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글로벌 ‘OTT 공룡’ 앞다퉈 韓진출, 정작 우리는 사분오열?…대응책 뭔가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미국 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놓고 넷플릭스의 1위 자리를 빼앗기 위한 ‘왕좌의 게임’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다국적 업체들은 미국 시장을 넘어 한국 시장을 비롯한 아시아까지로 전장을 급속도로 넓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OTT 플랫폼들은 사분오열돼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토종 OTT 기업’ 간 결합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복수응답 기준으로 미국 내 OTT 이용률을 보면 1위가 64.5%의 넷플릭스로 조사됐다.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48%), 디즈니가 6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훌루(Hulu)’(36.8%)가 각각 2,3위를 차지하며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디즈니의 ‘디즈니 플러스’는 28.9%로 4위를 차지했다. 이어 ‘왕좌의 게임’, ‘체르노빌’ 등의 시리즈를 배출한 제작사 HBO의 ‘HBO 나우’는 9.7%로 5위, 애플의 ‘애플 TV 플러스’는 9.3%로 6위 순이었다.
이들 중 당장 우리나라에 본격 진출해 현지화 전략을 펴고 국내산 콘텐츠까지 투자하는 다국적 OTT는 넷플릭스다. 지난 5월 넷플릭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387만6604명으로 국내 최대 OTT 웨이브를 넘어섰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넷플릭스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역시 봉준호 감독의 2017년작 영화 ‘옥자’를 시작으로 2019년작 사극 드라마 ‘킹덤’과 옴니버스 영화 ‘페르소나’, 올해 ‘인간수업’ 등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 경쟁사들도 속속 넷플릭스의 뒤를 따르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지난 2016년 전 세계 출시 이후 접속만 될 뿐 제대로된 현지화가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어 서비스가 시작됐다. 애플의 경우 지난 2월 국내에서 ‘영상 사업 리더’ 채용 공고를 냈고,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4월 인도에 이어 이달 11일 일본 서비스를 시작하며 아시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토종 OTT들은 여러 업체로 쪼개져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KBS, SBS, MBC 등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뭉쳐 만든 법인 콘텐츠웨이브의 ‘웨이브(wavve)’, CJ 계열의 케이블TV 채널과 JTBC가 손잡은 ‘티빙(Tving)’은 아직까지 통합이나 콘텐츠 제휴 논의가 없다. 플랫폼 덩치뿐만 아니라 콘텐츠 투자 규모와 제작 역량을 늘려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도 숙제다.
이와 관련, 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매체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지상파 3사 웨이브, CJ E&M과 JTBC의 티빙, KT 시즌 등 한국에 OTT가 너무 많다”며 “다 합쳐서 넷플릭스에 대항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그는 “모든 한국 콘텐츠가 모여야 커질 수 있다. 지금처럼 따로 운영하면 평행선을 가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티빙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도 최근 언론 매체 인터뷰에서 “글로벌 공룡들에 맞설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은 토종 OTT 기업들의 결합”이라며 “큰 규모의 기업결합이 성사된다면 대규모 투자 유입도 가능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콘텐츠 제작 능력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집안 싸움’을 그만두고 난 후에도 한국과 미국의 OTT들이 국내 시청자들 앞에서 콘텐츠로 평가받는 단계도 대비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넷플릭스, 훌루 등의 기존 주자를 아마존이나 NBC, HBO 등 후발 주자들이 특화 콘텐츠를 앞세워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K팝이나 한국식 드라마와 같은 요소가 외산 콘텐츠에 대해 경쟁력을 가진다는 점이 희소식이다.
이에 대해 코트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넷플릭스 자본의 한국산 콘텐츠 생산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현재로서는 넷플릭스가 유일하지만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또한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선호하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동시에 관련 시장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여 작품 라이선싱이나 협업 등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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