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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초대형 증권사, 발행어음 수요↑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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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4.14 06:06 ㅣ 수정 : 2020.04.14 06:06

한투·NH·KB증권, 부동산 규제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 없어 잔액 못 늘려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0%대 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발행어음 수요가 증가함에도 3대 초대형 증권사들이 잔액을 늘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규제로 인해 부동산 투자 부문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안정적인 투자운용처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초대형 증권사들의 이런 스탠스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최근 제로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합금융투자회사(IB, Investmnet Bank) 중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총 3곳에서 만기 1년 이내로 자체 신용에 따라 발행하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개인·기업 투자자에게서 조달한 자금을 높은 금리를 받는 기업대출 등으로 운용하고 약정된 금리를 제공한다.

   

[표=뉴스투데이 / 자료=각 사]

 

■ 부동산PF 규제…고수익 부동산 투자운용처→벤처캐피탈, 불확실성↑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3대 초대형 IB의 작년 말 발행어음 잔액은 12조9000억원으로 2018년 말보다 110%(6조9000억 원)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발행잔액이 6조7000억원으로 2018년 말보다 59.5%(2조5000억원) 증가했고, NH투자증권은 4조1000억원으로 127.8%(2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발행어음 사업을 처음 시작한 KB증권의 잔액은 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발행어음 잔액이 더욱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0%대를 기록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증권사 발행어음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 금리를 조금만 높게 책정해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KB증권이 지난 3월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출시한 2000억원 규모의 ‘KB 에이블 스텝업 발행어음’은 바로 완판 되기도 했다. 이 상품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더 높은 금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금융업계는 이같은 발행어음에 대한 수요 증가에도 올해는 3대 초대형 IB가 작년만큼 발행어음 잔액을 늘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올해 2분기부터 증권사들에 대한 부동산 투자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고수익 운용 투자처였던 부동산 중심의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됐다.

정부가 작년 12월 도입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익스포저에 대한 건전성 관리 방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가 판매할 수 있는 발행어음의 부동산 PF 대출 한도가 30%에서 10%로 대폭 축소됐다.

이는 부동산PF 대출을 확대시키는 유인을 제거하고 증권사들이 벤처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3사는 부동산 투자보다 모험자본(유망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자금) 중심으로 발행어음 투자운용처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인해 벤처캐피탈(VC·Venture Capital) 중에서도 수익성이 좋은 단기 투자처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많이 확보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3대 초대형 IB는 정부 규제와 코로나19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시장의 수요에도 올해 무리해서 발행어음을 발행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 KB·NH·한투, 발행어음 금리 떨어져도 수요 여전할듯금리경쟁 피하고 역마진 우려 낮춘다

 

한편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발행어음 운용을 위한 모험자본을 확대하는 등 정부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기존에 모험자본을 다루는 성장투자본부에서 이미 발행어음 운용에도 벤처캐피탈 투자처들을 포함시킨 상태”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벤처기업 투자처를 확보하고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3대 초대형 IB의 개인고객 적립식 발행어음 금리는 12개월물 기준으로 2%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한편 기업고객 기간물 발행어음 금리는 최소 1%에서 많게는 1.55%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고객 기준 가장 높은 적립식 발행어음 금리(12개월물)를 보장하는 곳은 KB증권(2.75%)이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각각 2.60%, 2.50%로 뒤를 잇는다.

기업고객 기간물 발행어음(12개월물)의 경우 NH투자증권이 1.55%로 가장 높고, KB증권 1.51%, 한국투자증권 1.00~1.50% 순이다.

다만 한국은행이 지난 9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0.75%인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발행어음 금리 역시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3사 관계자 모두 발행어음 금리가 내려도 개인·기업고객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하 이후에도 발행어음 금리가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보다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고금리 발행어음을 발행하고 있는 증권사들에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3사는 올해 금리경쟁을 피하면서 발행잔액을 늘리지 않고, 역마진 발생 위험도도 낮출 방침이다. 즉 작년처럼 5%대 고금리 특판을 진행하는 등 마진을 포기하면서 무리한 출혈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수익률을 높이는 금리경쟁을 통해 시중 자금을 흡수하기보다 적정 규모의 자본을 목적에 맞게 벤처기업 투자처 등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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