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106)] '결혼'에 무심한 대기업 남성 직원이 '강남 아파트' 보러 다니는 이유는
안서진
입력 : 2020.04.09 07:01
ㅣ 수정 : 2020.04.09 07:01
사회 진출한 한국의 2030 남성들, 3가지가 달라졌다
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JOB뉴스로 특화된 경제라이프’ 매체인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편집자주>
[뉴스투데이=안서진 기자] 경제적 부담감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 세대’로 불리던 90년대생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기업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카카오의 사외이사에 박새롬(30) 성신여대교수가 기용됨으로써 대기업 이사진에 첫 30대가 출현하기도 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2030세대는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특징을 갖는다. 특히 남성들이 그렇다. 종합하면 대략 3가지 정도가 전혀 다르다.
■ 대기업 관계자 A 씨 "30대 초반 남자직원, 여직원에 대한 성대결 의식 강해"
한 대기업 관계자 A 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요즘 30대 초반 남자 직원들은 여자 직원들에 대해 일차적으로 호감을 느끼기보다는 경쟁의식을 강하게 느끼는 것 같다"면서 "한 마디로 성(gender)대결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입사 면접을 보면 여자 지원자들이 유독 똑똑한 면을 많이 보이곤 하는데 이런 점 등을 의식해 남자 직원들의 성 대결 의식이 강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가 이례적 현상을 관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당수가 공감하는 '보편성'을 띠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학창시절부터 학업능력과 리더십 등에서 남학생보다 우월한 '알파걸'에 치였던 경험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종의 자기방어 기제로 작동한다는 해석도 있다.
■ 패미니즘이 갈라놓은 20대 남녀의 정치성향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 B 씨는 사회 초년생인 90년대생 직원들의 특징으로 남녀의 상반된 정치적 성향을 꼽았다. "2030 남자 직원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보를 지지하지 않는 성향이 강한 반면 여자 직원들은 진보 지지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해 조사한 정부 지지율에 따르면 2030 남녀간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과 30대 여성 각각 52%, 60%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체 평균 지지율 42%보다 10~18%P 가량 높게 조사됐다.
그러나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의 지지율은 각각 31%, 52%로 여성 지지율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20대 남성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20대 여성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 같은 격차는 문재인 정부의 ‘친 페미니즘 성향’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당시부터 친여성 정책을 표방했다.
■ 30대 대기업 직원, 결혼과 출산에 무관심한데 주말에 아파트 보러 다녀/일부한 국한된 '풍속도' 지적도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 C 씨는 사회 초년생 직원들 특징에 대해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자들은 연애나 결혼, 출산 등에는 높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집 구매와 같은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눈에 띄게 적극적이다”면서 “주말이 되면 강남 등 인기지역에 아파트를 보러 다닌다는 30대 초반 직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혼에 관심이 없으면서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열정을 쏟아붓는 것은 우리 세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라면서도 "90년대생의 경제사회적 성장 과정이 그 원인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그는 "90년대 생들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IMF 외환위기와 관련 있는 것 같다"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자신의 아버지가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더라도 주변에서 어려운 친구들을 많이 보고 자란 탓에 경제 관념이 빨리 잡혔고 이는 곧 집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2030세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세대이기 때문에 최대한 자기 자산을 안전하게 축적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싶어하며 자가 소유의 집을 반드시 구매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30대 초반의 직장인이 주말에 휴식을 즐기기보다는 아파트 구매를 위해 발로 뛰기 위해서는 상당한 경제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말에 아파트를 보러 다니는 것은 고액연봉을 받는 대기업 및 금융기관에 취직했거나, 재력있는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부 90년대 생에 국한된 풍속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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