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 혁명](6) 유기농으로 만드는 기가 찬 토마토...‘그래도팜’
대한민국이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 상공인, 자영업자간의 격차 문제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지역에서 시도되고 있는 창조도시 혁명이다. 지난 20년 간 지역발전에 의미있는 성과를 꼽자면 서울 강북과 지역도시 골목상권, 제주 지역산업(화장품,IT) 강원 지역산업(커피, 서핑)이다. 그 주역은 창의적인 소상공인으로 자생적으로 지역의 문화와 특색을 살리고 개척해서 지역의 발전시켰다. 이제, 이들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가 지역의 미래이자 희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각각의 지역이 창조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육성과 활약이 필수적이다. 뉴스투데이는 2020년 연중 기획으로 지난 2015년 네이버가 만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도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혁명의 현장을 찾아 보도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지역 혁신가 사업의 첫 출발은 2015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네이버와 함께 진행한 ‘창조원정대 사업’이다. 강원도 곳곳에 숨겨진 자원의 가치를 발굴해 창업까지 연계한다는 미션을 가진 전문가들이 평창을 첫 시험무대로 정해 로컬 푸드 빵집 ‘브레드메밀’의 창업 등 지역 동반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로컬 크리에이터 아카데미 (LCA)'는 강원도의 공유공간과 혁신센터가 협업애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는 새로운 민·관협업 사업이다. 전문 멘토에 의한 비즈니스 모델 컨설팅, 네트워킹, 스터디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로컬 크리에이터의 지역기반 콘텐츠가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강원도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사업들을 통해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창의적이고 역량있는 청년들이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역과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창업의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숨쉬는 땅에서 재배하는 명품 토마토...영월 ‘그래도팜’ 원승현 대표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酒泉面). 술이 솟아나는 샘이 있다고 붙여진 이름, 주천면의 산기슭에는 유기농 대추방울토마토 전문 농원인 ‘그래도팜’이 있다. 고객들과 상생하는 회원가족농원이다. 그래도팜 원승현 대표는 아버지와 함께 40년 가까이 유기농업을 고집하고 있다. 원 대표는 “불편하고,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고, 몇 배로 힘이 들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길이었으며. 끝이 없는 길”이라고 말한다.
▶40년 가까운 유기농 집념과 노하우로 기막힌 토마토. ‘기토’ 생산
그래도팜의 대표 작물은 대추방울토마토 ‘기토’이다. 기발한 기술로 기름진 토양에서 기가차게 잘자란 기묘한 식감의 기막힌 향과 기똥찬 맛 기다리고 기다려야 맛볼 수있는 기적의 토마토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유기농 재배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양분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렵다. 밸런스가 맞지 않은 상태로 농산물을 키우면 못생긴 유기농산물이 나오게 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유기농산물 다수가 그렇다보니 소비자들은 못생긴 농산물만이 진짜 유기농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팜은 작물 재배과정에서 부족한 양분을 30년 이상의 노하우로 밸런스를 맞춰 잘생긴 유기 농산물을 생산한다. 살아있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우드칩, 수피등을 고온에서 발효시키고 그 속에 있는 양분들을 식물이 수용하게 만들어 투입해 살아 숨쉬는 땅을 만들었다. 그래도팜의 유기농업은 “농민은 땅을 살리고, 살아 있는 땅은 농작물을 이롭게 키우며, 이롭게 자란 농작물은 사람을 건강하게 살린다”는 삼생(三生)의 철학으로 정립됐다.
▶대학 졸업 후 브랜드 디자이너 종사하다 귀농
원승현 대표는 서울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2015년 토마토 농사를 하는 부모님 곁인 영월로 귀농했다. 농사로 인생을 바꾼 것은 아버지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대추방울토마토를 맛보면서다. 토마토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그의 입에도 유기농 토마토는 풍미가 남달랐다. 아버지의 토마토에 브랜드를 입히면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원승현 대표는 자신을 ‘브랜드 파머’라고 규정한다. 브랜더로서 농사를 돕고 있지만, 본직업이 농부이기에 뒤에 ‘파머’를 붙였다고 한다. 농사철, 낮에는 농사에 집중하고 저녁에는 브랜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 브랜드 가치가 느껴질 정도로 차별화된 제품을 여태껏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일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토마토를 브랜드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토마토의 맛을 알리기 위해 직거래 장터를 찾아가고 토마토 요리를 나눠 먹는 ‘풀밭 위의 식사‘라는 제목의 팜 투 테이블 행사를 여는 등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토마토는 5월과 6월에 생산이 많은데 직거래 비중이 100% 정도다. 고객들은 주문하고 2주~2달을 기다려서 ‘기토’를 받아 먹는다. 이런 고객이 한해에 6000가구가 넘는다.
▶주문하고 2주 이상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기토’
그래도팜의 토마토가 맛있는 이유는 아버지 원건희 씨의 유기농 뚝심에 있다. 그는 한국퇴비기술인 연합회에서 일본 농법을 배우고 익혀 직접 퇴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참나무 껍질을 주재료로 쓰는데, 30~40년 동안 각종 양분을 먹고 자란 참나무 껍질을 쓰면 한해살이 볏짚이나 풀 더미보다 탄소율이 높고 영양분이 많다고 한다.그래도팜 6000㎡(1800평) 농장의 10분의1 가량이 퇴비장이다.
원 대표는 지난해부터 2차 가공품과 팜스테이블(Farm's Table) 행사 농업가치 콘텐츠 경험서비스 등을 통해 6차 산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2차 가공품으로 토마토쥬스가 만들어졌고 토양교육에 대한 콘텐츠들이 완성됐다. 소비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흙에 대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이렇게 준비한 내용을 지난 달부터 서울시와 협조해 안국역 인근 상생상회에서 ‘흙 흙 흙’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도 하고 있다. 원승현 대표는 지난해 1월 농업과 브랜드 디자인을 접목시키는 비즈니스를 다른 ‘토마토 밭에서 꿈을 짓다’라는 책을 냈는데, 대만에서도 번역 출간돼 대만과 홍콩, 마카오에서 판매되고 있다.
오랜 시간 농사와 사업을 해왔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강원도에 살고 싶어도 교통이 불편하고 교육이나 의료 시설이 부족해 젊은 사람들은 선뜻 올 생각을 못한다.
로컬 창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정주환경이 좋아져서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면 그래도팜 같이 지역의 가치를 살리려는 브랜드 또한 많아질 것이다.
<취재 및 자료협조="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모종린" 박민아 강예나 연구보고서 ‘the local creator'>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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