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IB 주춤에 레드오션 ‘수탁 부문’ 곁눈질?
“수탁수수료 수익 ‘반짝효과’…장기적 수익구조 변화 없을 듯”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는 그동안 수익 다변화를 위해 증권사들이 치중했던 투자은행(IB) 업무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가 증가하면서 수탁수수료 수익은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레드오션이 된 ‘수탁 부문’에 눈을 돌리지 않고 IB에 치중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증권사들은 IB부문을 앞세워 전통적인 수익원이었던 거래 기반의 수탁수수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다변화에 힘써왔다. 이에 따라 수수료 이익에서 IB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IB 수수료 수익은 2018년 649억원에서 72.1% 증가한 1117억원을 기록하면서 5개사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삼섬증권 역시 458억원에서 31.6% 오른 603억원을 기록했고, 미래에셋대우는 1442억원을 달성하면서 1204억원에서 19%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764억원에서 790억원으로 3.4% 올랐으며 키움증권은 2018년 287억원에서 17.7% 성장한 33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작년 5개사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대부분 감소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8년 5044억원의 수탁수수료 수익을 달성했지만 2019년에는 3854억원을 기록, 26.1%가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은 3950억원에서 23.2% 떨어진 3034억원을, 삼성증권은 4094억원에서 20.1% 줄어든 3271억원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2987억원에서 2473억원으로 17.2%가 감소했다. 다만 키움증권은 2434억원에서 0.2% 오른 243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는 증권사들이 주식이나 채권, 선물 등의 거래를 중개해 수탁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리지업이 이미 레드오션이 됐기 때문이다.
즉, 더 이상 새로운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구조가 아니란 뜻이다. 이를 방증하듯, 증권사들은 2018년 평생 무료 수수료, 수수료 인하 등을 내세우며 소모성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업무가 필수인 IB부문에 제동이 걸리면서, 증권사들의 해외 IB 딜 검토를 위한 현지 방문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또한 해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추진하는 증권사의 경우,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로 인해 업무가 올스톱 된 상태다.
게다가 해외에서 국내로 IB 딜을 진행하려는 기관들의 방문도 어려워졌다. 대면 접촉은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만큼, 자산 실사·계약 체결 등의 업무가 필수인 IB부문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쇼크로 인해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자, IB분야 중 하나인 기업공개(IPO) 시장도 얼어붙었다. 올해 1분기 상장 계획이었던 기업들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발을 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이 IPO 주관으로 IB 실적을 쌓는 것도 어렵게 됐다.
반면 증권시장은 이전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대거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가 증가하면서 주식·파생상품·외화증권·채권 등의 거래를 중개하고 받는 수익인 수탁수수료 수익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업계는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 5개 사의 올해 1분기 수탁수수료 수익은 전분기 대비 40.8% 증가한 3964억원으로 예상했다.
올해 1월에서 3월 사이 증권사들에 급증한 신규계좌 수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지난해 1분기 NH투자증권은 7만2732건의 신규계좌가 개설됐으나 올해 1분기에는 38만1010건이 개설돼 무려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삼성증권에서 개설된 신규계좌 수는 지난해 9만건에서 올해는 3배 이상 증가한 30만건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분기 11만5728개의 신규계좌가 개설됐고 올해는 2배 이상 증가한 26만4222개가 개설됐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된 일평균 거래대금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2월에서 3월 사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산한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1750억원에서 18조5000억원으로 30.5% 증가했다.
지난 1월과 2월 사이 일평균 거래대금이 11조8810억원에서 14조1750억원으로 19.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꽤 큰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증시가 급락과 급등을 오가며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대거 주식투자에 몰리면서 일평균 거래대금이 급증했고, 증권사들의 신규 계좌개설 수도 대폭 늘었다.
증권사들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수탁수수료 수익이 반사 수혜를 얻으면서 IB부문에 집중해온 증권사들의 올 상반기 수익구조가 전통적인 수익원으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1분기 수탁수수료 실적을 높게 예상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추이를 살피면서 IB 딜을 이어가는 등, IB 부문을 중심으로 한 장기적인 수익구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5개 증권사…1분기 IB 실적↓, 수탁수수료 수익↑
지난 3개월간 증권사들이 전망한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각 증권사들이 내놓은 기업의 실적전망의 평균) 총합은 38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인 8770억원에 비해 57%나 감소한 수치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국금융지주는 작년 1분기보다 58.4% 감소한 108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NH투자증권은 52.8% 적은 8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키움증권도 같은 시기 대비 72.3% 감소한 4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 A씨는 “증권사들이 최근 몇년 간 해외 IB 비중을 확대해가던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단기간 내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이상 IB 수익이 감소하면서 올 상반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권업계 관계자 B씨는 “기존 IB 계약 건은 상장사가 기관투자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자사의 실적과 향후 전망을 설명하기 위해 여는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이나 화상회의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올 상반기 계획했던 신규 입찰 참여나 현지 실사를 위한 해외 출장이 잠정적으로 연기된 상황”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 수탁수수료 수익은 이미 레드오션…“IB딜 정상화 모색 이어갈 것”
그러나 코로나발 증시 변동성으로 인한 수탁수수료 수익 증가는 증권사들의 장기적인 수익 구조 변화로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 A씨는 “증권사들이 이미 IB부문 등으로 수익을 다각화하면서 체질 개선을 했는데 역행할 수 없다”며, “어디까지나 수탁수수료 수익 비중이 늘어났다 뿐이지 브로커리지업만으로 장기적인 실적을 견인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계 관계자 B씨 역시 “2020년 1분기는 수탁수수료 실적이 높을 수 있지만 증시 변동으로 인한 반짝 효과”라며 “향후 코로나19 상황을 살피면서 IB딜의 바이어와 셀러 간의 타협점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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