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JOB뉴스로 특화된 경제라이프’ 매체인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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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날씨 담당기자가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되는 트랙에 올라섰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이하 엔씨)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인공지능(AI) 미디어 공동 연구 성과 중 하나로 머신러닝 기반 AI 날씨 기사를 제공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AI 기술력을 지닌 엔씨가 연합뉴스와 손잡고 날씨기사를 서비스한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직업의 흥망성쇄 관점에서 보면, '날씨담당 AI 기자'의 출현을 선포한 것이다.
엔씨의 AI 기자는 3가지 관점에서 인간 기자처럼 일을 하게 된다.
첫째, 엔씨의 AI 기자는 자연어 기반의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가 작성한 문장의 100%가 실제로 작성된다. 사전에 주어진 문장에 데이터만 끼워넣는 방식이 아니다.
기존의 증시 시황 및 스포츠 경기결과를 작성하는 AI 기자는 고정된 템플릿에 숫자만 교체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AI가 자연어 기반의 문장을 작성하는 능력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엔씨의 AI 기자는 생각하면서 문장을 쓰는 기자이다.
이 같은 진보는 오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이루어졌다. 엔씨는 2018년 5월 연합뉴스와 AI 미디어 공동 연구 업무 협약(MOU)을 맺고 2년여간 R&D(연구개발)를 진행했다. 연구기간 동안 AI가 최근 3년 치의 날씨 기사를 학습하고 기사 작성법을 훈련했다.
엔씨가 실현한 기술은 머신러닝 기반이다. 머신러닝 기반의 자연어처리(NLP) 기술이 미디어에 도입된 국내 첫 사례다. 이용자는 매일 하루 3번(아침, 점심, 저녁) AI 날씨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인간 기자처럼 '과거'와 비교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 인간 기자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 날씨와 현재 날씨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번 홍수는 5년 만에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는 식의 비교분석이다. 엔씨의 AI 기자는 이러한 인간 기자와 같은 동일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최종 출고전에 인간 기자들처럼 데스킹 과정을 거친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엔씨소프트와 연합뉴스가 국내 언론 최초로 인공지능(AI) 핵심기술인 머신러닝으로 기사를 시도한 것이다”라며 “이전에 다른 언론사에서 AI 기술을 이용해 기사를 작성했는데 그 곳에서도 사람의 데스킹 과정을 거쳤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데스킹 과정은 엔씨의 AI 기자가 스스로 모든 문장을 쓰기 때문에 필요하다. 기존 AI처럼 템플릿에 데이터만 교체한다면 불필요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인간처럼 문장을 쓸 줄 아는 AI 기자의 실전배치는 인간 기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태한 연합뉴스 AI팀장은 “AI를 활용하면 뉴스 생산성이 높아지고 기자들이 심층취재에 몰두할 수 있게 돼 저널리즘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언론계의 AI 혁신 환경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AI 기자가 많아질수록 인간기자들은 심층취재와 분석기사 작성 등을 통해 AI 기자와 차별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엔씨는 기사 생산 과정을 돕는 AI 기술도 함께 선보인다. △AI가 기사 내용을 파악해 관련 사진을 자동 추천하는 기술 △특정 이슈의 흐름을 파악해 타임라인에 따라 자동으로 연표를 생성하는 기술 등을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인간 기자들이 특정 이슈의 연표를 작성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를 뒤져서 연표를 정리하는 일도 조만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