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포장금지법’ 결국 다시 원점으로…제조사·소비자 ‘혼란’ 가중
[뉴스투데이=안서진 기자] 환경부가 발표한 ‘재포장금지법’이 결국 시행 열흘을 앞두고 원점부터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유통업계와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환경부는 재포장금지법의 기준이 모호해 논란이 일자, 재검토한 뒤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환경부는 지난 1월 재포장금지 규정을 발표하고 면적 33m² 이상인 매장이나 제품을 제조·수입하는 업체는 생산된 제품을 다시 포장·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재포장금지제도의 적용 대상 기준이 모호해 제조사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시작됐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제품의 포장 재질·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재포장 금지 제도)’의 세부 지침을 이해관계자들과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시행 시기를 다음 달 1일에서 내년 1월로 연기한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환경부는 연내 세부지침을 검토하고 업계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집행 시기를 6개월 늦추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송형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생활 폐기물의 35%를 차지하는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제품의 유통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다시 포장되는 포장재 감축이 필수적인 과제다”면서 “국민들과 기업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유통 과정에서 과대 포장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세부 지침을 면밀히 보완해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는 제조·판매 업자와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1+1묶음 할인 등을 위해 제품을 다시 포장하는 과대 포장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지난해 1월 입법 예고한 뒤 올해 1월부로 개정한 바 있다. 환경부는 생활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관련 규정을 마련했지만 재포장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해 묶음 판매가 아예 금지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격할인이나 판촉을 목적으로 ‘1+1’ 등 포장된 제품을 2개 이상 묶어 재포장하는 것은 금지된다. 사은품 등을 단위제품과 함께 다시 묶어 포장하는 것 역시 규제대상이다. 다만 판촉 목적이 아닌 여러 개 단위제품을 재포장하는 통상적인 종합제품은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이같은 환경부의 모호한 가이드라인으로 소비자와 업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묶음 포장 제품을 구입할 기회가 줄어든다며 지적했다. 환경부가 시장 상황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환경에만 집착해 과도한 시장 개입을 한다는 것이다.
식품업계와 유통업계 역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식품업계에서는 재포장금지법이 1+1, 2+1 등의 묶음판매 금지로 이해해 증정품을 포함한 기획세트 등 생산 계획 변경을 이미 검토하기도 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부재로 혼란이 가중돼 또 다시 생산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면서 “애매모호한 기준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을 가장 우선시 하되 제도 시행에 앞서 업체들에게 충분한 준비 시간을 주는 것도 현장에서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