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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미중 갈등 속 반도체 투자 ‘균형 행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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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입력 : 2020.06.02 14:43 ㅣ 수정 : 2020.06.02 14:43

미중 갈등 우회, 반도체 경쟁력 강화 및 국내 일자리 창출 등 다목적 포석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과 중국간의 정치경제적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투자를 확대해 주목된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추가 투자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균형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국내와 해외 투자의 균형을 이룸과 동시에 미중 한쪽에 치우지지 않는 인상을 주고 있다. 미중 갈등 우회, 반도체 경쟁력 강화 및 국내 일자리 창출 등의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 평택캠퍼스 8조원 추가 투자, 중국과의 낸드플래시 격차 확대 겨냥
 
삼성전자는 지난 1일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약 8조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 투자를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 조성(평택공장)과 이미지센서용 파운드리 증설(화성공장) 계획을 밝힌 지 열흘 만에 나온 추가투자 계획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 신념이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 2라인(P2)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으며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D램·S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이다. 주로 스마트폰이나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 저장용으로 쓰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낸드플래시 신규 증설 투자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도래와 5G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동영상 시청 등 데이터의 사용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설명이다.
 
신규 라인에서는 100단 이상의 6세대 V낸드(Vertical NAND) 제품이 양산될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기술 개발 로드맵에 따라 차세대 제품이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V낸드플래시는 평면에 미세 공정을 통해 많은 회로를 넣는 것이 한계에 달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층구조를 수직(Vertical)으로 쌓은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메모리에 비해 속도와 수명, 전력 효율이 개선됐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128단 이상의 3D V낸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지난달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33.3%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추격이 가열됨에 따라 전분기 35.5%에 비해 약 2.2%p 하락한 수치이다. 이번 낸드플래시 추가투자를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다시 벌릴 것으로 기대된다.
 
■ 평택을 세계 최대 복합 반도체 기지로 육성 / 미·중 갈등 국면 피해 ‘초격차’ 박차
 
삼성전자는 “국내외 균형있는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하고 시장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국내에 화성과 평택, 해외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다.
 
[표=뉴스투데이]
 
이번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까지 구축하면 삼성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이자 최첨단 반도체 복합 생산 기지가 된다. 파운드리 라인 조성과 함께 최첨단 EUV 공정을 활용한 D램 메모리 반도체와 최첨단 낸드플래시 생산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하나의 생산 공장에서 D램·낸드플래시·파운드리를 모두 생산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최철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메모리 초격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미래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뿐 아니라 국내투자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삼성의 국내투자는 미중 갈등 국면을 피해가는 효과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며 화웨이 등 일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한층 더 강력히 가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을 계기로 첨단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공급사슬이 붕괴될 수 있다는 논리를 동원하며 대만의 TSMC, 삼성전자 등의 반도체 기업들에게 추가 투자를 압박해왔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더 많은 투자를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미중의 기대에 부응하기보다는 국내 투자에 역점을 두는 게 묘수에 해당된다.

 
■ 이재용 부회장의 일자리 창출 의지 실천 의미도···반도체 일자리만 1만5000명 
 
삼성전자의 국내투자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월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일자리 3년간 4만명’은 꼭 지키겠다”면서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채용규모는 유지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24일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로 올라서기 위해 이른바 ‘반도체 비전 2030’을 밝혔다.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충에 총 133원 투자·1만5000명의 전문 인력 채용을 골자로 한다. 평택 공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의 일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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