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로 1분기 숨돌린 보험사, 'IFRS17' 대비해 체질 개선 나선다
2022년부터 ‘IFRS17’ 도입돼 저축성보험 부채로 인식 / 보험사, 변액·보장성 상품 개발에 주력할 듯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코로나19의 여파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의 초회 수입보험료(보험을 계약한 후에 처음으로 납입하는 보험료)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험사에서 은행이나 다른 금융부문의 판매 채널을 이용해 자사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전략인 ‘방카슈랑스(Bancassurance)’ 판매를 확대하고, 은행이 비이자 이익의 실적 방어를 위해 방카슈랑스 판매를 공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3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IFRS17’에 따른 자산건전성이 우려되는 만큼, 저축성보험 상품에서 벗어나 변액보험이나 보장성보험상품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보험사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영업이 어려워진 가운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초회 수입보험료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보험을 계약한 후, 처음으로 납입하는 보험료인 초회 수입보험료가 증가한 것에 대해,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인 방카슈랑스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생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큰 타격을 받지 않아 다행이다”며 “방카슈랑스에 주력해 같은 계열사뿐 아니라, 꾸준히 판매처를 발굴하고 있고, 보장성과 변액상품에 집중해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생보사의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상품 판매 비중은 75.17%로 손보사(6.61%)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 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 증가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생보사)의 방카슈랑스 수입보험료는 총 1조274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1조653억원에 비해 19.65%가 증가했다.
반면 손해보험사(손보사)의 올해 1분기 방카슈랑스 수입보험료는 1조628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1조5011억원보다 8.51%가 늘어났다.
이를 보험사 별로 살펴보면, 증가율이 100%가 넘은 곳은 삼성생명·미래에셋생명·KDB생명·하나생명·AXA손해보험 등 총 5곳이다.
은행 창구를 이용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확대된 이유는 은행이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수익성 확보를 위해 비이자이익 부문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의 올해 1분기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는 8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9억원보다 11.1%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80개의 보험상품 중 저축보험상품이 22개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며, 국민은행은 102개의 보험상품 중 저축성보험상품이 20개로 두 번째로 많다.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140억원에서 57.1%가 늘어난 220억원의 방카슈랑스 수익을 기록했고, 농협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익은 같은 기간 142억원에서 161억원으로 증가하며 13.4%의 증가율을 보였다.
방카슈랑스 실적 증대와 관련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고위험군 상품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안정적인 상품군으로 이동함에 따라 방카슈랑스 관련 고객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1분기에는 시기적으로 저축성보험 금리와 시장 금리의 차이(갭)이 발생해 고객 선호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1일 기준 생보사의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은 2.37%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기본금리 0.82%보다 1.55%포인트(p)가 더 높다. 이에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상품군을 찾아 이동한 것이다.
은행이 방카슈랑스 판매에 주력함에 따라, 보험사는 1분기 실적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도입되는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인 ‘IFRS17’가 적용될 경우, 보험사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IFRS17의 주 내용은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으로, 이 회계기준이 도입될 경우, 현재 매출로 잡히는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앞으로 더 많은 자본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2~3년 전부터 저축성 상품 판매보다 변액보험이나 보장성보험상품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은행에서 판매되는 방카슈랑스 중 저축성보험이 아직도 많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새롭게 도입될 IFRS에 대비해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며 “미래에 부채로 잡힐 저축성상품을 팔기 위해 노력하는 보험사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는 보장성이나 변액상품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 역시 “각 사별로 주력하는 상품이나 판매 채널이 다르고 아직 ‘IFRS17’ 회계기준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현재 변액저축보험이나 변액연금보험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등 향후 도입될 회계기준으로 인한 건전성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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