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SK종합화학 '버티기'성공하면 웃는다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유가 폭락 추세가 모두 장기화되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 전망 셈법이 복잡해졌다. 저유가 덕에 중국 기업들보다 높은 가격경쟁력을 얻었지만 저유가를 불러온 수요 감소는 회복 시점까지 버티는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선물시장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6월 인도분 기준 43.4% 내려간 배럴당 11.57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20일(현지시간)에는 인도 만기 시점을 앞둔 5월 인도분 WTI가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하며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인 ‘에틸렌’을 공급하는 화학 기업들은 석유에서 추출한 납사(나프타)나 석탄, 에탄올 등을 원재료로 삼는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우리나라와 일본 등 납사에 바탕한 유화 기업들은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미 납사 분해 공정(NCC)의 1톤당 스프레드(마진)는 지난 3월 260달러선에서 이달 셋째 주 303달러로 반등했다.
덕분에 국내 종합화학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국내 주요 화학사는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SK종합화학등이다. 반면 중국의 화학사들은 석유가 아닌 석탄을 주로 쓰기 때문에 이 혜택을 얻지 못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초 저유가 지속에 따른 제품가격 약세가 석탄 원료 올레핀(CTO) 및 메탄올 원료 올레핀(MTO)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중국 업체의 가동률 하향이 포착되고 있다”라며 “연초 86%에 육박하던 CTO 및 MTO 가동률은 현재 75% 수준까지 하락했고 향후에도 경쟁 열위가 부각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원가하락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수요감소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원유 쓰는 국내기업들, 석탄쓰는 중국기업에 비해 '가격 경쟁력' 생겨
이처럼 양극단적인 관측 중 어느 쪽이 맞을까. 기업현장의 분위기는 신중하지만 비관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비관 속에서 희망찾기'이다.
관련 기업 관계자들은 익명을 전제로 이 같은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유화업계 관계자 A씨는 “저유가 기조에 따라 유가 부담이 낮아지고 석탄이나 가스 등 다른 원료를 바탕으로 하는 다른 나라의 제품에 비해 조금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라며 “중국은 석탄 기반으로 화학 사업을 하고 있어 시장 수요 감소에 따른 석유 기반 업체들의 피해가 상쇄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유화업계 관계자 B씨도 “석탄이나 천연가스, 에탄 등 석유 대비 저가 원료가 경쟁력을 가지는 건 고유가일 때”라며 “(석유에서 뽑는) 납사를 기반으로 하는 공정은 원재료 부담이 크기 때문에 (원재료인) 석유의 가격이 내려가면 납사분해공정(NCC)의 석탄 대비 경쟁력이 더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 문제는 ‘수요 절벽’…하반기까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버텨야
유화업계는 이처럼 공급 측면에서는 중국 기업들을 따돌렸지만 수요 측면에서는 전방 산업의 위축이 계속됨에 따라 감산 조치에 들어갔다. 각국의 경제활동이 얼어붙으면서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수요와 유통량이 줄고 석유화학 원재료도 덩달아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롯데케미칼은 올해 말까지 울산공장 메타자일렌(MeX) 2개 라인과 파라자일렌(PX) 1개 라인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재가동 시점은 그보다 빨라진다. 지난달 26일 SK종합화학도 울산 소재 합성고무제조공정을 2분기 안에, NCC 공장은 오는 12월부터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수요회복'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버티기에 성공하는 게 관건이라는 분위기이다. A씨는 유화제품 수요 감소에 대해 “이번 저유가는 수요 감소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다. 이 말은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도 함께 줄어든다는 것”이라며 “원가가 내려가 마진은 올라갔어도 제품 판매가 잘 돼야만 마진 상승폭이 ‘우리 것’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저유가의 수혜를 다 보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B씨는 “석화업계 기업 대부분이 제품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치가 큰 편이라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 등으로 물량을 나누려고 노력한다”라며 “‘탈중국’과 함께 시장 상황에 덜 흔들리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꾸준히 팔아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수익성을 늘리는 쪽으로 가는 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