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끊긴 은행에 WM수익 ‘뚝’…돌파구는 역시 ‘언택트’?
자산관리·오픈뱅킹 연계, PB·신탁부문 등 언택트 채널 강화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펀드부실사태에 이어 코로나의 여파로 은행권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사업이 침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금융업계에서는 자산관리와 오픈뱅킹을 연계하고, 프라이빗 뱅킹(PB·Private Banking) 신탁부문 등의 화상상담 도입을 통해 언택트(untact) 디지털전환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분기 비이자이익(펀드·방카슈랑스·신탁 수수료수익)은 436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5%(208억원) 감소했다.
이는 최근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불신이 커진 가운데 파생상품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유가증권·파생상품 등과 관련된 손실도 늘어났으며, 대면영업도 어려워지고 있다.
은행권은 저성장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비이자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 1분기 WM시장 수익…KB국민·농협↑, 신한·우리·하나↓
올 1분기 5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을 제외하고 WM시장의 비이자수익이 줄었다.
KB국민은행의 펀드·방카슈랑스(Bancassurance)·신탁부문 등 비이자 수수료수익은 132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3.7%(160억원)늘었다.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중 펀드 수수료수익은 20.5%(61억원) 증가한 35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나머지 은행의 경우 펀드 판매수익이 모두 감소했다.
업계는 KB국민은행이 타 은행에 비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Derivative linked fund)·라임펀드 사태 등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에 타격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 이자부문 수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지난해 1분기 923억원에서 23.2% 줄어든 70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펀드 판매수익은 140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DLF 사태와 라임펀드 사태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 뒤를 하나은행이 이었다. 18.2%(160억원) 감소한 719억원의 비이자 수수료수익을 기록했다. 역시 펀드부문에서 37.8%(113억원)로 수익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신한은행은 비이자수익이 88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7%(53억원) 감소했다. 신탁부문 수익이 571억원에서 524억원으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펀드판매 수익은 223억원으로 2.2%(5억원) 줄어들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1분기대비 비이자부문에서 7.2%(49억원)증가한 732억원의 수수료수익을 거뒀다. 98억원으로 21.0%(26억원) 감소한 펀드판매 수익을 제외하고는 수익이 13.4%(75억원) 증가했다.
은행 영업점도 속속들이 폐쇄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발 언택트 문화가 금융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 1분기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은 83곳의 영업점을 폐쇄했다. 내달에도 영업점 폐쇄가 이어질 예정이다. 국민은행 15곳, 신한은행 4곳, 하나은행 25곳 등이다. 지난 2018년에는 54곳, 2019년에는 75곳이 폐쇄됐다. 오는 하반기 추가 폐쇄를 감안했을 때 은행 영업지점 수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 A씨는 “WM은 대면영업이 대부분이었지만, 언택트 문화가 사속화됨에 따라 WM의 디지털전환도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됐다”고 밝혔다.
■ 오픈뱅킹·자산관리앱 연계·통합…자산관리 서비스 고도화
은행권은 다방면으로 WM부문의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다.
우선 오픈뱅킹과 자산관리 어플리케이션(앱)을 연계하면서 언택트 자산관리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가장 먼저 모바일 앱 ‘쏠(sol)’ 내에 자산관리 서비스 기능인 ‘마이자산’ 채널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달 자산관리 서비스 중심으로 앱을 개편했다. 투자상품이나 보험, 카드 등을 추천하는 언택트 영업채널을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달 자산관리 모바일 앱 ‘KB마이머니’를 오픈뱅킹과 연계하도록 개편했다. 이를 통해 오픈뱅킹 등록계좌의 데이터를 반영하고, 전체 자산 현황·증감 및 소비패턴 등에 대해 진단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달 오픈뱅킹 내 서비스 채널과 부가서비스를 추가하기 위해 오픈뱅킹서비스 이용약관을 개정했다. 향후 하나은행 오픈뱅킹 가입자는 ‘하나원큐’ 앱에서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은행 역시 ‘우리WON뱅킹’앱 내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구축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 개발과 채널 운영을 위해 AI 등 신기술 적극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자산관리 서비스는 은행계좌 뿐만 아니라 카드, 증권, 보험, 연금 등 흩어져 있는 금융상품의 정보, 거래내역, 수입, 지출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이다.
시중은행 관계자 B씨는 “오픈뱅킹 도입 이후 타행의 자산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자산관리 앱과의 연계·통합으로 언택트 자산관리 서비스가 고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PB·신탁부문 등 화상상담 서비스 도입…KB국민, 업계 최초로 언택트 신탁 서비스 출시
화상상담 서비스 역시 PB와 신탁부문 등에서 도입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부터 은행권 최초로 PB 화상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PB(Private Banker)의 태블릿PC와 고객의 스마트폰을 연결해 서로 얼굴을 보면서 제안서 등의 문서자료를 같이 볼 수 있는 상담서비스다.
하반기에는 투자상담과 상품가입 등을 연계한 화상상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하나금융그룹 관계사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원기 하나은행 자산관리사업본부장은 “화상상담과 상품가입 등을 연계한 언택트 금융서비스를 연내 진행하며 서비스 지역도 글로벌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달부터 ‘스마트화상상담 시스템 1단계’를 가동했다. 은행 이용자들이 평소 거래하던 영업점 직원에게 서비스를 신청하면 화상채팅으로 신한은행의 자산관리 전문가들과 세무·법률·투자 상담 등을 하는 방식이다. 신한금융 개인자산관리센터가 없는 지방에 거주 중인 고객은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종합 부동산 상담 서비스’ 등을 모바일로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측은 “2단계 서비스로 연내 투자상품 판매를 언택트로도 가능하게 구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 역시 올해 초 WM사업부를 신설해 독립사업부서로 개편하고 화상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 신설한 ‘NH 올백(All100)자문센터’ 역시 화상상담을 활용해 종합금융상담·세무상담·부동산 상담·은퇴설계 등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5월부터 특정금전신탁(특금신탁) 상품을 언택트로 판매하고 있다. ‘KB스타뱅킹’ 앱에 접속해 상품선택 및 투자성향분석 이후 영상통화에 동의할 경우 상품설명을 듣고 신규가입을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업계 의견을 수렴해 영업점 방문 없이도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이에 따라 영상통화로 상품을 설명하고 자금운용방법을 지정할 수 있게 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판매상품과 관련해 “주가연계신탁 (ELT·Equity index-Linked Trust) 총량 규제 때문에 아직은 국내외 주식형 및 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신탁상품에 한정해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는 영업점을 방문해야 특금신탁 가입이 가능했지만 언택트 도입으로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아졌다”며, “대면 가입에 비해 신탁보수가 0.2~0.3% 정도 인하적용되기 때문에 효용성도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타 은행 역시 향후 언택트 채널로 특금신탁을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 B씨는 “신탁수수료 비중이 비이자수익에서 꽤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언택트 판매방식을 통해 판매량을 늘리고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 규제와 불완전판매 사태 등으로 인해 ELS 판매로 신탁부문을 늘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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