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와 코로나로 우는 생보사, 해외투자로 숨구멍 찾나

윤혜림 입력 : 2020.04.04 01:33 ㅣ 수정 : 2020.04.04 01:33

공격적인 투자 위해 해외투자 한도 30%→ 50%로 확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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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환율 변동성이 커지며 생명보험사들의 해외 투자에 제동이 걸리자, 생보사들이 해외투자 한도를 확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환헤지 비용을 고려해도 재정 여력이 충분하기에 대형보험사들은 공격적인 해외투자가 가능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최근 생보사들은 국내 보험시장이 어려워지자 자산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장기채가 많은 해외 시장의 투자를 늘려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환헤지 만기 연장에 문제가 생기며 보험사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초저금리·환율 불안까지 더해지며 생보사들의 영업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며 생보사의 해외 투자에도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 하에서도 생보사들은 해외투자 비율을 확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대형보험사들은 환헤지 비용을 고려해도 재정 여력이 충분하기에, 투자 비율을 높여 준다면, 추후 공격적인 해외투자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의 순이익은 5조3367억원으로 2018년에 비해 1조9496억원(2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대개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투자해 재정을 운용한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순이익 감소는 투자 영업이익이 보험영업 적자를 상쇄시키지 못한 것이 실적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 생보사들의 총 보험영업수익은 6조2353억원인데 반해 총 보험영업비용은 6조5563억원으로 321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처럼 생보사들의 투자 영업이익이 줄어든 이유는 보험사의 기초 투자자산이 채권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고객의 보험료를 굴려 수익을 내는 만큼,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국고채나 우량 회사채 등, 기준금리에 민감한 채권에 투자한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보험사 자산운용의 기초가 되는 국채 금리가 내려가게 되며 채권의 수익률도 떨어지게 된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 인하한 데 이어 올 3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25%였던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해 0.75%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보험사들은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율만큼 자산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지 못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2019년 12월 기준,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 코로나19로 환율 변동성↑…환헤지 우려 있지만, 해외투자 확대 요구는 여전

국내 생보사의 외화 유가증권 투자 규모는 지난 1월 기준 112조5698억원으로 전년 동월 99조3616억원 보다 무려 13.3%나 급증했다.

생보사가 해외투자의 규모를 증가시킨 이유는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과 부채의 변동 폭을 줄이기 위해선 만기가 긴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엔 해외에 비해 초장기채가 부족한 편으로, 저금리로 인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수익률을 높이지 못하자, 생보사들은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에 투자 규모를 늘려온 생보사들의 입장에선 걱정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에 40원씩 급등하는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보험사의 환헤지 만기연장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환율을 미리 고정해 두는 거래방식인 환헤지를 한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은 없지만, 상품의 만기가 다가오면 만기연장 시 환율 변동으로 인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영업이 막히면서 신계약 또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사의 입장에서 이는 영업 실적의 감소를 의미한다.

생보사 관계자는 “대면 영업이 주를 이루는 생명보험의 특성상 코로나19로 신계약이 줄어들어 영업 실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생보사들은 환율 변동성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함은 물론 해외투자 비율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환율 변동성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규제를 완화해주면 추후 시장이 안정됐을 경우 더 공격적인 전략을 취해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생보사들의 해외투자 한도는 30%이다. 생보사들은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투자 한도를 50%까지 확대해줄 것을 건의했지만, 이를 반영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통과가 불투명하다.

한화생명(29.3%)을 비롯해 푸본현대생명(26.2%), 교보생명(22.7%), 동양생명(22.4%), 농협생명(21.4%) 등은 이미 일반계정 운용자산 대비 외화 유가증권 비율이 법적 허용 한도에 근접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투자한도 상향은 어려워진 영업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부분이다. 최근 코로나19로 환헤지 비용이 우려됐지만, 대형 보험사의 경우 여력이 있어 해외투자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투자 수익이 낮아지면 결국 보험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서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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