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가 호텔롯데 등이 보유한 롯데푸드 주식을 매입한 까닭은
유동성 공급으로 호텔롯데 등 심폐소생에 나서 / 신동빈 회장의 계열사 경영권 공고화 차원이라는 시선도 있어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푸드 지분을 사들였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호텔 계열사들의 운영 자금 마련 등의 지원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롯데지주 측은 설명했다.
롯데지주가 취득한 주식수는 보통주 15만436주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로부터 각각 10만845주, 4만9591주를 취득했다. 취득단가는 36만9000원으로 총 취득금액은 555억1100만 원이다. 롯데지주는 롯데푸드 지분 23.08%를 보유하며 최대 주주였다. 이번 매입으로 롯데지주의 롯데푸드 지분율은 36.7%로 확대됐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호텔업계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874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34.5% 감소한 수치다. 영업손실은 791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특히 호텔롯데의 전체 매출 80%를 차지하는 면세 사업의 부진으로 어려움은 가중됐다. 롯데면세점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7.5% 줄어든 8762억6000만 원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42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호텔 업황이 상황이 좋지 않아 계열사 지원 차원에서 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원톱체제를 더욱더 확고히 굳히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싸게 확보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주로 주가가 가장 내려간 시점에서 지분율 확대를 위해 이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매입을 통해 롯데지주가 롯데푸드의 최대주주 자리를 확고하게 해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은 더욱 공고해졌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호텔롯데가 코로나19로 경영 상태가 어렵고 운영 자금이 필요한 것은 맞을 것이다 ”면서도 “다만 계열사끼리 사고파는 건 의심의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다른 쪽에서 조달할 가능성도 있는데 계열사에 팔았다는 게 의문으로 남는다”며 “ 사실 ‘운영 자금 마련’이라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 구체적인 내막은 알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도 “현 상태에서도 신동빈 회장의 롯데푸드의 경영권이 확실하지만 이를 더욱 굳건하게 하긴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된다”고 말했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동생 신동빈 회장과 지난 2014년부터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광윤사의 최대 주주다. 광윤사는 신동주 회장이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롯데홀딩스의 나머지 주주인 임원지주회, 관계사 등은 신동빈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이들의 지분율과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을 합치만 53.9%에 육박해 사실상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를 지배 중이다. 여기에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상속받은 롯데물산 지분을 전략 매각하며 경영 참여를 포기하면서 형제간의 경영권 경쟁은 사실상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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