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전자 이재용을 괴롭히는 위기 본질은 트럼프와 시진핑의 자국기업 챙기기
이 부회장 추가기소하면 총 10년간 사법리스크 / 트럼프와 시진핑은 협공하는 상황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검찰 기소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6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등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결을 했다. 10대 3의 압도적의 표차였다. 반면에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법률 공방을 벌일 수는 있다”면서 “이 부회장이 새로운 사법 리스크를 안게 될 경우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위기상황에 봉착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 이재용 부회장, 추가기소 되면 판 남아...앞으로도 4~5년 예상
이 관계자는 “코로나19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글로벌 기업이 당면한 현실”이라면서 “삼성의 강력한 경쟁자인 미국과 중국의 공룡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막강한 정치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오너리스크가 장기화되는 초유의 상황에 봉착하는 게 위기의 본질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의혹을 기점으로 5년째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 계열사들은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및 삼성물산 합병 관련 수사에 들어간 후 1년 8개월 간 50여 차례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에 비해 미국과 중국의 ICT기업들은 세제혜택, 보조금 지원 등과 같은 전방위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글로벌 시장질서를 본격적으로 재편하고 있는 격변의 시기에, 삼성은 사법적 문제로 인한 어려움이 지속되는 반면에 미중의 기업들은 ‘경제패권’ 논리라는 유일한 잣대 아래 국가적 지원을 즐기고 있는 형국이다.
만약에 검찰이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 앞으로 재판 마무리까지 4~5년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정농단 재판기간까지 합치면 삼성은 10여년 동안 사법이슈에 발목을 잡히게 되는 셈이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의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 19일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고 언급했고, 지난 23일에는 생활가전사업부를 방문해 “경영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론의 바탕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의 심화뿐만 아니라 미·중간 경제패권 전쟁 상황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시진핑은 삼성전자의 경쟁자에 막대한 보조금 지급, 트럼프는 애플에게만 보복관세 면제 조치
특히 미국이 ‘백도어 문제’를 이유로 삼아 화웨이 제재를 강화함에 따라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자, SMIC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3.8%), 퀄컴(3%), 인텔(2.2%) 등 미국도 상당한 자원을 지원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0.8%), SK하이닉스(0.6%)는 정부 지원 비중이 현저하게 낮다. 한국정부야말로 시장경제 이론에서 강조하는 ‘가장 공정한 정부’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훨씬 노골적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라이벌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애플을 노골적으로 지원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솔직히 나는 애플을 많이 도와줬다”며 “그들에게 면세를 해줬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지난 해 대중국 보복관세부과 조치를 취할 때 애플의 CEO 팀 쿡의 부탁을 받고 애플만 예외조치를 취해줬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애플이 삼성전자에 비해 상대적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에 생산 공장을 가진 애플은 보복관세 대상이었지만, 삼성전자는 중국에 공장이 없다.
미국과 중국의 자국 반도체 기업 키우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한 ‘중국제조 2025’ 달성을 주문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 한국 법인세 22%에서 25% 상승, 미국과 중국정부는 법인세 인하
기업의 재무적 부담요인인 법인세도 미국 기업에 비해 삼성전자가 훨씬 크다. 지난해 1~3분기 삼성전자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24.9%로, 인텔(11.6%), 마이크로소프트(8.7%), 애플(15.6%)보다 훨씬 높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최고 법인세 유효세율을 22%에서 25%(지방세 포함하면 24.2%에서 27.5%)로 인상했다. 미국이 2년 전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춘 것과 대조적이다.
대기업에 대한 한미 정부 간 접근법 자체가 전혀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대기업의 기준을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에서 3000억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대상 기업은 줄이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기업에서 세제를 많이 받는 방식이다. 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려면 세율을 낮춰야 한다”며 대기업 혜택을 늘려 왔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 평균(23.5%)보다 4%p 높다.
미국 여야 의원들은 자국 반도체 기업들에 250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 및 세액 공제 등을 해주는 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자국의 글로벌 기업을 경제전쟁의 주역으로 판단해 총력지원을 펴고 있는 반면에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기업은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는 게 한국경제가 처한 위기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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