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중금리대출 시장 사수하기 위한 특단의 전략은?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저신용자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금리대출 시장을 사수하려는 저축은행들의 전략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중금리대출 시장에서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낮춰 양질의 안정적인 여·수신고객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또한 비대면 채널을 강화함으로써 기존의 주거래층인 대면고객 뿐 아니라 디지털에 친숙한 젊은 고객층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8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선두 업체들이 대부분 실적을 경신했다. 페퍼저축은행 한곳을 제외하고 적게는 1.1%, 최대 615.4%의 당기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2분기에도 중금리대출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신협 등과 같은 상호금융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의 입지를 중금리 대출시장에서 공고화하는 것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 SBI·OK·웰컴·한투저축은행 등 대출채권 규모 비중↑…제1금융권 지원 못 받는 저신용자 몰려
자산규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BI저축은행은 올 1분기 9조3426억원의 자산총액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22.5%(1조7151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중 대출채권(수신자산) 규모는 7조5279억원으로 80.6%를 차지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365억원에서 681억원으로 86.6% 늘어났다.
2위인 OK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7조306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9%(1조5508억원) 증가했다. 특히 대출채권 규모는 6조4964억원으로 전체 자산 중 88.9%에 육박했다. 당기순이익은 39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8.32%(222억원) 늘어났다.
그 뒤를 자산총액 3조원대로 진입한 웰컴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이 나란히 차지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전년 동기대비 32.6%(7956억원) 늘어난 3조2356억원의 자산총액을 기록했다. 대출채권 규모는 2조5932억원으로 80.1%를 차지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의 경우 269억원에서 272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3조503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1.7%(6246억원) 늘어났다. 대출채권 규모는 86.9%(3조439억원)를 차지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18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무려 7배 이상 급증했으며, 저축은행 중 가장 큰 증가율을 달성했다.
이와 관련해 저축은행 관계자 A씨는 “코로나 여파로 인해 대출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중금리대출로 몰리면서 이자 수익이 커졌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관계자 B씨는 저축은행 고객층에 대해 “2월말부터 금융당국의 코로나 금융지원이 제1금융권을 중심으로 본격화되면서 신용이 높은 순서대로 시중은행, 기업은행, 소상공인 재단 등으로 몰렸다”며, “해당 지원을 못 받는 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 대출을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대출 이용 고객은 주로 신용등급 5~6등급에 해당하며 그보다 낮은 저신용자의 이용률도 높은 편이다. 물론 카드론과 장기카드대출을 이용하는 저신용자도 많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출 상품은 카드론에 비해 편의성이 높은 편”이라며, “카드론처럼 카드사에 미리 가입했거나 거래내역이 없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카드론보다 금리 메리트가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 중금리대출 금리↓·대면 고객 중심에서 비대면 고객 확보 움직임…저신용자 공략 경쟁력↑
저축은행업계는 인터넷전문은행·상호금융 등 여타 업계와의 중금리대출 시장 경쟁 속에서 대출금리를 인하해 고객군을 확장시키는 규모의 성장을 이룰 방침이다.
실제로 SBI저축은행은 최근 개인신용 중금리 대출 상품 금리를 최대 2.9%포인트(p) 하향조정했다. 8일 기준으로 1억원 대출가능한 ‘SBI중금리’의 금리는 5.9~16.5%에서 최대 14.4%로 2.1%p 내렸다. 1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대출할 수 있는 ‘SBI중금리(라이트)’ 최고 금리는 18.9%에서 16%로 가장 많이 내렸다. 서류없이 가입가능한 ‘SBI중금리(대환)’ 역시 최대 17.9%에서 16.9%로 떨어졌다. 대출한도는 1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이다.
OK저축은행의 경우 올 1분기 5~6등급 신용자를 기준으로 최대 1억원 대출가능한 ‘OK히어로’ 평균금리가 16.03~16.1%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대비 0.19%p 내렸다. 오는 2분기에는 평균금리(신용등급 차등화 이전 기준)를 11.65%로 4.12%p 인하할 방침이다.
웰컴저축은행 역시 최대 1억원 대출가능한 ‘웰컴중금리대출’ 상품의 평균금리를 16.18%에서 오는 2분기 12.65%로 3.53%p 인하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살만한 True-Friend 대출’의 경우 올 1분기 평균 15.15% 금리를 기록했으며, 2분기에는 2.75%p 내린 12.4%로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A씨는 “저축은행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다”면서도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저축은행업계의 파이를 늘리기 위해 대출금리를 낮춰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출상품 박리다매와 함께 안정적인 여수신 고객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저축은행의 자금조달은 대부분 수신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시장 활성화 정책 기조 역시 한몫했다. 금융위원회는 2018년 중금리대출 제도개선안을 통해 저축은행 평균금리를 16.0% 이하로, 최고금리는 19.5% 미만으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저축은행의 서민금융회사 역할 제고의 필요성을 금융감독원에 제안한 바 있다. 저축은행 가계대출자 10명 중 7명의 중신용자가 20%의 고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어 중신용·중금리 대출이 사실상 실종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B씨는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저축은행이 정부가 주창하는 서민금융에 일조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업계는 계좌 개설·상담 등에서 비대면 채널을 강화해 고객층 확대에도 힘쓸 방침이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부터 모바일뱅킹앱(어플리케이션) ‘사이다뱅크’를 통해 20~30대 고객층을 겨낭하고 있다. 해당 앱을 이용해 5분 내로 계좌를 만들 수 있으며 이체, 예·적금 가입, 대출 신청과 송금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인증 만으로 이용 할 수 있다.
바빌론·사이다 챗봇 등 비대면 상담서비스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SBI저축은행 측은 향후 “챗봇 기능을 고도화시키고 사이다뱅크 플랫폼 개선을 지속 추진해 신기술 기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신저 서비스와 연계해 비대면 채널의 편의성을 높인 저축은행도 있다. 신한저축은행은 카카오톡 내에서 대출 고객을 위한 ‘신한저축은행 대출 챗봇’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대출정보 조회, 각종 증명서 발급, 원리금 상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 가능하다.
업계는 향후에도 중금리대출 시장이 꾸준히 확대되는 가운데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 등 비대면 채널에 특화된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이 매섭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올해 1월 중금리대출 공급 총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A씨는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후발주자이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저축은행업계에 큰 영향이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꽤 위협이 된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 이용고객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장년·노년층의 경우에는 아직 저축은행 대면채널이 경쟁력 있는 편”이라고 보면서도 “비대면 채널 강화를 통해 디지털에 친숙한 고객층 역시 확대유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