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퇴직연금 시장서 비대면 IRP 개설 확대에 승부 거는 까닭은
장기수익률 여전히 은행 등보다 높아…고객 확대 통한 외연 확대가 돌파구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코로나19’사태 여파로 올 1분기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이들이 향후 퇴직연금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금융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비대면 개인형 퇴직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 개설을 늘리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맞춤형 포트폴리오 제시·목표수익률 알림 등 사전·사후 고객관리를 통해 고객층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투자인 퇴직연금의 특성상 장기수익률을 봤을 때 여전히 여타 은행·보험업계보다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외연을 확대할 방침이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증권사들의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 역시 증권사 세곳을 제외하고 모두 손실을 봤다. 이들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형태다.
이는 코로나 여파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퇴직연금에 편입된 주식 관련 펀드 상품의 손실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연 0.50%)으로 인하하면서 퇴직연금 수익률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퇴직연금이 최대 10년 이상 등으로 장기투자 상품이 대부분인만큼 장기수익률 측면에서 아직 걱정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특히 은행·보험 등 여타 경쟁업계에 비해 높은 수익률·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 등으로 차별화하면서 퇴직연금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 올 1분기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IRP형 마이너스. DC형 대부분 마이너스, DB형 플러스
현재 퇴직연금시장은 은행·보험업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12조5879억원으로 전체 시장에서 51.5%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보험업계는 62조3722억원으로 28.5%에 해당한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면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증권사는 43조6082억원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록하면서 2018년 대비 18.8%(6조9032억원)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시기 은행업계(16.8%)와 보험업계(13.8%)에 비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는 정부가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본격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0인 이상 기업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고, 5인 이상 모든 기업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을 검토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21대 국회에서 통과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200조원 퇴직연금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고수익 보장·수수료 면제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연금저축 펀드는 은행·보험사 상품보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증권사 연금저축 펀드 상품은 증시와 연동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1분기 수익률 손실은 불가피했다.
실제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1분기 평균 수익률은 -2.72%로, 작년 동기대비 -7.02%p(포인트) 감소했다. 현대차증권이 -0.19%로 비교적 양호했고 신영증권은 -9.5%로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DC형 퇴직연금 역시 한화투자증권(0.73%)·현대차증권(0.55%)·하나금융투자(0.29%) 이외의 모든 회사에서 손실이 났다. 다만 DB형의 경우 신영증권(-2.18%)을 제외하고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으며 평균 수익률은 1.44%였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곳은 신한금융투자(2.07%)였다.
이처럼 수익률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연금제도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DB형은 근로자가 소속돼 있는 회사에서 외부 금융회사에 위탁해 운용하는 확정수익률형”이라며, “해당 수익률을 못 맞추면 회사의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연금전용 펀드를 보수적으로 운용해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다.
반면 DC형이나 IRP는 회사가 납입하는 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돼 적립되고 근로자가 자체적으로 적립금을 운용한다. 이와 관련해 앞선 관계자는 “자율적인 운용에 따른 결과로 수익률이 좋으면 괜찮지만 장이 안좋을 때는 수익률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많은 가입자가 몰려있는 연금제도는 DC형 혹은 IRP다. DB형은 회사의 수익률 부담이 높기 때문에 노조의 입지가 강한 회사를 제외하고는 많이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언택트 마케팅으로 비대면 IRP 계좌개설 확대, 맞춤형 포트폴리오·알림서비스로 고객관리 강화
증권사들은 향후 비대면 IRP 계좌 개설을 확대하기 위해 ‘언택트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7월 ‘3분 간편계좌개설시스템’을 오픈해 지점 방문 없이 모바일로 IRP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했다. 기존 IRP 계좌 개설에 필요했던 소득증빙 등 제반 서류제출 절차도 생략해 모바일 인증만으로 개설이 가능하다.
이에 더해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달 25일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모바일·온라인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운용 상품을 관리해 고객 편의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개인연금과 개인형 IRP 등 비대면 연금 계좌잔고가 지난달 10일 25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2017년 말과 비교했을 때 15배나 급증한 수치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확대된 가운데 최근 관련 마케팅을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향후에도 비대면 IRP 계좌계설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비대면 혹은 시중은행을 통해 개설하는 한국투자증권 온라인 거래 서비스인 ‘뱅키스(BanKIS)’ 관련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RP 비대면 계좌개설 및 적립금 운용은 금융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이라며, “당사 역시 지속적으로 모바일앱 사용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비대면이 약한 DC형 계좌계설에 대한 인프라 구축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DC형 역시 비대면으로 다양한 상품(펀드, 예금, ETF 등)의 배분 비율 변경이나 매매와 같은 운용지시가 가능하다”며, “올해 DC형 비대면 계좌개설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펀드도 비대면으로 많이 가입하는 추세”라며, “DC형 연금전용 펀드도 비대면 가입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 업계는 퇴직연금 고객 유치를 위해 사전·사후 고객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앞선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장기 투자다 보니 이탈이 적고, 퇴직연금계좌를 개설한 금융회사를 주거래로 이용할 확률이 높다”며, “해당 금융회사의 다른 상품 이용까지 이어진다”고 밝혔다. 즉 금융회사 입장에서 퇴직연금 이용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은 퇴직연금가입 유도 및 고객관리를 위한 컨설팅·프로그램 등을 강화하고 있다.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관련 동영상 콘텐츠를 유튜브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가입 고객에게 매월 투자성향별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면서 연금자산 운용을 지원하고 있다. 목표 수익을 달성하면 후 안전자산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안심플랜서비스’ 역시 사후관리 서비스에 속한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6월 말까지 뱅키스 고객을 대상으로 ‘IRP 가입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기존고객의 연금전용 펀드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목표수익률 알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DC형·IRP형 가입고객을 위한 자산관리서비스인 ‘매직솔루션’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고객 투자성향에 맞춰 자산을 설계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주는 서비스다.
업계는 향후에도 은행이나 보험업계와의 차별화를 통해 퇴직연금 부문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갖는 강점은 상품 라인업 폭이 넓은 것”이라며, “펀드가 증권사 고유 영역인만큼 향후에도 다양한 퇴직연금 펀드 상품 출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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