시나 부동산 등으로 유입된 바 있다.

 

B씨는 실물자산 관련 투자에 대해 “투자자들의 부동산 기대수익이 높은 것도 있지만 다른 대체투자처가 거의 없다”며, “현행 부동산 규제는 수요만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을 늘려서 적정가격을 맞춰줘야 할 것이다”고 봤다.

 

한편 정부가 35조원 규모로 편성한 3차 추가경정예산은 적자국채 발행에 따라 부동자금을 흡수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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