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부 행렬로 뭉친 재계, 거액 지원한 이재용의 삼성 눈길
경쟁원리 지배하는 시장, 국가적 위기에 맞서 공동대응
재계 총수들, 코로나 19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의료진' 지원 강조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나라 사회의 위기의식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그룹들이 일제히 ‘전국재해구호협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기부금을 전달하거나 현장에 직접 현물 기부를 실시하고 있다. 경쟁의 원리가 지배하는 시장이 국가적 위기에 맞서기 위해 공동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27일 현재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주요 10대 재벌그룹의 코로나19 관련 기부금은 현금가치 추산 기준 57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300억원을 낸 삼성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재계 총수들이 기부행렬에 동참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자 뿐만 아니라 위기극복의 현장에서 뛰고있는 의료진 등에 대한 지원의사를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은 지금과 같은 때에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해야 한다"면서 "이번 일로 고통 받거나 위기 극복에 헌신하시는 분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모든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과 치료 방역 등 의료활동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도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모두가 힘겨운 시기를 겪는 가운데 어려운 환경에서도 힘쓰고 있는 의료진과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부금 몰린 전국재해구호협회, 신속하고 투명한 집행 필요성 높아
삼성은 손소독제 등 의료용품, 자가 격리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생필품 키트, 의료진을 위한 면역력 강화 건강식품세트 등의 구호물품과 성금을 합해 300억원 규모의 기부를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집행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삼성전자 등 6개 계열사가 협력사를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 1조원, 물품대금 조기 지급 1조 6000억원 등의 자금지원을 실시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50억원을 기탁했다. 지원은 대구 및 경북 지역에 집중될 예정이며 현금 지원 외에도 구호 및 방역물품과 방역활동 등이 지원된다. 27일부터는 전국에서 무상으로 차량 실내 소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억원의 현금을 기부했다. 대구-경북지역 취약계층과 자가 격리자들을 위한 생필품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경북 구미 소재 계열사 SK실트론은 그룹과 별도로 손 세정제와 마스크 등 4억원어치의 방역 물품을 지원한다.
LG 역시 그룹 단위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현금 50억원을 기탁했고 확진자 지원과 지역사회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한 방역 물품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계열사 LG생활건강이 핸드워시 현물 10억원어치를 내놓았다. LG전자의 경우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550억원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실시하고 집행 시점을 이번달로 당겼다.
포스코는 본사에서 40억원, 포스코건설,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에너지, 포스코ICT 등 4개 계열사가 도합 10억원을 출연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 출연금은 손 세정제와 마스크, 의료용품, 자가격리자 생필품, 방역활동 등의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롯데그룹과 한화그룹은 기부처를 밝히지 않고 각각 10억원과 마스크 15만장을 기부했다.
GS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억원을 기탁했고 GS리테일이 도시락 등 격리자 생필품 1억원어치를, GS홈쇼핑이 마스크 30만장을 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단위로 10억원, 지주사 로봇사업부문(현대로보틱스)가 별도로 2억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사재 10억원, 아산재단은 10억원을 공개되지 않은 “관련기관”에 기부했다.
신세계그룹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억원을 모아 기탁했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계열사 이마트가 대구광역시청에 마스크 10만 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대기업들이 기부금 및 현물을 맡긴 규모는 기관별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125억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423억원이다. 삼성그룹 기부금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금액을 거둬들인 전국재해구호협회는 1961년 수립된 기관으로 기부금 규모가 커짐에 따라 효율적이고 투명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