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리포트] 삼성생명·현대해상의 디지털시대 대응전략, 희망퇴직해도 보험설계사는 증원

강지현 입력 : 2020.05.16 05:31 ㅣ 수정 : 2020.05.16 05:31

비대면 판매채널 강조해도 보험업의 본질은 대인영업/지난해부터 전속설계사는 증가세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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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지현 기자] 저출산·저금리·저성장 등의 구조적 위기로 인해 보험업계가 장기적인 불황을 맞이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언택트(비대면)’ 바람이 부는 등 영업 환경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따라 보험사들이 자연스럽게 전속설계사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상당수 주요 보험사들은 이 같은 관측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보험설계사 인력을 감축했던 기조에서 벗어나 규모 유지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속설계사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금융업의 디지털화라는 대세에도 불구하고 보험업의 본질은 결국 대인영업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결과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코로나19로 야외에서 보험설계사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전속설계사 규모를 늘리는 선택을 한 보험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다. 15일 각 보험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설계사 자격시험이 미뤄져 정확한 규모에 대해는 말하기 어렵지만, 줄일 예정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다.
 

다만 전속설계사는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이어야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험 상황이 채용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대란으로 인해 자격시험이 아직 실시되지 않은 상태이다. 시험에 합격할 경우 채용전선에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증가세 접어든 전속설계사 채용규모 올해에도 유지/사무 및 관리직은 디지털화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통해 전속설계사 수를 살펴보면, 각 보험사들이 설계사 수를 회복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를 제외한 삼성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이 모두 2018년에는 설계사의 수를 줄였다가 2019년에 다시 늘렸다.

 
2018년은 당시 2021년부터 도입하기로 되어있었던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의 영향과 비대면판매채널 확대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보험사 전체에 설계사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던 시기였다.
 
보험사들이 기조를 바꾸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장기인(人)보험 상품을 판 설계사에게 1100%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제도로 설계사를 대폭 끌어모았던 메리츠화재를 포함해 삼성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의 설계사 수가 모두 회복세를 나타냈다.
 
보험사들은 올해도 마찬가지로 설계사 수를 줄이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 상황이다. 그럴 경우 설계사 증가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심지어 삼성생명의 경우 오는 6월부터 신규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50%인상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밝혔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히려 설계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보험사들의 설계사 유지 전략은 현재 수익성 악화 상황을 감안할 때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전체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7조854억, 2018년 7조2863억, 2019년 5조3367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영업을 하기 어려워진 상황은 보험업계에 다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심지어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 11일부터 일반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3년만에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시선이 더 컸다. 이와 관련해 현대해상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구조적 측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라면서 “전속설계사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많이 모아야 영업을 통해 매줄 층대를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무 및 관리직 직원은 디지털화를 통해 줄여나간다 해도 영업망은 오히려 확대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비대면 채널 있어도 결국 설계사가 소비자를 설득해야 매출 증대”/ 설계사 증원했던 메리츠는 순이익 증가
 
결국 보험사들의 이런 설계사 유지 기조에는 아직까지는 전속설계사를 통한 대면영업이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과 같은 보험용어 자체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쉽지 않기에 비대면으로 팔기는 어려운 상품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 역시 아직까지는 대면 영업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현대해상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을 확대한다고 해도 결국 설계사가 연락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다”라고 답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도 또한 “비대면 채널은 설계사가 활용할 수 있는 보조 수단일 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생명보험 비대면 직판채널 성과 부진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에서 60대까지의 모든 연령대가 대면 채널을 더 선호한다고 대답한 것으로 드러난다.
 
이런 대면 영업 확대 전략을 통해 실제로 이익을 늘린 곳이 바로 메리츠화재다. 작년 12월말 기준으로 전속설계사 수 2만5431명으로 삼성화재를 제치고 손보업계 1위를 자랑했던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증가라는 결과를 얻었다. 2018년 당기순이익 2347억원에서 2019년에는 20.1% 증가한 2821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화재 측은 “설계사는 걸어다니는 대리점이기 때문에 능력이 있는 설계사가 많을수록 좋다”면서 “아직까지는 대면영업이 더 중요한 상황이고, 그래서 어려운 상황일수록 영업할 수 있는 사람도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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