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패러다임 전환]① 현대차 전동화 대전환 착수, 내연기관 감축은 역사의 도전

이원갑 입력 : 2020.02.03 07:33 ㅣ 수정 : 2020.02.03 07:33

[정의선의 패러다임 전환]① 전동화 대전환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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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6일 오후(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두고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 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도전'에 대한 첫 번째 '응전'

 

정의선 부회장, "2025년까지 44개 전동화 모델 출시할 것"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반적인 수요 침체와 친환경 규제 강화 추세 등 세계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사업구조 대수술에 들어갔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내연기관 생산라인의 인력규모를 줄이고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라인을 확대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역사의 도전'에 대한 응전의 일환이다. 산업혁명 이후 우마차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열차와 자동차 시대가 개막하는 상황과 유사하다는 이야기이다. 즉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패러다임 전환은 역사학자 토인비 표현에 따르면 '도전에 대한 응전' 과정이다. 그 첫 번째 응전이 내년기관 생산라인의 감축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생산 및 마케팅 시스템 전체를 미래차 중심으로 대전환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 라인의 인력 규모를 줄이는 게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0월 타운홀 미팅 ‘임직원과의 대화’에서 사업구조와 관련해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개인용 플라잉 카(PAV)가 30%, 로보틱스가 20%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자동차 산업의 구체적 변화 목표치를 제시했다. 그는 “전동화 시장의 리더십을 확고히”,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확보” 등 자동차 신사업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오는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모델을 포함해 44개의 전동화 모델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목표는 생존과 발전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의 수요는 계속 줄고 보다 전기동력차량이나 친환경적인 내연기관이 그들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지난 2018년부터 본격화된 내연기관 수요 부진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 현주소 지난 해 7개 해외 시장서 자동차 판매량 5.6% 감소

 

자동차산업협회의 지난해 11월 18일 ‘2019 1-3분기 해외 주요국 자동차 시장 및 정책 동향’ 자료에 따르면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7개 해외 자동차 시장에서의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환경규제의 영향을 받아 각각 11.5%, 16.4% 감소했다.

 

해외 수요가 줄면서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내 업계도 위축됐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2일 자동차산업협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395만대를 기록하며 400만대 선이 붕괴했다고 밝혔다. 일감이 줄면서 부품 납품 업체들의 25%가 적자에 빠졌다.

 

이와 관련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전동화 리더십 확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상상 속 미래가 현실이 되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라며 “사업 전반에 걸쳐 체질 개선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 [표=뉴스투데이 이원갑]

▶강점◀ ‘신차 물량공세’로 믹스 개선하고 수익 증대, 긍정적 전망

 

도전에 나선 현대차의 강점은 신차 개발과 출시를 위한 자금력이 국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점에 있다. 신사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자금조달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12월 4일 ‘2025 전략’에서 공개한 수단은 판매를 늘려 수익을 증대하는 한편 인건비를 절감해 저축을 하는 방식이다. 이중 수익증대는 긍정적 흐름을 타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형 모델 ‘팰리세이드’를 비롯한 SUV 제품군이 침체일로의 시장 흐름에 ‘역주행’하면서 현대차의 실적은 자동차 시장 전체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반등했다. 올해에는 지난 15일 출시된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SUV ‘GV80’등을 비롯한 신차들이 믹스 개선 효과를 낼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내연기관 SUV 제품군이 국내외에서 호황을 누리고 수출기업에게 유리한 고환율 추세를 타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22일 발표된 현대차의 2019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도 대비 각각 9.27%(8조 9778억원), 52.12%(1조 2625억원) 증가했다.

 

또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봤을 경우 매출은 10.45%(2조 6376억원), 영업이익은 148.15%(7424억원)의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신차 출시 효과가 이어지면서 1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 시장전망치는 전년 대비 각각 5.28%(1조 2677억원), 33.77%(2786억원) 늘어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이상수 제8대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왼쪽 두 번째)이 10일 집행부 이취임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약점▶ 노조 지도부 교체기 겹쳐 내연기관 인력감축 협상 ‘원점으로’

노조 관계자, "정년퇴직자 재충원 안하는 방안은 8대 집행부와 무관"

 

폭스바겐, 닛산, 포드 등 글로벌 메이커들은 이미 감원 단행

 

하지만 내연기관차 인력감축을 통한 인력감축 과제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시계제로'이다. 현대차 노조는 한국산업계에서 손꼽히는 강성노조이다. 인력감축은 커녕 차량 모델 수요 변화에 따른 생산라인 재배치조차도 노조동의가 필요하다. 급변하는 시장 수요 변화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 노사관계가 발목을 잡아왔다. 인력감축은 그야말로 난제이다.

