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메리츠화재와 토스가 주도하는 3가지 혁신, 불황의 보험업계 돌파구 되나

강지현 입력 : 2020.05.24 06:22 ㅣ 수정 : 2020.05.24 06:22

메리츠화재와 피플라이프는 혁신 도입 이후 가시적 성과 도출 / 토스의 향후 실적은 업계의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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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지현 기자] 보험업계 설계사 제도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보험대리점인 피플라이프(대표 현학진 회장)와 토스보험서비스(대표 조병익 사장)는 설계사 정규직 채용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대형보험사 중에서는 메리츠화재(대표 김용범 부회장)가 전속 설계사 수 대폭 증원, 설계사 출신 지점장 제도 등의 혁신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보험 설계사는 보험사와 계약관계로 일을 하는 개인사업자로 대우해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화 시대가 고도화되고 있지만,  결국 보험 영업은 사람 대 사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기에, 설계사의 처우개선 및 책임강화가 수익성 창출로 이어진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피플라이프와 토스의 정규직 설계사 실험이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은 이승건 토스뱅크 대표가 사업소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  피플라이프  ‘정규직 설계사’ 채용 확대, 1년만에 신계약건수 2배 가까이 증가/가세한 토스보험서비스의 실적 주목돼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정규직 보험설계사’의 확산이다. 보험대리점(GA)인 피플라이프가 선두주자이다. 2018년부터 정규직 설계사 채용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고객이 방문해서 계약을 진행하는 내방형 점포 ‘보험클리닉’의 보험상담매니저만을 정규직 채용했다. 올해부터는 방문형 보험상담매니저(EFA) 또한 정규직으로 뽑겠다는 계획이다.
 
정규직 설계사 채용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협회 공시실의 자료에 따르면, 피플라이프의 신계약 건수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모두 합쳐 2018년에는 13만4242건이었지만 2019년에는 23만1313건으로 2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불완전 판매 비율도 감소했다. 2019년 생명보험 불완전 판매비율은 0.57%로 전년 0.94%였던 것에 대비해 0.37%포인트(p) 줄었고, 손해보험도 마찬가지로 0.07%에서 0.04%로 낮아졌다.
 
간편송금서비스 앱으로 유명한 토스가 설립한 GA인 토스보험서비스 역시 지난 4월 보험상담매니저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밝힌 상태다. 토스 관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입사 후 6개월 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며, 이 기간에도 4대 보험은 적용된다.  출발부터 설계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역선택’을 한 토스보험서비스의 향후 실적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메리츠화재, 전속설계사 수 2배 이상 증원 및 ‘사업가형 본부장’ 제도 운영/올 1분기 영업이익 67.9% 급증
 
손해보험사인 메리츠화재는 보험설계사 제도 혁신의 선두주자격이다.  또한 설계사에게 최고 수수료를 1100%까지 제공하는 등 영업 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토대로 전속 설계사 수수료의 수를 대폭 늘려가고 있다. 설계사 수는 지난 2016년 12월 1만1973명에서 지난해 연말 2만2541명으로 1만568명이 증가했다. 설계사 수가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동시에 2016년부터는 설계사도 본부장 자리에 오를 수 있게 한 ‘사업가형 본부장’ 제도를 운영하는 중이다. 정규직 직원만 가능했던 본부장 자리에 학력, 경력, 성별, 나이 등과 무관하게 관리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보험설계사를 기용한 것이다. 이는 본부장이 단순한 관리직이 아니라 일종의 사업가라는 혁신적 개념을 도입한 결과이다. 설계사 출신 본부장은 사업가형 지점장 제도 도입한 1년만인 2017년 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1월 기준 101명으로 100배 증가했다.
 
이 같은 혁신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2019년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28.4% 증가한 3013억원을 달성했다. 메리츠가 설계사 수를 2018년 1만6505명에서 2019년 2만5431로 늘렸던 시기이다. 불완전판매 비율 또한 2018년 하반기 0.02%에서 2019년 하반기 0.01%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영업이익등이 급증 추세이다. 지난 14일 실적 공시에 따르면,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 1517억 원, 순이익 107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해 동기 대비 각각 67.9%, 63.6% 증가한 수치이다. 보험설계사 수를 늘리고 수수료 지급을 늘렸지만, 보험료 납입액 증가와 비용 효율화를 통해 회사의 이익은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화재 측은 “영업을 하던 설계사가 팀장이 되고, 본부장이 되면서 한 조직이 유동적으로 잘 움직이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설계사들 분위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설계사의 환경과 대우를 개선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메리츠화재·피플라이프·토스보험서비스, 사업비 증가와 이익증가라는 양면성 저울질해야
 
메리츠화재 그리고  피플라이프 및 토스의 행보는 보험업계의 기존 관행을 깨는 행보이다. 설계사 제도 혁신을 통해 영업 결과를 개선하고 불황을 타파하려는 전략이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는 판매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보험을 추천한다는 목표가 있다”며 “영업결과에 따라 소득이 결정되는 위촉직 형태로는 비전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 또한 “아직까지는 대면 영업이 중요하기에, 능력있는 설계사가 많아야 한다”며 “사업가형 본부장도 한 만큼 가져가는 현장을 만들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회사측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우선 설계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회사는 기존 사업비에 더해 4대보험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한다. 설계사 수수료 1100%인상을 단행하고, 설계사 수를 늘려가고 있는 메리츠화재 역시 사업비 증가를 피할 수 없다.  
 
특히 설계사의 정규직 채용 및 사회보험 확대와 관련해서는 “기업의 과도한 비용부담으로 일자리가 축소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의견이다.  결국 실험에 나선 보험사들은 설계사 제도 혁신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과 비용을 저울질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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