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SK하이닉스 말고 SK텔레콤이 AI반도체 개발 '총괄', 박정호의 '대변신' 신호탄
AI반도체 및 인터페이스 개발사업을 SKT가 지휘, 서울대 및 SK하이닉스등도 참여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대변신’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통통신기업으로 출발한 SK텔레콤을 ICT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선언이 실천되고 있는 모습이다. 박 사장은 비즈니스의 융복합을 본질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특성에 맞춰 업종 간의 경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명 변경’도 이미 공언한 상태이다.
인공지능(AI)반도체 사업은 그 신호탄으로 보인다. 정부가 AI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의 파트너로 반도체 전문기업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아닌 SK텔레콤을 선택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3일 AI 반도체 1등 국가 도약을 위해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의 신규과제 수행기관 선정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에는 올해 288억 원, 향후 10년간 2475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 과기부 관계자, “SK텔레콤은 통신사지만 AI반도체 설계 및 제작 역량 보유”
이번 사업에는 서버, 모바일, 엣지, 공통 등 4개 분야의 컨소시엄에 28개 수행기관이 선정됐다. 그 중 서버 분야는 최대 8년 동안 708억원으로 최다액을 투자받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서버에 활용 가능한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인터페이스를 개발한다. 반도체 개발임에도 불구하고 총괄은 글로벌 D램 강자인 SK하이닉스가 아닌 통신사 ‘SK텔레콤’이 맡았다. SK하이닉스는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알파솔루션즈 등과 함께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한다.
과기부 인공지능사업팀 관계자는 23일 본지와의 전화연결에서 “사업 영역의 차이인데, 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이라면 SK텔레콤은 비메모리 반도체 쪽이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용도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제작되며, 시스템 반도체라고도 불린다.
AI 반도체는 학습·추론 등 AI 구현에 요구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전력 고효율로 처리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비메모리 반도체에 속한다.
이 관계자는 “SK텔레콤은 통신회사이지만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쪽에 역량을 지니고 있고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며 “회사 내에서 전문 팀을 만들어 AI 반도체 개발 경험도 있고, 서버 쪽에 인프라도 가지고 있고, 준비 또한 철저해서 공고에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SK텔레콤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초당 40조번(40TFLOPS)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고 15~40W 수준의 낮은 전력을 소모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AI 반도체를 개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 SK텔레콤, AI서비스 '누구' 업그레이드만?...하드웨어도 생산 추진/박정호 사장, 거물들의 각축장에 도전장
SK텔레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AI 처리 속도와 양을 늘리는 ‘AI 가속기’를 지난 2018년에 개발하고 그 이후에도 AI 기업 서비스를 하다 보니까 더 잘 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이 필요하다”며 “AI 반도체 분야를 개척하면서 기업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해나가면서 AI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AI스피커 ‘누구’를 출시해 서비스하고 있다. AI 반도체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은 AI 서비스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생산역량도 키우려는 포석인 셈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5일 첨단기술분야 투자 및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알파홀딩스와 AI 반도체 등 기술 사업화·투자 유치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알파홀딩스는 첨단 기술 분야 투자 및 사업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설계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는 기업이다.
SK텔레콤 김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AI 국가전략에서 SK텔레콤이 고유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며 “시장 형성 초기인 대용량 AI 반도체에 대한 선제적 기술 투자와 상용 서비스 혁신을 통해 메모리 강국 대한민국이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선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AI 반도체의 상위 개념인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부진하고 있지만 이번 과기부와의 협업으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별 점유율은 △인텔 22% △TSMC 11% △퀄컴 7% △브로드컴 7% △삼성전자 4% 순이다.
박정호 사장은 이처럼 ICT업계의 거물들이 각축던을 벌이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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