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배터리 비전, '코로나19' 보릿고개 넘기면 '호재' 온다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최근 중국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월 판매 성적을 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한 중국발 수요위축을 극복할지 여부가 향후 비전을 좌우할 관건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반기 위기를 극복하면 하반기엔 유럽시장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빅 3를 포함한 글로벌 배터리기업의 공장은 아직 정상가동 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23일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촉발한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도 낮춰야 할 것”이라며 “자동차 수요가 부진하고, 글로벌 OEM들의 생산 차질 및 중단 이슈가 더해지며 유가 급락에 따라 전기차의 매력이 희석되는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실적 회복을 내다보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역신장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유럽은 새로운 이산화탄소 규제를 바탕으로 고성장 기조를 유지”한다며 “자동차전지는 신규 프로젝트가 더해지는 2분기부터 매출 증가세로 전환하고, 하반기에는 흑자 기조에 정착할 전망”이라고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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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약진... LG화학 2위, 삼성SDI 4위, SK이노베이션 7위
지난 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 1월 기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집계에서 LG화학이 1671.3MWh(메가와트시)로 2위(22.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4위(371MWh, 5.1%), SK이노베이션은 7위(202.2MWh, 2.8%)다. 3사 점유율을 더하면 30.8%로 세계 1위 일본 파나소닉의 27.6%(2017.5MWh)를 상회한다.
2019년 연간 기준으로는 중국의 CATL(寧德時代)이 27.9%의 점유율을 나타내며 세계 1위, 파나소닉이 24.1%로 2위, 바로 뒤를 LG화학이 10.5%를 기록하며 추격하고 있다. LG화학은 2018년까지 중국 BYD(比亞迪)에 밀려 4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3위로 올라섰다. 삼성SDI는 5위로 한 계단 올라섰고 SK이노베이션은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총 사용량은 116.7GWh(기가와트시)며 혼자서 56.64%를 점유하는 중국 시장을 뺀 나머지 권역만을 따로 집계한다면 1위 파나소닉(48.4%), 2위 LG화학(24.3%), 3위 삼성SDI(8.1%) 등 우리나라와 일본 업체가 7위까지 포진하며 전체 점유율의 97.7%를 나눠 가진다.
특히 지난 18일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중국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 3’에는 파나소닉과 LG화학이 배터리를 대고 있다. 이 시기 LG화학의 납품량은 256.31MWh로 파나소닉이 납품한 83.32MWh의 3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지난해 11월 독일 BMW와 배터리 10년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 코로나19·유가폭락 ‘블랙 스완’ 견뎌야, 중국발 수요감축 영향은 적어
뚜렷한 시장 입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3사는 갑작스런 변수들로 인한 수요 감소를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발원지면서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기차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졌다.
전기차 제조사이기도 한 중국 BYD의 지난 2월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0% 줄어든 2739대에 그쳤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97% 감소해 206대가 팔렸다. BYD의 전기차 판매 실적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 추세에 있는데 2월의 하락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지난 18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中國汽車工業協會)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 수요가 올해 1분기에는 45%, 상반기에는 25%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승용자동차협회(中國乘用車協會)도 지난달 27일에 2월 중 자동차 수요가 30% 이상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던 바 있다.
중국발 위기 조짐은 아직 국내 배터리 3사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LG화학은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볼보, 르노-닛산-미쓰비시, GM, 재규어, 포드, 현대기아차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는 BMW, 피아트, 폭스바겐 등이 그리고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각각 주요 고객사이다. 중국발 배터리 수요감축의 영향권 밖에 있지만, 향후 상황은 가변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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