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주식 대신 채권…국내 채권시장 '청신호’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국내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지난달 말부터 국내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수요가 상승한 채권의 가격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심리가 강화되면서 당분간 채권시장이 호황을 이룰 전망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4일 기준 외국인 유가증권지수(KOSPI)의 투자 잔액은 549조7219억원으로 지난 1월 말에 비해 5조6432억원이 감소했다.
반면 동기 기준 외국인 채권 잔액은 129조7085억원으로 지난 1월 말 대비 1조3351억원이 증가했다. 외국인 유가증권 투자액과는 상반된 결과를 보인 것이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주식 시장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국내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국내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투자 심리가 작용하면서 주식시장의 투자금 회수로 이어진 반면,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으로 투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이 드러난 지난해 12월 외국인의 국내 유가증권시장 투자 잔액은 557조4235억원으로 나타났다. 24일 잔액인 549조7219억원과 대비하면 7조7016억원(-1.38%)이 감소한 것이다.
상장채권 잔액은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가 이어지며 지난해 12월 말의 123조6514억원을 기점으로 꾸준히 증가해 6조571억원(4.90%)이 늘었다.
▶ 채권시장 금리하락 기대감↑
채권은 미래 상환기한과 이자가 확정된 증권으로 비교적 안전한 투자자산으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일정한 계획에 따라 공급이 이루어지지만, 수요는 경제 상황·시중금리에 따라 변동된다. 따라서 시장이 불안해지면 한정된 공급 시 채권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한다.
채권은 만기 이자가 확정돼 있기 때문에 구매가격이 상승하면 받을 수 있는 수익률이 줄어든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시장이 불안정할 때면 수요 증가로 인해 채권가격이 상승하고 그만큼 채권 수익률은 떨어진다.
25일 나재철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이 발표한 ‘2020년 3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채권시장의 수익률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종합 채권시장 지표(BMSI : Bond Market Survey Index)’가 전월 대비 16.6포인트 상승한 113.6포인트로 나타났다. BMSI는 100 이상이면 시장이 호전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관계자는 BMSI의 상승 이유로 코로나19 사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당분간 채권시장 호황
오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금융상품들의 이자율이 내려가지만, 이미 발행된 채권의 액면가나 이자율에는 변화가 없다. 따라서 이미 발행된 채권의 투자 매력이 상승해, 채권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실제 경제지표 변화를 지켜보자는 심리가 우세한 만큼,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 내로 기준금리가 인하될 조짐이 있는만큼 당분간 채권시장 심리는 호전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두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채권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날씨가 따뜻해지는 5~6월에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고, 정부의 긴급 경기부양책이 외부 시차*로 인해 뒤늦게 발현된다면 주식시장이 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외부 시차 : 경제 정책이 시행된 시점과 그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나타낸 시점 사이의 시간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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