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패러다임 전환 ⑧] 2375조원 시장 겨냥한 현대차의 '미래도시', 구글과 도요타 따라잡기가 과제

김태진 입력 : 2020.04.22 07:19 ㅣ 수정 : 2020.04.22 07:19

미래도시 글로벌 시장 규모 2025년 2375조 육박/2021년 국내시장은 151조원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 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서 “현대차는 이동 시간의 혁신적 단축으로 도시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도록 도울 것이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역동적인 인간 중심의 미래도시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도시란 첨단기술을 이용해 기반시설을 연결하고 교통·환경·주거 등의 기존 문제를 해결한 도시를 뜻한다. 모빌리티와 사물 간 ‘연결성’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글로벌 IT 기업들이 미래도시에 두각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플랫폼 서비스 기업’으로의 탈바꿈 움직임과 뜻을 같이 한다. 미래도시는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접목된 물류 시스템과 교통 인프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완성차 업체들이 이동수단뿐 아니라 차량 호출, 차량 공유, 로봇틱스 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 모빌리티와 도시의 연결성을 구축해, 스마트 시티(Smart City)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도시 구현을 위해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 등 3가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UAM은 하늘을 이동통로로 사용하는 도심항공 모빌리티이며, PBV는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변하는 자율주행 지상 모빌리티이다. Hub는 UAM과 PBV를 잇는 구심점이다.

 

즉, 하늘에서는 복잡한 도로교통 문제 없는 UAM, 지상에서는 완벽한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돼 휴식이 가능한 PBV, 모빌리티 환승 거점이자 주거·여가·문화·의료 등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Hub가 현대차가 구상하는 미래도시인 것이다.

 

정 부회장은 “우리는 도시와 인류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깊이 생각했다”며 “UAM과 PBV, Hub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 나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뉴스투데이]
 

■ 시장 현주소=미래시장 글로벌 규모 2025년 2375조원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미래도시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025년 237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국내 스마트시티 시장이 2021년까지 151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인 미래도시는 △현대차 ‘인간 중심의 미래도시’ △도요타 ‘우븐시티’(woven city) △마운트 레몬 홀딩스 ‘벨몬트’(Belmont) △사우디아라비아 '네옴'(Neom) △구글 알파벳의 '퀘이사이드'(Quayside) 등이 있다. 이 중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와 도요타가 유일하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MIF) 2019’에서 “새로운 모빌리티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계획이 함께 실현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인간중심 스마트시티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자문단은 △포용적(Care)이고 △자아실현적(Enable)이며 △역동적(Vitalize) 도시구현이라는 인간중심의 미래 도시를 위한 세 가지 핵심 가치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2050년 미래 도시의 정책과 구조의 변화를 연구하는 ‘미래도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50 미래도시 프로젝트는 글로벌 전문가들과 각 지역의 유형별 특성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게 될 미래 도시를 예측하는 공동 프로젝트이다.

 

현대자동차는 미래도시에 필요한 기반 시설과 도시 발전 방향에 대한 예측을 위한 미래도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현존하는 도시를 특징별로 분류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교통정체가 심각한 대도시의 문제 해결을 목표로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솔루션을 집중 연구했다고도 전했다.

 

■ 강점=초연결과 초지연을 가능케하는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국내 이동통신사들과의 활발한 협업

 

현대차그룹은 디지털 인프라 활용 잠재력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한국이 세계 2위 수준의 인터넷 속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속도 세계 1위는 싱가포르가 차지했다.

 

미래도시는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촘촘하고도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른 인터넷망 구축이 전제조건이다. 외부 인식 센서를 탑재한 자율주행차, 집과 모빌리티의 연결, 실시간 교통분석 등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통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5G(5세대 이동통신) 산업 발전이 미래도시 구현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이다. 5G는 4G에 비해 통신 응답의 지연속도가 10분의 1 이하인 초지연성과 20배 이상 빠른 초연결성 특징을 가지고 있다. IoT 기기들이 다량으로 접속해도 끊김없이 빠르게 통신이 가능하다.

