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뼛속까지 DB맨' 김정남 DB손보 대표의 역발상 투자전략, 깜짝 실적개선의 뿌리

강지현 입력 : 2020.05.18 06:31 ㅣ 수정 : 2020.05.18 09:20

코로나 불황속 1분기 영업익 38.6% 증가 / 선제적 투자와 효율성 추구의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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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지현 기자] 저금리 기조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인구가 감소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힘들어진 보험 업계 상황 속에서 DB손해보험이 1분기 실적 개선을 이뤄낸 것과 관련해 김정남(68) 대표의 경영전략이 주목된다.

 

지난 15일 발표된 DB손해보험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조36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17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6%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약 1376억으로 38.7% 증가했다. 손해보험업계의 전체적인 축소 상황에서 이뤄낸 깜짝 쾌거다. 코로나19로 자동차 운행과 병원 이용이 줄어 손해율이 감소한 덕을 봤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 [사진제공=DB손해보험/그래픽=뉴스투데이]
 

하지만 이면에는 오랜 기간 손보업계에 몸을 담아왔던 김정남 대표의 ‘두 마리 토끼’ 전략이 주효한 결과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김 대표는 몇 해 전부터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사업비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손에 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김 대표는 2017년부터 보험과 IT 기술을 합친 인슈어테크(InsurTech) 도입에 앞장서는 선제적 투자 행보를 보이는 한편, 올해부터는 사업비 효율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투자와 절약이라는 양면 전략이 결실을 맺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DB손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혁신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특별히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김정남 대표의 인슈어테크 확대나 효율성 절감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 업계 최초 인슈어테크 전담 조직 구성하고 챗봇 도입, 올해 ‘DB V-System’과 ‘질병심사 자동화 시스템’ 출시

 

김정남 대표는 지난 2017년에 업계 최초로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관련 인슈어테크 전담 조직을 구성하면서 혁신을 시작했다. 이 전담 조직은 15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하는 것이 주 업무다.

 

이 조직이 대표적으로 출시한 것이 2017년 등장한 AI 보험 상담 서비스 ‘프로미 챗봇 서비스’다. 이 챗봇은 DB손해보험이 가진 자체 데이터를 분석해 보험금 청구방법, 구비서류 안내, 계약대출 이용방법, 서비스망 찾기 등의 고객 문의에 대해 응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손보업계 최초의 챗봇 서비스였다.

 

이렇게 챗봇 서비스를 출시해 주목을 모은 김 대표는 이후 더욱 인슈어테크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특히 올해 3월에는 ‘DB V-System’과 ‘질병심사 자동화 시스템’을 출시했다.

 

‘DB V-System’은 고화질 영상전화를 통해 사고현장에서 직접 사고처리 전문가인 직원과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고객은 ‘지연 출동’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보험사는 직원이 즉각 파손부위를 확인할 수 있기에 정보 수집과 초기 조치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올해 3월에 출시된 ‘질병심사 자동화 시스템’은 자사 계약 심사 데이터를 통해 약 16개의 시나리오를 도출해, 자동으로 보험가입 여부를 결정해주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가입 조건을 즉석에서 확인해 좀 더 빠른 설계를 받을 수 있고, 심사 결과 또한 신속하게 안내 받을 수 있다.

 

사실 김정남 대표의 이런 인슈어테크 확대 행보는 당시 업계에서는 '너무 빠른 혁신'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사업보고서를 확인하면, D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이 2017년 6692억원, 2018년 5378억원, 2019년 3823억원 등으로 줄어든 것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 상품 포트폴리오 혁신, 채널효율 개선 등으로 사업비 효율화 전략 동시 추진

 

김 대표는 단순히 투자를 확대하는 데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인슈어테크 길을 개척하며 미래 먹거리를 찾아온 동시에 한편으로는 사업비 개선을 통해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측면에도 역점을 두어왔다. 

 

실제로 올해 신년사에서 김 대표는 △신계약가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 혁신 △한계채널 정리 등 채널효율 개선 △사업비 효율화 라는 세 가지 과제를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 가지는 모두 비효율적인 부분은 줄이고, 업무에 있어 단순성을 추구해 혁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계약가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 혁신은 상품 구조를 주력 상품 위주로 구성해 단순하게 만들고, 수익성에 대해 사전에 분석한다는 계획을 말한다. 한계채널 정리는 수익이 불투명한 채널을 줄인다는 것이다. 사업비 효율화는 AI를 통해 신 판매채널을 개척해 업무 자동화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뜻한다.

 

결국 김 대표의 전략은 기술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한편, 사업비 측면에서는 효율성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다. DB손해보험 측은 “인슈어테크 전략도 다른 시선에서 보면 효율성 개선이라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 3개월 간 DB손해보험 주가 변동추이. [자료=네이버증권]
 

■ 84년 DB그룹 입사 이후 손해보험 업계 ‘외길’, 전문성 토대로한 전략가인 CEO 10년차 

 

이렇게 김 대표가 손보업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히 전략을 수립해 나갈 수 있었던 데는 오랜 기간 손보업계에 몸을 담아왔다는 이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 대표는 1979년 동부그룹에 입사한 이후로 DB손해보험 경영기획담당 상무, 개인영업총괄 상무, 신사업부문 총괄 부사장, 개인사업부문 총괄 부사장 등을 거치면서 꾸준히 손보업계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한마디로 '뼛속까지 동부맨'이면서 ‘보험통’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2010년 5월에 취임한 김 대표는 올해로 취임 10년 차가 된다. 안정적으로 지위를 유지해왔기에 충분히 장기 전망을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DB손보 관계자는 “김정남 대표는 평소에도 단기적인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 대해 더 신경을 많이 썼다”면서 “올해로 취임 10년 차가 되었기 때문에,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찬바람이 불었던 올해 1분기 성장을 이뤄낸 DB손해보험이 김정남 대표의 적극적 투자 전략과 효율성 극대화라는 두 가지 전략을 등에 업고 2분기에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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