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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수준의 유가 폭락이 현대자동차에게 '양날의 검'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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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갑
입력 : 2020.03.13 11:46 ㅣ 수정 : 2020.03.16 15:43

글로벌밸류 체인의 하단인 신흥국 수요 급감…저유가 시대 안정화되면 자동차는 오히려 수혜주

 

하스바 해상유전(왼쪽)과 에콰도르에 수출된 현대자동차 차량 모습 [사진제공=사우디 아람코, 현대자동차]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국제유가가 하루 최대 30%의 낙폭을 보이면서 현대자동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급차종 위주로 시장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 상황이 요동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신흥시장쪽에서 부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인도 등 신흥시장의 자동차 수요 위축이 뒤따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급격한 저유가 추세는 현대자동차와 같은 국내 자동차사의 글로벌 매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유가 하락이 러시아, 인도, 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의 수요 감소를 불러일으키고 국내발 수출물량뿐 아니라 현지 생산 제품의 이익률까지 끌어내린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1월 중 수출 실적은 총 7만 6310대로 전년 동기대비 6115대 줄었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은 2201대 줄어든 2만 5983대, 중동은 243대 감소한 1만 2204대로 나타났다. 남미와 아시아-태평양, 동유럽 등지도 판매량이 감소했다. 반면 서유럽과 캐나다는 각각 2124대, 805대 늘어났다.

 

 

글로벌 분업체제의 말단인 신흥국가들 경제 충격해 취약, 구매력 약화돼

 

러시아 루블과 브라질 헤알의 약세, 원화 환산이익 줄어들어 

 

[도표=뉴스투데이 이원갑 기자]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유가가 3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저유가가 고착화되면 2015~2016년에 있었던 신흥시장의 수요 둔화가 우려된다”라며 “현대·기아차는 다른 완성차업체 대비 신흥시장 판매 비중이 높아 저유가에 불리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 국제유가가 폭락할 때 신흥국 수요가 떨어진 사례도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일 보고서를 통해 “2014년 하반기부터 2016년 2월까지 약 18개월에 걸쳐 (유가는) 70%가 하락해 20달러대로 가격이 내려간 바 있다”라며 “당시 러시아의 차량 수요는 2014년 250만 대에서 2017년 160만 대로, 브라질은 350만 대에서 223만 대로 감소했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유가 폭락이 신흥국의 전반적인 수요 감소를 불러오는 까닭은 이들이 분업체제의 말단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지목됐다. 유가 하락은 곧 글로벌 경기 전체의 부진을 가리키고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피해는 선진국보다는 분업체제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하청업체와 이들이 속해 있는 신흥국에게 가장 먼저 돌아간다는 이유다. 특히 러시아와 브라질처럼 산유국이면서 신흥국인 경우에는 유가 하락이 직접적으로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끌어내린다.

 

이와 관련 오동륜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폭락으로) 가장 타격이 먼저 들어오는 게 산유국과 신흥국 쪽인 이유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라며 “글로벌 경제가 거시적으로 폭락하는 구조가 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밸류체인상 가장 아랫단에 있는 신흥국 업체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설했다.

 

이 때문에 저유가가 불러올 환율 변동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유가와 함께 움직이는 러시아나 브라질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이들 국가에 진출한 현대차 공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원화로 바꿔서 가지고 들어올 때의 환산 금액이 내려가 상대적으로 이익이 줄어든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9일 “과거 유가 하락기에 기타시장에 속한 중동, 기타 유럽, 중남미 지역에서 자동차 수요는 급감했다. 2015~2016년이 대표적”이라며 “유가 하락과 함께 러시아 루블과 브라질 헤알이 큰 폭의 약세로 진행되면서 현지 생산을 통해 이익률이 유지되는 경우에도 원화 환산 시 이익이 축소된다”고 진단했다.

 

 

유가폭락 진정되고 '저유가시대'로 갈 경우 현대차는 오히려 시장 확대 가능

 

자동차 판매량 늘고, 주행거리도 늘 수 있어

 

그러나 유가 폭락과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라는 충격파가 점차 가시면서 '저유가 시대'가 안착될 경우 현대차와 같은 자동차 제조기업은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3일 "현대차가 유가 폭락 구조속에서는 신흥국 시장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글로벌 저유가 자체는 장기적으로 긍정 변수로 작용한다"면서 "저유가가 지속되면 자동차 판매량 증가, 주행거리 증가 등의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연말 두바이유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하락해 저유가 시대가 열렸을 때도 현대차와 같은 자동차주는 수혜주로 분류됐다"면서 "현재의 유가폭락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어 적당한 수준의 저유가가 형성된다면 자동차 현대차는 선진국의 고급차 시장뿐만 아니라 신흥국 시장의 확장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골이 깊으면 산이 높기 마련"이라면서 "유가폭락으로 자동차 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이 디플레이션의 공포에 떨고 있지만 그럴수록 상황이 안정화된 이후의 경영전략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 1991년 걸프전 이후 30년만의 최대 하락폭 기록

 

한편 글로벌 유가는 배럴달 30달러 수준으로 폭락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첫째 주 두바이유 거래가는 배럴당 67.14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67.32달러,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61.74달러에 거래됐다. 그러나 이달들어서는 지난 각각 50.58달러, 51.9달러, 46.75달러까지 떨어졌고 9일에는 각각 32.34%, 24.1%, 24.59%의 하락폭을 나타내면서 3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이는 1991년 1월 당시 25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걸프전쟁) 이후 15달러대로 40%가량 폭락한 이후 약 30년 만에 나타난 최대 하락폭이다. 

[그래픽=뉴스투데이 이원갑, 자료=한국석유공사]

 

유가 폭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의 원유 감산 협상이 부침을 거듭하다 끝내 결렬된 점이 꼽히고 있다.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원유 생산 능력을 일일 1300만 배럴까지 100만 배럴 늘리겠다고 공시했다.

 

여기에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와 같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으로 분류하면서 투자 심리 위축세를 가속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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