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 위축된 회사채 시장, 제2의 한진해운 사태 벌어지나
4월 만기 회사채 규모 총 6조5495억원, 회사채 대란 발생할 수도…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2월 중순 이후 전세계로 확산되는 코로나19 공포로 인해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파워·하나은행 등 우량기업마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회사채를 제대로 발행하지 못해 불거졌던 ‘한진해운 사태’가 또 다시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3조6551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9428억원)에 비해 1조2877억원이 줄어들었다. 2월 마지막 주의 회사채 발행액은 4조2442억원이었으며 2월 한 달간 회사채 발행액은 총 12조3000억원이었다.
또한 18일 종가 기준 3년 만기 회사채(AA-등급기준) 금리(1.770%)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1.050%)를 뺀 신용 스프레드는 0.72%포인트(p)로 지난 2월 말 기준의 0.603%p에 비해 0.117%p나 상승했다.
신용 스프레드는 동일 만기에서 국고채와 회사채 간의 금리 차를 뜻한다.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가 상승했다는 것은 국고채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회사채가 약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가 악화됐을 때 투자자들이 회사채보다 국고채에 더 많이 투자한다는 것이며 기업의 입장에선 자금조달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우량 신용등급을 지닌 기업들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등급이 AA-인 포스코 계열의 포스파워는 지난 17일 3년 만기 회사채의 발행 목표액을 500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400억원의 매수 신청이 들어와 발행 목표액에 미달했다.
앞서 13일 하나은행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한 모집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AA등급인 하나은행의 후순위 채권은 3000억원을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참가금액이 2700억원에 그쳤다.
■ 4월, 회사채 대란 발생할 수도…
이처럼 목표액에 미달한 것도 문제지만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따로 있다. 오는 4월 만기가 임박한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4월은 1년 중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은 달로, 그만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도 많다. 불황이 이어지는 국면에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겐 회사채 만기 도래는 치명적일 수 있다.
2016년 발생한 한진해운의 파산이 대표적이다. 2016년 국제유가 급락하자 해운업체들은 동반 불황에 빠졌으며 1조5000억원 수준이던 회사채를 막지 못해 한진해운은 끝내 파산했다.
최근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늘면서 업계에서는 ‘4월 회사채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주요 기업으론 한화에너지를 비롯해 대한항공·LG CNS·신세계·현대건설 등이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들의 회사채 규모는 총 6조5495억원에 달한다.
다만 이 같은 우량 기업은 그나마 여건이 좋은 편이다. 경제여건 변화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하거나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려운 기업인 ‘한계기업’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우량기업들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황에서 한계기업이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도이 연이어 하락하며 회사채 시장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자금조달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늘고, 다른 자금조달 수단인 은행 대출마저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무디스는 LG화학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KCC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낮췄다.
이처럼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악화되자 19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서울정부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 점검 회의에서 “필요하면 채권시장안정펀드,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 회사채 발행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신속 가동하겠다”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 지원대책이 시행돼도 한계기업과 같은 취약한 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될 것”이라며 “4월 회사채 수요가 줄어들면 우량기업에서도 발행 자체를 포기하는 곳이 많아지게 되고, 회사채 시장 규모는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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