 

더욱이 지난해 노조 지도부가 변경돼 노사 협의가 실무적으로 늦어질 뿐만 아니라 협의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제7대 및 제8대 집행부는 지난 1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이취임식을 열었다.

 

새로 집권한 제8대 집행부(위원장 이상수)는 사측과 기존 내연기관 생산설비 종사자들을 옮기는 일, 결정적으로 그 과정에서 발생할 남는 인원에 대한 대책에 관해 협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막 취임한 새 지도부는 2월 말이 돼서야 겨우 조직을 갖춘다. 대의원 선출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다.

일단 현대자동차 사측이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감원 방식은 같은 뿌리인 현대중공업그룹과 같다. 인위적으로 명예퇴직을 받는 일 없이 정년퇴임자가 발생했을 때 보충인원을 새로 뽑지 않는 ‘자연 퇴직’ 방식이다. 이 방식을 통해 매년 2000명가량의 정년 퇴직자가 나오고 5년이면 내연기관 생산라인의 자연스러운 감원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노조는 '감원 규모 및 방식'에 관한 뉴스투데이의 질문에 대해 논의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이전 집행부의 협의 진행 사항을 계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사협상이 원점에서 새로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매년 2000명씩 발생하는 정년퇴직자가 발생하면 추가 충원하지 않는 방식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거기까진 아직 내부적으로 방향을 정한 건 없다”라며 “작년 7대 집행부 때 윤여철 부회장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안 하겠다고, 대신 줄어드는 정년 퇴직 인원이 다수 발생하니 이걸로 (감원을 대신)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한번 한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집행부 얘기가 아니다보니 깊이 있는 얘기는 못 해드리고 우리 8대 집행부에서는 새로 방향을 잡고 같이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제7대 집행부와는) 다른 조직이고 제8대 집행부가 됐으니 여기(감원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방침에 대해서 “‘4차산업 대응 연구팀’을 가동해서 회사 측과 이 내용을 확인해봐야 하는데 연구팀도 노조 사업계획이 통과되어야만, 그리고 예산안이 통과돼야만 본격적으로 발의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노조의 새 대의원을 비롯해 이 분야의 협의를 위한 필수 조직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는 사측과의 논의를 진행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현대차 사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감원’이 아니고 지금 노조에서 나오는 얘기는 자연발생적인 퇴직이다”라며 “감원이란 표현은 말이 안 된다.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노조의 예산안을 심의하는 이번 기수 대의원단은 아직 선거도 끝나지 않았다. 다음달 3일 1차선거, 14일 2차선거, 24일 정기 대의원대회를 거쳐야 비로소 인력 조정과 관련한 사측과의 협의기구가 만들어진다.

 

이런 가운데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동화 전환에 대비해 앞다투어 감원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남아도는 일손을 줄여서 아낀 인건비를 전기차 등에 투자해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향후 5년간 본사에서 7000명, 자회사인 아우디에서 9500명에 달하는 사무직 근로자의 퇴직을 유도한다. 미국의 포드는 이미 지난해 독일에서 5000명, 북미 등 그 외 지역에서 7000명의 사무직 및 관리직 감원을 단행했다. 일본의 닛산 역시 오는 2023년 1분기까지 해외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무직을 줄인다.


▲ [표=뉴스투데이 이원갑]

◆ 정부의 정책적 과제=내연기관 부품 하청업체 생존과 발전 위한 '혁신' 돕는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역할은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동 차량으로 시장 주도권이 옮겨가는 흐름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하는 ‘부작용’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현대차가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줄이면 여기에 내연기관용 부품을 납품하던 하청업체들도 일감이 줄어들고 도산의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10월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2030년 국가 로드맵)’에서 내연기관용 부품을 만들던 기업이 하이브리드 엔진과 같이 친환경적이고 효율이 높은 ‘미래내연기관’용 부품을 만들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때 부품 업체들이 애로사항을 겪는다. 완전히 이용을 못하게 되는 변속기와 같은 기계적인 부품을 생산하던 업체들이다”라며 “이런 중소기업들을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기 위한 방향성 위주의 로드맵을 내놓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내용은 현행 내연기관이 미래 시장에서도 살아남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엔진과 부품을 경량화하고 친환경화하기 위한 장치, 배기가스 처리 장치 등에 대한 기술 개발 지원이다. 실제로 부품기업의 도태를 막기 위한 예산으로는 67억원이, 상용차산업 생태계 구축에는 127억원이 올해 중 투입될 예정이다. 내연연기관 생산라인 인력감축은 노사간의 문제로 남겨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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