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327) 외국인 부하에게 쩔쩔매는 일본 상사들
외국인과 일하는 일본 직장상사 20% ‘관두고 싶다’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브레이크 없는 인구감소와 이를 보충하기 위한 기업들의 해외인력 채용으로 이제 일본 내에서 외국인종업원을 마주하는 것은 꽤나 흔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당장 주변의 편의점과 음식점을 들어갔을 때 베트남이나 네팔, 중국인 아르바이트생들만이 손님을 응대하고 있어도 아무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수준이고 일반적인 취업시장에서도 외국인을 채용하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일본 직장인들은 생활이 아닌 업무에서 외국인과 함께 일하는 것에도 익숙해졌을까? 인력채용 및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는 퍼슬 종합연구소(パーソル総合研究所)가 외국인 부하를 둔 일본인 직장상사 8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은 좀 더 적응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부하를 관리함에 있어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30%의 상사들이 ‘부족한 노하우’를 꼽았고 ‘평소 업무가 바빠서 관리자체라 어렵다’는 응답도 24.7%에 달했다.
외국인 부하들이 기존 일본 직원들과 다른 점으로는 46.1%가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답했고 ‘일본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41.6%), ‘승진요구가 강하다’(40.7%),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낮다’(40.1%) 등이 거론되어 보수성을 유난히 강조해온 일본 직장인들로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이외에도 ‘업무내용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여 지시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38.4%), ‘근무평가에 대한 불만이 강하다’(37.3%), ‘협조성이 없다’(33.4%)처럼 기존 일본기업들의 업무방식과는 정반대되는 외국인 직원들의 태도로 인해 곤란함을 토로하는 의견들도 눈에 띄었다.
그래서일까. 외국인 부하를 둔 일본인 상사 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17.2%는 ‘가능하면 당장이라도 관두고 싶다’는 속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 직장인들이 유독 외국인 직원을 부담스러워 하는 특징은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HR기업 Randstad가 34개국 직장인을 비교·조사하여 작년 10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력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일본은 55.6%만이 그렇다고 답해 전 세계 평균 63.6%보다 낮은 결과를 보였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동료와 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도 일본 직장인은 겨우 44%만이 그렇다고 답했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인 79.4%에 비해 확연히 낮은 수치이고 조사대상인 34개국 중에서도 꼴찌에 해당했다.
3년 전에 실시됐던 같은 조사와 질문에서도 일본이 최하위를 기록한 점을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외국인에 폐쇄적인 사회분위기는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외부와 단절된 섬나라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같은 섬나라인 영국(82.2%), 호주(82.2%), 뉴질랜드(86.9%)는 오히려 전 세계 평균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일본에서 취업하는 외국인들은 늘어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정작 일본 직장인들이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잠재적인 시한폭탄을 키우는 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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