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두 마리 토끼 잡기’ 성공할까

김태진 입력 : 2020.05.27 17:07 ㅣ 수정 : 2020.05.27 21:29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달성, 연초엔 잇따른 안전사고/실적 팡파레 속 안전문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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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LG화학 창립 71년만에 첫 외부인사 최고경영자(CEO)인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62)이 ‘안전’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정식 취임한 후 1년 동안 뚜렷한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는가 하면 올해 1분기에는 전분기의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올해에만 총 3차례 발생한 폭발사고라는 악재를 만나 그의 위기 대처능력도 주목받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월 대산공장 촉매센터 폭발사고 △지난 7일 인도공장 가스 누출사고 △지난 19일 대산공장 촉매센터 내 촉매포장실 화재 등의 사고를 겪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제공=LG화학/그래픽=뉴스투데이]
 
■ 신 부회장의 딜레마, 환경안전 강화 위해 ‘공장 가동 중단’ 감수?
 
신 부회장은 26일 “철저한 반성을 통해 모든 것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면서 “환경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사업철수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안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평가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충남 대산공장 사고 현장을 방문, “기업이 무너지는 것은 환경안전과 품질사고 등 위기관리에 실패했을 때”라면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한데 따른 고강도 대응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신 부회장이 추진하는 대책은 크게 3가지이다. 문제는 그 내용들이 LG화학의 매출 및 수익성 등에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들이라는 점에 있다. ‘수익성’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게 신 부회장이 처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째 대책은 ‘긴급 진단’이다. LG화학은 우선 전세계 40개 사업장 대상으로 다음달 말까지 한 달간 고위험 공정·설비에 대해 긴급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 즉각적인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가동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이는 신 부회장이 비상한 각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고위험 설비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에 따라 향후 LG화학의 공장가동률 및 매출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책은 신 부회장 특유의 ‘현장경영’의 일환이라는 측면도 있다. 신 부회장은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화재 사고 발생 때도 바로 다음날인 20일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했다. 취임 이후 국내 사업장을 비롯해 협력사와 해외사업장까지 직접 방문해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둘째 대책은 ‘정밀 진단’이다. 이를 위해 사내 환경안전·공정기술 전문가, 외부 환경안전 전문기관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신 부회장은 “이번 긴급 및 정밀진단은 발생 가능한 모든 사고 리스트를 도출해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고 밝혔다. 
 
셋째 대책은 ‘최고위급 환경안전회의’ 정례화이다. 신 부회장이 매월 2회씩 특별경영회의를 주관한다. 이 회의에는 각 사업본부장,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O), 환경안전담당 등이 참석한다. 이 회의에서 긴급 및 정밀진단 결과를 검토하고 대책을 수립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할 경우 신규 사업 투자 재검토, 환경안전시설 투자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 같은 신 부회장의 행보는 장기적으로는 업계 1위인 LG화학의 성장성을 보장해 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단기 혹은 중기적으로는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하는 게 신 부회장이 안게 된 까다로운 과제이다. 

■ LG화학,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에 영업이익은 감소 / 올해 1분기 전기차배터리 점유율 1위 달성

 
LG화학이 지난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일목요연한 성장을 거듭해 신 부회장의 현장경영이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라 불릴 만큼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의 발언처럼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신 부회장이 1위 기업 타이틀을 굳건히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LG화학이 매출은 28조625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60.1% 감소한 895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전지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세로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전력저장시스템(ESS) 관련 일회성 비용의 영향으로 4분기 이익 규모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LG화학은 275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LG학은 올해 1분기에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지난달 28일 LG화학은 올해 1분기에 매출액 7조1157억원, 영업이익 2356억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요감소를 감안하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LG화학은 영업이익뿐 아니라 처음으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에 올랐다. 지난 7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 배터리는 올해 1분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가운데 27.1%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1분기(10.7%)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기존 강자였던 파나소닉(25.7%)과 CATL(17.4%)를 앞섰다.
 
신 부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8년 LG화학은 연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7.6%로 사용량 4위에 불과했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의 배터리 점유율을 약 20%포인트 성장을 이끈 것이다.

 

 

▲3개월 간 LG화학 주가 변동 추이 [자료=네이버증권]
 

 

■ 3M 평사원으로 출발해 한국인 최초로 수석부회장 / 2018년 LG화학 부회장으로 영입   
 
신 부회장은 1957년 8월18일 출생으로, 1979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졸업반 당시인 1978년에 풍산금속공업에 입사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6년 뒤인 1984년 한국3M에 입사, 약 35년간 재직했다. △1984년 기술지원담당 및 산업제품담당 △1987년 산업제품팀 팀장 △1991년 소비자사업본부장을 맡았다. 3M은 미국에 본사를 둬 사무용품, 의료용품, 보안제품 등을 제조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후 한국지사를 넘어 3M 해외지사 및 본사에서 근무했다. △1995년 필리핀지사장 △1997년 사무용품제품·연마재사업부 이사 △1999년 연마재사업부 부사장 △2002년 전자소재사업부장 부사장 △2003년 산업용접착제 및 테이프사업부장 부사장 △2005년 산업용비즈니스 총괄 수석부사장 등 3M내에서 승진을 거듭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신 부회장은 3M에 평직원으로 입사해 한국인 최초로 수석부회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2006년 산업 및 운송비즈니스 수석부회장 △2011년 해외사업부문 총괄 수석부회장 △2017년 글로벌 연구개발(R&D), 전략·사업개발, 제조물류본부, 공급망 관리(SCM), 정보통신(IT) 총괄 책임자 수석부회장 등 중요 직위를 거치고 2018년 11월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됐다.
 
■ 현장에 답이 있다···1년 동안 이동한 거리만 지구 다섯 바퀴
 
신 부회장이 취임 후 1년 동안 이동한 거리는 18만7160km로, 지구 다섯 바퀴에 가깝다. 대전 기술연구원·충북 오창공장·경기 파주공장·충남 대산공장에 이어 독일·폴란드·중국·미국 등 해외 사업장까지 방문했다.
 
이처럼 현장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로는 경영의 답은 직원들과의 소통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LG관계자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현장직원들에게 당부를 전하고 의견을 받는다고 전했다.
 
또한, 소재, 부품, 장비 등 협력사들을 직접 방문해서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을 만드는 계약 체결식에도 직접 참석한 바 있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 분야 대표적인 부품·장비업체로 경남 함안 소재 동신모텍, 대구 소재 신성에프에이 등 국내 협력회사 2곳을 방문해 “세계 배터리 시장을 제패하기 위해서는 ‘소·부·장’과의 상생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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