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의 실적개선으로 증선위 분식회계 논리 퇴색, 힘 받는 이재용 부회장의 ‘바이오’ 구상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코로나19 여파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선방하면서 양사를 ‘제2반도체’로 키우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바이오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바이오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072억원 6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1254억원)와 비교해 65.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34억원) 대비 860억원 증가해 흑자전환했다.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의 실적 개선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논리적으로 음의 상관관계이다. 분식회계란 "회사의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회사 장부를 조작하는 행위"이다. 양사의 실적이 악화될수록 양사의 가치는 낮아지므로 과거 행위가 분식행위라는 의혹은 커지게 된다. 반면에 실적이 좋아지는 추세가 분명해지면, 분식회계 주장은 시장의 평가와 정반대 입장을 취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 삼성바이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26억원 기록…흑자전환 성공 / 삼성에피스, 바이어시밀러 유럽서 25% 성장
삼성바이오의 흑자전환 성공은 회사에 위탁생산(CMO)을 한 해외 바이오기업이 개발에 성공하면서 회사가 받는 계약금이 증가한 것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8년 9월 이뮤노메딕스와 CMO 계약을 체결한 제품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식품의약국(FDA)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개발 성공 후의 상업 물량 확정 조건이 성립해 계약금액을 정정공시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이에 345억5800만원이었던 계약금액이 1844억6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삼성바이오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거론되는 ‘비어’(Vir)와의 협업도 진행 중이어서 사업의 미래 전망성도 좋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에피스의 1분기 실적도 선방했다. 회사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3종이 올해 1분기 유럽에서 큰 폭의 매출 증대를 이뤄냈다.
삼성바이오 유럽지역 마케팅 파트너사 바이오젠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바이오시밀러 3종(베네팔리·플릭사비·임랄디)은 올해 1분기 유럽에서 2억1880만달러(약 267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다만, 바이오젠의 발표는 제품이 시장에서 팔린 매출을 의미해 삼성바이오의 회사 매출과는 차이가 있다.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는 산업구조 측면에서 파트너 관계이다. 삼성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신약을 연구 개발하는 연구회사이고,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CMO업체다. 바이오젠이 유럽시장에서의 삼성에피스의 제품 판매 규모를 공개하는 이유다.
특히 삼성에피스는 지난해 7월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SB8(프로젝트명, 성분명 베바시주맙)’ 개발을 마치고 유럽 출시를 위한 허가 심사단계에 돌입했다. 현재 유럽의약품청(EMA)에 제출한 판매허가 신청서 제출을 완료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검찰과 시민단체 삼성바이오의 장부상 가치 '부풀리기' 주장 / 분식회계 의혹 수사 마무리 단계
양사의 이 같은 실적개선 추세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검찰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 논리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자회사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회계처리 기준 변경으로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으로 늘린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장부상 가치가 부풀려진 것에 같은 해 삼성물산과 합병을 앞둔 모회사 제일모직에 유리하도록 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형성돼 결과적으로 대주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 최대주주가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전에 자사주 전부를 매각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46.3%) 가치를 6조6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1:0.35)에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1대 주주(지분율 11.6%)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다.
한편 검찰은 다음 달 초까지 삼성바이오 수사를 최종 정리한 뒤 다음 달 중순쯤 이재용 부회장 소환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