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코로나19 대응하는 재계총수 메시지 분석, 한국의 위기극복 시스템 한축 이뤘다
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 등 메시지 분석해보니...장소와 방식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3가지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재택근무, 공장 가동 중단 등 비상경영에 들어간 기업 총수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기업 총수들이 각각 현장방문, 편지, 회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임직원들을 직접 독려하는 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들은 통상적으로 신년사, 사업장 방문 등과 같은 정기적인 행사에서 형식적인 당부의 말을 전해왔다.
공통적으로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편지 및 메일을 통해 기업의 책임과 위기극복 동참을 장려했다. 그 중 생산시설 현장방문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일 경북 구미 사업장에 이어 지난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지난 25일 삼성종합기술원을 방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소통을 중요시 여겨온 평소 가치관에 맞게 지난달 19일 저녁 서린동 SK본사 인근 다동과 무교동 식당과 호프집 등 무려 7곳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저녁 회식을 하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 국제적 평가받는 한국의 코로나19대응 시스템은 '정부-시민사회- 민간기업' 협력 체제
뉴스투데이가 최근 주요 대기업의 총수들의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달 장소 및 방식 등은 다양했지만 핵심 메시지는 3 가지 유형으로 압축된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했던 2월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기감을 넘어서는 공포가 깊어진 3월부터는 기업 내 '임직원 안전' 및 '위기극복 의지'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같은 대기업 총수들의 행보는 글로벌 팬더믹으로 인한 초유의 공포와 절망의 상황에서 경제계 엘리트들이 한국사회에 도전의지와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유럽 언론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시스템은 중앙 및 지방정부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민간기업이 협력하는 구조임인 것이다.
■ 코로나 위기 시작된 2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하며 성금 및 의료활동 지원
2월26일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1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공포감이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고 주요 기업들이 전국재난구호협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전달하거나 구호물품을 지원하며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구호성금·구호물품 등 300억원을 지원하며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은 지금과 같은 때에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해야 한다”며 “이번 일로 고통받거나 위기 극복에 헌신하는 분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모든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또한 지난달 26일 50억원의 성금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하며 “어려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과 치료 방역 등 의료 활동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LG그룹은 당시 현금 50억원을 기탁하고 확진자 지원과 지역사회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한 방역 물품도 지원했다. 이와 별도로 계열사 LG생활건강이 핸드워시 현물 10억원어치를 내놓기도 했다. 이 때만 해도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았다.
■ 공포로 비화된 3월, ‘임직원들 안전’ 강조하며 조직의 단합 이끌어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3월 달에는 기업 내 임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일 경북 구미 사업장을 방문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일선 생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저를 비롯한 회사는 여러분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함께 위기를 이겨내 조만간 마스크 벗고 웃으면서 만나자”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일 현대차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정부 주도 대응체계에 적극 협조하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임직원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도록 지원하며, 임직원 여러분이 안정적 일상을 누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며 임직원들을 안정시켰다.
이와 더불어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그룹 및 각 계열사에 ‘코로나19 종합 상황실’을 설치해 국내·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안전 방안을 제시했다.
구 회장 또한 기업 내 임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발언을 했다. 구 회장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일수록 임직원들의 안전에 관한 사항과 글로벌 사업장 가동현황 등에 관해 매일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24일 비상경영회의를 소집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본인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다”며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 '위기 이후' 강조하며 '극복의지', '위기 속 발전기회' 등 강조, 공포에 빠져든 한국사회에 '희망' 전달
일반 국민들의 공포감이 깊어진 3월에 주요 매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를 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재계 총수들이 잇따라 '위기 이후'를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극복의지'와 '위기 속 발전기회' 등을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한국사회에 우리기업이 이번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달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 부회장은 지난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방문해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 된다. 신중하되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넘어서자.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흔들림 없이 도전을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이 같은 위기 극복 메시지는 지난 12일 자가격·재택근무하는 임직원들에게 격려 물품을 전달할 때도 나타났었다. 이 부회장은 "모두가 힘을 모으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삼성종합기술원을 방문한 이 부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한계에 부딪쳤다 생각할 때 다시 한번 힘을 내 벽을 넘자”고 강조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임직원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극도의 경제난에 시달리는 서민계층에게도 한국경제가 다시 회생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하도록 만드는 근거가 된다.
구 회장도 27일 주총 인사말에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어려움에도 기회가 있기에 LG는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성장동력의 발굴?육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한편 기업 시민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구 회장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위기 이후의 성장'과 '기업시민'의 역할이다.
구 회장은 앞서 지난6일 자가격리 중인 임직원들에게 선물상자 안에 ‘함께 이겨냅시다’ 편지를 통해 “지내시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자 마음을 담아 몇 가지 물품을 준비했다.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응원하며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24일 화상회의로 열린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시장의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각 사는 스스로 생존을 위한 지원과 역량 확보는 물론 투자자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얻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협력사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3일 협력사 대표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안정적 부품 공급을 위해 만전을 기해주는 데 감사하다”며 “그동안 함께 도전하고 극복해온 저력이 있기에 이번에도 동반자로서 함께 노력하면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감사의 표현을 했다.
이와 더불어 “어려운 협력사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불가피한 생산차질은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와 수출 확대로 이른 시일 내 만회하도록 노력하겠다. 코로나 사태 정상화 후에 협력사에 추가 손실이 없도록 노사가 교섭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등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했다”고 협력사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 해외공장이 셧다운 되고 있지만, 오히려 수출시장을 확대해나가겠다고 언급함으로써 협력사에게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