 

지난해 4월3일 5G 상용화 이후 1년이 지난 현 시점 구축된 기지국은 11만5000국이다. 통신사들은 상반기에 망 투자규모를 4조원으로 50% 가량 확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국내 이동통신사 기업들과 미래도시 관련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현대차그룹은 SK텔레콤과 모빌리티 및 커넥티드카 분야의 테크·서비스 스타트업을 선발해 육성·투자하는 제로원 트루이노베이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또한, 지난해 8월 LG유플러스의 IoT 기술 ‘LTE-M1’을 현대차의 공유형 1인 이동수단 서비스 ‘제트’에 탑재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현대자동차의 상용 전기버스에 실시간 데이터 수집·차량 위치 관제·차량 원격 진단 등이 가능한 KT의 차량 통합관리서비스를 탑재했다.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비전 이미지[사진제공=현대차]
 

■ 약점=도요타·구글에 비해 늦은 출발

 

현재 미래도시 구상을 밝힌 글로벌 기업은 현대차, 도요타, 구글 등 소수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현대차는 늦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도요타는 그물망처럼 촘촘히 짜여있다는 의미인 ‘우븐시티’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율주행 셔틀, 요리 로봇, 인공지능 시스템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살아있는 실험장소’로 불린다. 이를 위해 공장 폐쇄·이전, 인력 활용, 미래 기술 연결 등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최소 5~6년간의 시간을 쏟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의 전체 디자인은 덴마크의 스타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가 맡는다.

 

우븐도시의 장소는 시즈오카 현 스소노 부근의 도요타 히가시후지 공장 부지로 확정했다. 도요타는 2021년 초에 착공해 이르면 2023년부터 자사 연구원과 일반 시민들이 실제로 거주하며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도시계획 사업을 위한 자회사 ‘사이드워크 랩스’(Sidewalk Labs)를 지난 2015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7년 10월 캐나다 토론토시와 협약을 맺고 해당 지역에 미래도시 ‘퀘이사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총 250만 평의 부지 공간에 달한다.

 

사이드워크 랩스의 ‘혁신 개발 계획’은 총 3권의 1500쪽 분량으로, 2만1000명의 토론토 주민들과 협의 과정까지 끝났다. 구글 캐나다 본사와 300명 직원을 우선적으로 이전하는 구체적 계획까지 내놓았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2050 미래도시 프로젝트’의 연구결과를 내년 초에 공개할 방침이다. 도요타와 구글에 비해 아직 시기 및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다.

 

■ 정부의 정책적 과제=공공성 결합된 미래도시 사업...정부의 지원과 승인 필수

 

미래도시는 이동수단뿐 아니라 도로, 건물, 기계 등의 사업과 연관되어 있기에 자동차 제조업만의 역량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여러 기업과 협력을 진행해야 할뿐만 아니라 도시 인프라를 책임지는 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실제로, 사이드워크 랩스가 미래도시 퀘이사이드를 위해 4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함과 동시에 캐나다 연방정부가 1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원했다. 2028년까지 실시간 교통정보 체계와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인프라 투자도 진행한다.

 

그리고 미래도시의 시범운영이 광활한 부지를 필요로 하는 만큼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사이드워크 랩스는 토론토 시민들이 개인정보 활용에 반대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정부가 조건부 승인을 내줘 현재 진행 중인 것이다. 이처럼 미래도시 구현은 정부의 지원과 승인이 필요해 공공성이 결합된 사업으로 분류된다.

 

이에 맞춰 국내 정부는 2018년 1월 ‘스마트시티 추진전략’과 함께 ‘세계 스마트시티’ 선도모델로 국가시범도시 세종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 등 2곳을 발표했다. 부산과 세종은 시범도시 착공 시기를 각각 지난해 11월과 올해 7월로 잡았으며, 2021년 말부터 최초 주민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종 5-1 생활권은 모빌리티·건강관리·교육·에너지환경·당사자들 간 책임감·문화쇼핑·일자리 등 7대 서비스 구현에 최적화된 공간계획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고령화나 일자리 감소 등 도시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과 물 관리 관련 신산업 육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